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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사이에 일어난 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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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전을 통해 진용을 꾸리는 여타 국가대항전에 비해 CSK배의 한국대표는 타이틀보유자를 중심으로 뽑는다. 따라서 언제나 최강의 ‘드림팀’이 출격한다. 1회와 4회, 두 번의 패권으로 최다우승국 위상을 점유한 한국. 그러나 세 번째 정상도전은 막강 군단이 뜨고도 대륙의 거센 바람에 밀렸다. 올 들어서만 삼성화재배, 농심배, 강원랜드배, LG배에 이어 또 다시 남의 잔치를 구경하는 신세.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단체전마저도 부대끼는 현실이다. 교차하는 한국의 하강세와 중국의 상승세. 한국바둑이여, 잠에서 깨라!  제5회 CSK배 아시아바둑대항전 3차전 ○이세돌 9단(한국) ●구리 9단(중국) - 장소 : 일본 벳부 로얄호텔 - 날짜 : 2006. 05. 03 - 결과 : 153수끝, 흑불계승 장면 (피니쉬 블로) 최종라운드는 나란히 2승을 거둔 한국과 중국의 우승결정전. 이창호 최철한에 이어 이세돌이 주장을 맡았다. 구리와의 주장전은 작년의 재판(再版). 힘을 앞세워 ▲를 포획하며 19로 신작로를 뚫은 필승국면이 백1의 사소한 끝내기로부터 먹구름이 낀다. 흑2가 커다란 건넘. 실리의 차이가 단박에 줄어들었다. 위기감이 엄습해 왔을까. 백5는 오버 페이스. 흑6으로 끊어가는 구리의 눈빛이 번뜩였다(백1로 2에 두었으면 완승, 백5로 6에 늘었어도 우세를 견지할 수 있었다). 참고도1 (일법) 하중앙 일대에 얼마만큼 백집이 생기느냐가 초점. 집을 건설하는 수법으로 백1의 젖힘을 생각해 볼 만했다. 흑2로 뻗으면 백3으로 호구쳐서 A와 B를 맞보기로 삼는 구상. 만일 흑2로 C에 끊으면 백D로 뻗어 중앙집이 크게 생긴다. 백이 지는 일은 방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전진행1 (흑의 승착) 나이와 입단 시기, 기풍 등 닮은꼴이 많은 두 기사. 작년 LG배 4강전에서 패한 뒤 “기세에서 졌다”는 패인을 내놓았던 이세돌의 기세가 일순 넘쳤다. 끊기면서 종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이다. 하물며 △로 자중하는 등 쉽게 쉽게 처리하다 갑작스레 오기가 발동한 건 아닐 터. 수읽기 착오라 할밖에. 흑6, 8이 승착이 됐다. 실전진행2 (대역전패) 백1은 불가피. 그러나 수습하기엔 때가 늦었고, 이미 수가 나는 상황으로 악화된 연후다. 던지는 심정으로 착점을 이어나가던 구리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맞닥뜨리자 정밀해졌다. 흑8에서 종국. 다그치던 이세돌이 도리어 걸려들었다.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일어난 참극.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며 일방적 승리가 싱겁다던 검토실은 믿기지 않는 현실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참고도2 (몰아떨구기) 백1로 변화를 구해 보려 해도 부질없다. 흑2로 먹여침을 당하면 백의 수가 줄어들면서 당장 몰아떨구기에 걸린다. 참고도3 (매한가지) 또 다른 변화. 백1에는 흑2, 4로 안 된다. 흑6에서 8은 백이 A로 두지 못하도록 자충으로 만들어놓는 조치. 흑10에 의해 이번에는 아래쪽 백이 잡힌다. <실전진행2> 백5에 손질한 것도 이와 같은 수단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참고도4 (불가항력)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 백1로 수를 메우면 흑도 2로 메운다. 계속해서 백A는 흑B로 수부족이며, 그래서 백C로 따내면 흑의 꽃놀이패. 버틸 수 없다. 창졸간에 벌어진 변고였다. 운명의 심술인지 결국 한국은 2승 3패로 패하며 중국에 우승컵을 내주었다. 맨 마지막에 끝난 박영훈의 반집 역전승 투혼을 지켜본 이세돌의 가슴은 그 누구보다 깊이 아렸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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