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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의 곡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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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수에 다다르는 기나긴 수(手)의 공방.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1수 30초’는 톱 클래스에게도 벅찬 제약의 틀. 평소 훈련으로 다져놓은 감각기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장고파로 소문난 안조영은 시간의 굴레를 초탈한 듯했다. 무아의 경지에서 완벽에 가까운 수를 읽어냈다.  제1회 강원랜드배 한중바둑대전 제4국 ○안조영 9단(한국) ●천야오예 5단(중국) - 장소 : 정선 강원랜드 - 날짜 : 2006. 02. 09 - 결과 : 140수끝, 백불계승 장면 (곡예 타기) 어느 장면을 꼽아도 하이라이트. 전부를 싣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감상만으로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중앙쪽을 챙긴 △는 강심장. 눈에 들어오는 흑1의 봉쇄에 백2부터 아슬아슬한 곡예가 이어진다. 서로 끊고 끊겨 한쪽은 나락으로 떨어져야 할 운명. 실전진행1 (불가피한 수상전) 공히 끊겼지만 흑보다 백이 갇힌 인상. 응원하는 측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어쨌든 수상전이다. 안조영은 백1부터 실타래를 풀어나갔다. 백5(8의 곳)가 수를 줄이는 맥. 백9로 타이트하게 메우고 15, 17로 두 번을 민 다음 19에 씌운 것이 결승점. 흑은 5수를 벗어나지 못한다. 참고도1 (촉촉수) 초급자를 위한 참고도. 백1로 끊는 실수를 저지를 프로는 없다. 흑2를 당하는 순간 곧바로 나락으로 구른다. 흑8로 먹여치면 백은 촉촉수의 형태. 참고도2 (미흡) 따라서 흑A를 방비하는 약점부터 다스려야 한다. 백1로는 미흡하다. 백3으로 들여다보는 수가 있긴 하나 흑8까지 백말의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다. 흑의 실리가 돋보이는 결과. 〈실전진행1〉 백1은 초읽기 소리 ‘아홉’을 듣고 나서야 놓여졌다. 참고도3 (빅) 흑1로 축으로 잡는 변화가 까다롭긴 하다. 이하의 수순은 흑이 하자는 대로 따라주어도 빅(백6으로는 11에 마늘모하는 공격수단도 생각된다). 빅은 백이 만족스러운 절충. 도중 기분 좋은 백22에 의해 위쪽 흑은 아직 완전한 형태가 아니다. 실전진행2 (때늦은 수습) 이세돌로부터 ‘초읽기에서 나보다 수읽기가 정확하다’는 평을 받은 천야오예. 애초 무리한 부분도 있었지만 안조영의 정확한 받아치기에 도리어 수렁에 빠졌다. 흑2, 4의 묘기(?)는 관전자에게만 아찔했을 뿐 엎지른 물을 되담기에는 때가 늦었다. 실전진행3 (천지대패) 한국랭킹 10위 안조영은 국내 명성에 비해 세계무대서는 활약이 뜸했다. 단체전 대표는 이번이 처음. 안조영이 내다본 결과는 패였다. 백3이 마지막 수. 흑이 더 두지 못하는 이유는, 계속해서 흑A, 백B, 흑C, 백D는 백이 먼저 따내는 패이기 때문. 흑에겐 자체팻감이 없을뿐더러 100집에 상당하는 이 패는 먼저 따내는 백이 만패불청 한다. 참고도4 (사단 발생) 마지막 한수까지 확인한 다음 천야오예는 돌을 거두었다. 똑같이 수를 메우는 방법 같아도 백1은 실족. 수를 늘리는 흑6이 팻감이 돼 사단이 난다. 최후까지 방심할 수 없는 대목. 그동안 공격 잘 안 하고 장기전 이미지가 강했던 ‘반집의 제왕’ 안조영은 짜릿한 ‘30초의 곡예사’로 변모하며 빛을 쏘아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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