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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상하면 꽃은 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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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이어진 한국 빠진 결승전. 구리와 천야오예는 더없는 기회를 맞았다. 중국바둑계도 10년 만의 ‘형제 결승전’에 무척 고무된 분위기다. 부동의 중국랭킹 1위를 유지하면서도 세계무대에선 도통 힘을 못썼던 구리. ‘안방 호랑이’ 꼬리표를 이제는 떼고 싶다. 16살 천야오예는 LG배에서 급부상한 무서운 신예 병기. 우승할 경우에는 이창호의 세계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다.  제9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5번기 제1국 ○구리 7단(중국) ●천야오예 5단(중국) - 장소 : 주한 중국문화원 - 날짜 : 2006. 03. 06 - 결과 : 234수끝, 백불계승 장면 (포석의 기로) ‘기량 차이’를 운운할 만큼 백의 완승, 흑의 완패로 엇갈린 결승1국. 근본 원인은 포석에 있었다. 좌상과 우상 그리고 좌하, 세 군데에서 평이한 정석이 완료됐을 뿐인데 묘하게도 형세는 백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백의 착점들이 서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데 비해 흑돌들은 부분적인 정석일 뿐 전체적으로 따로 노는 인상. △로 굳힌 장면에서 흑은 결정적인 오류를 범한다. 흑의 잘못은 무엇이며, 최선의 수는 또 무엇일까? 초점은 좌하이다. 참고도1 (한판) 백이 좌하를 선행하기 전에 흑이 먼저 걸쳐가는 대안이 제시됐다. 그만큼 흑이 좌하귀에서 형세를 크게 그르쳤기 때문이다. 우변은 백에게 갈라침을 허용하지만 긴승부. 또 다른 한판이다. 실전진행1 (백4 호착) 좌하는 백이 A로 한수를 더 두게 되면 엄청난 규모의 확정가. 따라서 삭감은 시급을 요한다. 한국검토진은 물론 국후 구리와 천야오예가 공통으로 지목한 문제수가 3ㆍ三에 들어간 흑1. 백4가 흑1의 과오를 꼬집는 적절한 정석 선택이었다. 16까지의 절충은 흑에게 실리를 내주었지만 백세력이 좌상과 안성맞춤의 간격. 또한 우변 흑모양을 견제하는 디딤돌도 된다. 누가 봐도 흑의 실패작이다. 참고도2 (흑의 바람) 천야오예는 백1로 막을 것으로 짐작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선 3ㆍ三침입을 그리진 않았을 터. 이 진행이라면 12나 A로 포진해서 흑도 둘 수 있다. 좌변 백모양의 웅장함이 실전에 비해 차이가 난다. 참고도3 (귀의 뒷맛) 귀를 도려내고 산 흑집은 별 게 없다. 장차 백1의 치중이 노림수. 흑2로 받아야 할 때 백3이 후속맥이 된다. 9까지면 백집이 더 큰 모습. 수순 중 흑4로 7에 잇는 편이 집으로는 득이지만 백A에 의해 두점이 잡히면 B에 끊는 맛이 사라진다. 참고도4 (구리의 주장) 정석을 선택할 때는 항상 전체의 배석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법. 사실 좌상의 절충도 최근 한국의 신예기사 사이에서는 ‘정석 아닌 정석’으로 평가가 바뀌고 있는 중이다. 흑의 실리는 10집 정도인데 백이 뒤질 게 없으며 선수인 것이 자랑. 승자 구리는 흑1로 붙여가는 수를 정수로 꼽았다. 백은 2로 받는 정도일 것. 실전진행2 (책략이 없다) 좌하에서 균형을 잃은 천야오예. 발끈할 법도 한데 너무나 태연자약하다. 흑1은 아무리 침착한 기풍의 그일지라도 찬성하기 어렵다. 백2의 기민한 응수타진에 흑3은 최종 패착감. 백4가 딱 어울리는 삭감책이 됐다. 이래서는 흑모양의 체면이 서질 않는다. 참고도5 (모양 확대) 형세가 여의치 않을뿐더러 우변 모양만을 놓고 볼 때도 1로 뛰고 싶은 자리. 이 또한 구리가 제시한 수. 우상과 우하의 모양을 동시에 키우는 일석이조의 호처이다. 가령 백2로 들어오면 서서히 공격하는 리듬. 참고도6 (강한 태도 △에 대해서도 강하게 대처하지 못한 건 아쉽다. 흑1이나 A가 강인한 태도. 백2까지 삭감에 나서기는 여의치 않다. 9까지면 △가 자연사. 그렇다고 △를 직접 살리려 하는 건 후수. 흑모양의 삭감이 우선이다. 따라서 백2로는 4의 날일자 등 삭감의 폭을 자제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면 흑집의 경계선이 달라진다. 프로들이 왜 포석에 공을 들이며 골몰하는지 알 만하다. 기둥이 부실하면 집이 기울며, 뿌리가 상하면 잎이 시들고 꽃이 떨어져 열매가 맺지 않는다. 포석과 정석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한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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