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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싸움의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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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3관왕에 국내 무관, 국내 정규기전(4회)보다 세계대회(6회) 우승 횟수가 많은 이세돌. 위풍당당 질주하던 ‘국제전 사나이’의 기세가 멈칫했다. 가쁜 호흡을 추스르기 위한 충전의 시간이리라. 신이 아니고선 전부 이길 수 없는 법. 2년 연속 이방인에게 안방을 내주긴 했어도 4강이면 족하지 않으랴. 간이역에 잠시 정차했다손 치자.  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 ○이세돌 9단(한국) ●구리 7단(중국) - 장소 : 베이징 동방태평성 - 날짜 : 2005. 10. 19 - 결과 : 231수끝, 흑불계승 장면 (이세돌의 후각) 좌반부 1차 공방전은 보는 바대로 실리와 세력의 갈림. 실리파들에게는 조바심이 일 만큼 극명한 대조이다. 누구보다 집에 민감한 이세돌과 구리. 지독하게 파고드는 상대방으로 인해 부득불 세력을 쌓았지만 이세돌로서는 불편한 심기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세력을 살려야 하는 백, 1은 당연한 돌진이다. 계속된 3, 5가 결과를 떠나 이세돌 스타일. 국면전환의 계기를 패에 의지했다. 참고도1 (무의미) △는 단순히 집을 깨뜨리는 침입이 아니라 왼쪽 흑일단을 공격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백1로 뛰어나가는 수를 생각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흑2, 4로 달아나면 좌변 백세력이 무색해진다. 참고도2 (별책) 백1로 맞끊는 강경 수단도 있을 법하다. 백7은 A와의 선택이 어려우며, 상변 백도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난해한 전투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세돌은 △로 붙일 때부터 패를 작심한 것 같다. 그 편이 두터움을 좀더 살리는 싸움이라며. 실전진행1 (확전) 서로 좌변쪽에 몇 차례 팻감을 사용한 뒤 흑이 1로 패를 키웠다. 백4는 최강. 이 수로 5쪽에서 몰고나가면 무사하지만 흑A로 쭉쭉 뻗게 되어 좌변 백세력이 빛을 잃는다. 흑9가 호평을 받은 기민한 활용. 참고도3 (흑, 우세) 흑이 패를 키웠을 때 백1은 사생결단을 내자는 대시이나 이처럼 극단적으로 임할 처지가 못 된다. 좌변 흑을 잡은 것보다 흑4로 빵따낸 위력을 보라. 6으로 구축하면 백의 실리보다 흑의 모양이 우세하다. 참고도4 (백, 곤란) <실전진행1> 백6과 같은 빈삼각을 두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증거. 지금도 백A로 패를 걸면 흑은 팻감을 불청하고 B, C로 연타한다. 그렇다고 백1로 기대어 가면 흑2가 제격. 또 백1로 2에 두는 것도 흑D를 당해서 곤란해진다. 참고도5 (깨끗한 안정) <실전진행1> 흑9가 호착이라는 이유에 대한 설명. 그냥 흑1로 받을 경우 즉각 백2, 4를 활용당한다. 6까지는 백이 앉은 자리에서 둥지를 튼 모습. 깨끗이 살아 버린다. 참고도6 (백, 위험) ▲는 모양이 나쁠뿐더러 백A로 들여다보는 맛까지 남겨 선뜻 떠올리기 힘든 수. 구리의 기량이 배어 있는 실전적인 대응이었다. 상대방이 받지 않은 곳을 백1로 젖힐 수 없는 형편. 백 전체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실전진행2 (밑진 거래) 이세돌은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애초 붙임으로부터 패로 전단을 모색한 것은 약간 무리가 따르더라도 백세력이 있어 버틸 만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런데 구리가 워낙 빈틈없이 잘 처리했다. 이제는 패에 연명할 수밖에 없다. 긴 수순의 결말은 바꿔치기. 우상 흑의 실리가 큰 데다 백의 희망이었던 세력도 빛이 바랬다. 구리는 빠른 발과 냉정한 응수로 상대전적의 열세를 극복했다. 창하오의 응씨배 우승에 이어 기지개를 켜는 중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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