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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중원의 올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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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는 공방. 농심배가 달구는 열기가 겨울을 재촉하는 부산 하늘을 붙들어맨다. 일본이 중국을 낚아챘고, 그 일본은 한국이, 한국은 다시 중국에 덜미를 잡히는 혼전이다. 베이징 1라운드에서 ‘주장급 5장’ 하네 나오키가 2승을 챙겼을 뿐 더 이상의 연승자를 허용치 않는 먹이사슬의 판도이다.제7회 농심신라면배 제7국  제7회 농심신라면배 제7국 ○씨에허 6단(중국) ●원성진 6단(한국) - 장소 : 부산 농심호텔 - 날짜 : 2005. 11. 25 - 결과 : 302수끝, 백반집승 장면 (중원의 올가미) 씨에허는 올 초 리광배를 제패한 신예 강자. 중국랭킹 6위에 올라 있다. 농심배는 첫 출전. 원성진이 이 판을 놓친 건 후반의 난조 때문. 흑1로 씌운 대목에서는 승리를 거의 손아귀에 넣었다. △를 제압하는 올가미. 백4에는 흑5가 또한 멋들어진 호착. 오른쪽과 아래쪽을 한꺼번에 커버하는 일석이조였다. 침착하기 그지없던 씨에허는 이 수를 보지 못했다. 실전진행1 (경과수순) 백1로 건너붙인 씨에허. 흑A로 삐져나오는 수를 방지하는 것이 일차 목적이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전면전 태세로 나갔다. 원성진의 대응 전략은 기대기. 8, 10으로 힘을 축적한 뒤 12로 올가미를 던졌다. 참고도1 (유연한 리듬) 중앙 공방에서 백이 실패를 봤다. 수읽기에 들어 있지 않던 반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장 너른 장소인 우변을 백1로 도모하면 장기전. 흑2가 놓이더라도 △의 명맥이 완전히 끊긴 게 아니다. A나 B 등의 활용 여지가 있다. 참고도2 (변신) ▲는 귀의 맛을 없애 악수. 씨에허가 ‘웬 떡?’ 하고 받아챈 것은 상황을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 본도 7까지로 중앙을 포기하며 변신하는 편이 귀의 실리가 크다. 9로 전개해 긴 승부. 수순 중 흑6으로 7에 뻗으면 백A로 움직여서 싸운다. 참고도3 (탈출 불능) 씌움을 당하고 나서는 움직이기가 어려워졌다. 백1로 붙여 탈출하는 수단이 가능할 법하나 흑2가 실전적 대응. 백5의 맥에 대해서는 뭉툭하지만 흑6, 8로 헤쳐나갈 수 있다. A의 곳이 호구 형태. 실전진행2 (망외의 전과) 출구가 막힌 백은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게 상책이지만 이미 상처가 깊어졌다. 백1부터는 버림돌이라고 하기에 잡힌 백돌의 덩치가 크다. 무시무시한 수를 준비해 둔 원성진, 그것을 간파하지 못한 씨에허. 승부를 끝내기 일보직전까지 갔으나 흑20이 매몰차지 못했다. 참고도4 (결정타) 뜻밖의 횡재를 한 원성진의 마음이 약간 느긋해졌다. 흑1, 3으로 우변 백진을 허물어뜨리면서 중앙 백을 포획했더라면 몇 수 안 가서 항서를 받아냈을 것이다. 결정타를 흘러보내고, 그 이후 난조가 겹쳐 빛이 바래긴 했지만 〈장면〉에서 보여준 흑1과 5는 원성진의 기량을 가늠하는 척도로 삼기에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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