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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에 밀린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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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세판단과 끝내기로 세계를 평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창호의 종반은 독보적 영역. ‘끝내기〓이창호’였다. 영원토록 불변일 줄 알았던 그 등식이 박영훈이 출현하면서 서서히 깨져 간다. 10년 신형의 ‘첨단 회로’를 장착한 박영훈은 번뜩이는 계산력으로 속기에서 한층 위력을 발산하고 있다.  제1기 십단전 결승3번기 제2국 ○박영훈 9단 ● 이창호 9단(한국) - 장소 : 바둑TV스튜디오 - 날짜 : 2006. 01. 15 - 결과 : 228수끝, 백불계승 장면 (백의 버티기) 이른바 ‘원조’와 ‘첨단’의 격돌. 그러나 쌍방 부끄러운 내용은 최고의 솜씨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집이 부족했던 박영훈은 ▲를 크게 넣으며 버티기로 일관. 엷고 맛이 나쁜 하변은 상대에게 몸을 맡겼다. 시간이 없는 가운데서 흑1로 붙이는 맥을 구사하는 이창호. 바야흐로 수의 성립 여부가 관건이다. 참고도1 (파탄) 하변에서 수가 나느냐, 난다면 얼마만큼의 규모가 될까. ▲에 대한 백의 응수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백1로 물러서서, 이 선에서 제지할 수 있을 것 같으나 흑2의 젖힘에 마비된다. 백3은 흑4에서 6. 이후 백A로 따내면 흑B로 백 석점이 축으로 잡힌다. 실전진행1 (과도한 저항)실전진행1 (과도한 저항)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오직 강하게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회로에 이상을 불러일으켰다. 백1이 과도한 저항. 백3으로 길을 막고 나섰지만 흑4에서 6이 한 세트의 맥. 박영훈은 이 수순을 깜빡한 듯하다. 참고도2 (연단수)참고도2 (연단수) 맥의 연타를 얻어맞은 백은 1로 한점을 따낼 수 없다. 흑2가 호착. 연단수에 걸리므로 다섯점을 잇지 못한다. 그렇다고 백A로 따내는 것도 흑B로 뒤에서 몰아 역시 연단수가 된다. 참고도3 (물러설 곳) 백1로 늦추어받을 곳이었다. 흑2, 4를 당하는 것은 실전의 손실과 견줄 바가 못 된다. 백5로 A에 잇고 싶지만 그럴 경우 흑B로 △가 선수로 떨어져 나간다. 백A, 흑B 때 백이 손을 빼면 흑C로 낭패. 실전진행2 (배부름 뒤의 만심) 실전은 착각이 겹쳐 파국의 상황으로 치달았다.백1부터 알토란 같은 넉점을 앗기며 3선에서 틀어막은 것을 두고 ‘피해 줄이기’라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끝났다 싶었던 바둑은 쉽게 종료 벨을 울리지 않았다. 흑6이 배부름 뒤의 만심. 이 바람에 백7의 움직임을 허용, 상변 흑진이 붕괴됐다. 참고도4 (반상최대) 정초부터 이창호의 행마가 분주하다. 8일새 5판을 두고 있다. 삼성화재배와 십단전 결승. 비중 있는 타이틀전을 하루 걸러 치르는 강행군이다. 뒷문 열린 하변으로 발길을 재촉할 필요가 없었다. 흑1로 건너는 수가 반상최대. 십단전의 초대 왕관은 이창호의 머리 위에 얹혔을 것이다. 참고도5 (차단 불가) 빼곡한 일정에다 삼성화재배 패전의 아픔이 묻어 있는 가슴. 이창호는 실수를 연발하며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하변은 흑이 먼저 두었지만 큰 타격을 가하진 못한다. 백은 손뺄 여유가 있는 것. 이후 실전에서 흑은 1로 넘었는데 백2로 막고 버티는 수까지 성립한다. 흑3으로 차단해서 대마를 노리려 해도 백4, 6으로 연결. 또 흑1로 3에 두면 백A로 그만이다. 상대의 실수를 등에 업긴 했어도 박영훈은 이창호를 상대로 끝내기 추격전을 벌여 기어코 역전승을 일구어 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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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탐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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