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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이 빚은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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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콩지에가 ‘한국 킬러’로서 성가를 높였다면 최근에 들어선 후야오위의 눈매가 매섭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쫀득쫀득한 바둑. 실리를 추구하고 끝내기 승부를 보는 기풍. 중국은 이창호에 대적할 인물로 후야오위를 강력하게 꼽는다. 상대전적도 3승 3패다. 이세돌 박영훈 등 한국의 일류와도 밀리지 않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  제10회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제2국 ○후야오위 8단(중국) ●이창호 9단(한국) - 장소 : 인천 파라다이스호텔 - 날짜 : 2005. 12. 15 - 결과 : 245수끝, 백1집반승 장면 (삭감의 전단) 전매특허였던 이창호의 집바둑이 요즘은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수를 놓을 때마다 형세판단을 수반해야 하므로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흑이 나쁘지 않은 밑그림. 확정가는 백이 앞서지만 하중앙 일대의 흑모양이 든든한 재산이다. ▲는 다음에 가의 부풀림이 매력적인 수. 그에 대한 백1은 요소이며, 백3으로 맞끊어서 모양 삭감의 전단을 띄웠다. 참고도1 (검토실 중론) A에 뛴 수로는 흑1에 무게를 싣는 검토 기사가 많았다. 배경이 무르익으면 흑B로 살려내는 수단이 강력해진다. 그럼에도 흑1로 두지 않은 것은 백A의 급소 노출을 껄끄럽게 여긴 듯하다. 실전진행 (중원의 공방) 하중앙 흑모양이 허망하게 무너지면 집부족증에 걸린다. 강하게 젖혀서 확대한 뜻이었으나 막상 백이 맞끊어서 대항해 오자 평탄치 않아졌다. 흑5는 약점의 보강. 백16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 이른바 대세점이다. 참고도2 (손쉬운 삭감) 실전은 중앙에 백집이 생길 조짐이다. 하변에서 챙긴 흑집은 대단치 않은 실리. 흑에게 문제수가 있었다. 흑1로 뻗었으면 어땠을까. 이것도 흑모양이 쉽게 지워져서 실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흑3으로 6에 젖혀도 백A, 흑3, 백B로 탄력이 붙는다. 참고도3 (흑의 약점) 〈실전진행〉 흑5는 필요한 손질. 본도 흑1로 급소를 알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약점을 지닌 채 공격을 속행하기 어렵다. 6의 곳 끼움이 백의 노림이자 흑의 약점. 요석 같은 흑 석점이 떨어져 나간다. 참고도4 (일법) 돌을 끊어서 리듬을 구한 후야오위의 적극적인 삭감책이 실효를 거둔 결과. 반면 이창호는 여유를 부리는 듯한 착점의 연속이다. 〈실전진행〉 흑13은 엷은 하변의 근심을 털어 버리기 위함이나 집으로는 작은 수. 본도 흑1, 3이 보기에도 시원스럽다. 기착점 ▲와 ■의 의지도 계승하는 방편이지 않았을까. 참고도5 (틈이 없다) 하변만으로는 백2가 아픈 수. 그러나 흑1이 놓인 마당에 백이 6까지 벌어들일 겨를은 없다. 그리고 〈참고도4〉 흑3으로 된 이후엔 백A라면 흑B로 막고, 백C로 끊으면 흑D로 안정한다. 지인들과의 사석에서 이창호는 형세판단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심경을 내비치곤 한다. 계산에 착오가 있었을까. 여유로운 마음으로 중앙쪽을 등한시한 게 패인으로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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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천지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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