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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둑 유학 온 이방인 크리스토퍼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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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치형 교수(왼쪽)와 크리스토퍼 말라바시(가운데), 같은 바둑학과 학생인 태국 유학생 모드의 모습. 바둑의 말할 수 없는 매력은 그를 머나먼 한국땅으로 인도했다! 3월 15일, 새내기들의 명랑한 목소리와 캠퍼스의 아기자기한 정취가 어우러져가는 명지대자연캠퍼스에서 바둑학과 3학년에 편입해 세간의 화제를 낳고 있는 크리스토퍼 말라바시를 만나봤다. 크리스토퍼는 올해 34살의 나이로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있다. 바둑학과를 들어오기 전 프랑스 파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며, 현재 바둑기력은 인터넷바둑 1급을 자랑하고 있다. 작년 5월 즈음에 여행을 목적으로 첫 한국땅을 밟은 크리스토퍼는 바둑학과를 방문하면서 유학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낯선 이방인이 바둑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한국의 바둑학과를 택했다는 사실은, 여러 언론매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이미 다양한 언론들에 소개된 크리스토퍼의 행보였지만 기자는 그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해 이날 명지대 바둑학과 ‘세바스찬(바둑영어 동아리)’에서 그를 직접 만나보았다. 바둑학과 남치형 교수의 통역으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명지대 바둑학과를 입학하게 된 계기가 남다르다고 들었다. 바둑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바둑학과를 택한 것인가? 바둑이 좋았고 바둑을 배우고 싶었다. 바둑을 배우는 것과 더불어 한국 문화, 한국어를 함께 습득할 수 있다는 매력이 바둑학과를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한국은 바둑을 배우기에 최고의 환경이다. 나는 이런 환경을 원했고 지금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바둑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바둑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바둑을 둘 때 모든 에너지를 바둑판에 쏟아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런 것은 내 자신이 슬프거나 기분 나쁠 때, 안 좋은 감정들을 모두 잊게 만들어준다. 내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그 감정이 나의 바둑 수에 표현된다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나에게 바둑은 자기 계발에도 상당히 유익하다. 현재 유럽에서는 소수의 인원들이 바둑을 즐기고 있다. 앞으로 10~20년 후 바둑이 유럽인들에게 대중적으로 크게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나름대로의 견해를 듣고 싶은데? 유럽인들이 바둑을 알고 접하게 되는 경우는 대다수가 동양문화에 관심을 보이면서 출발한다. 지금 세대는 동양문화를 알아가는 와중에 바둑을 접하는 경우가 상당한지만, 이후 새로운 세대는 바둑 그 자체만을 놓고 즐길 것이며 지금보다 상당한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10~20년 후에는 힘들겠지만 50년 정도 지나면 많이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자: 헉! 50년?!) 바둑에 비해 체스는 유럽인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는 게임이다(크리스토퍼는 체스를 둘 줄 안다). 두 가지 모두 알고 있는 입장에서 차이점을 비교한다면? 두 게임은 재미가 틀리다. 체스는 기물을 잡아먹으면서 수비보다는 공격 쪽에 비중을 두는 게임인 반면에 바둑은 건설적이면서 수비와 공격의 조건이 엇비슷한 것 같다. 체스와 바둑 모두 전략을 구사하는 게임은 공통적인 것 같다. (기자: 체스와 바둑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바둑이 더 어렵고 복잡하다. 바둑은 합리적인 면과 더불어 창의성도 중요하다. 그래서 어렵다. 좋아하는 기사가 윤영선 4단이라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윤영선 4단은 아일랜드에서 9점 접바둑으로 지도기를 갖은 적이 있었다. 예전에 일본 프로기사와 여러 차례 지도기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는 지더라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윤영선 4단과의 지도기는 바둑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백돌들만 전부 있고 흑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윤영선 4단의 전투적 스타일이 상당히 맘에 들었다. 그 이후로 윤4단을 가장 좋아하게 됐다. 바둑학과를 졸업한 이후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 생활에 충실하고 싶다. 최근 한국 바둑계는 ‘바둑이 스포츠인가, 문화ㆍ예술인가?’라는 논제로 여러 가지 의견이 많다. 크리스토퍼는 바둑을 스포츠라고 보는가, 아니면 예술이라고 보는가? 두 가지 모두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육체를 격렬하게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스포츠의 조건은 완벽하다. 바둑은 마인드 스포츠로 분류할 수 있겠다. 또한 예술적인 면도 상당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바둑은) 이 모든 것을 종합한 ‘아티스틱 스포츠(atistic sports)'라 부르고 싶다. (기자: 그래도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것을 꼽는다면?) 예술에 가까운 것 같다. 바둑은 이성적인 수읽기와 더불어 창의적인 면을 그 안에 덧입혀야 하기 때문에 예술에 보다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크리스토퍼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불안하지 않았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기존에 했던 일을 그만두게 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것은 전혀 없었는지? (기자에게 자신의 좌우명을 써주며) ‘바보가 왕에 가장 가깝다’ 이 말은 내 좌우명이다. 말의 뜻은 세상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걸 찾아서 하라는 뜻이다. 이 말에 묻고자 하는 답변이 들어있을 줄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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