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算 불밝힌 끝내기
神算 불밝힌 끝내기
[제1기 한국물가정보배 결승2국] 한창규  2005-10-12 오후 00:32   [프린트]


해냈다. 마침내 뛰어넘었다.
이번에는 박영훈 차례였다. 이세돌, 최철한의 등정기를 지켜만 봐왔던 박영훈이 후배기사로는 세번째로 번기 승부에서 이창호를 꺾었다. 1년 전 LG정유배에서 당했던 0대3 스코어는 2대0 완봉으로, 금빛 옷으로 갈아입었다.
빼어난 끝내기 솜씨가 원동력이 됐고, 전광석화 같은 형세판단이 속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제1기 물가정보배 결승2국
○이창호 9단 ●박영훈 9단
-장소 : 바둑TV 스튜디오
-날짜 : 2005. 10. 11
-결과 : 264수끝, 흑4집반승



장면1 (무에서 유로)

패자(敗者) 이창호의 입장에서는 중반의 미진한 팻감이 아쉬운 대목으로 흘러갔다. 그렇지만 끝내기 대가들의 향연답게 종반에서 멋진 솜씨가 잇달았다.
먼저 이창호. 막연한 장면에서 백1부터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해내는 교묘한 수순이었다.












실전진행1 (중앙에 백집)

백10까지가 구상의 완성품. 몇점을 버림돌을 이용하며 황무지로 보였던 좌중앙 일대를 옥토로 개척했다.
이것으로 백의 우세라고 할 수 없더라도 이창호의 면모가 와닿는 테크닉이었다.











장면2 (쐐기 박은 승착)

뒤질세라 박영훈의 솜씨도 중원에서 꽃을 피웠다. 흑1 이하의 수순을 음미해 보자.
백2, 4는 흑의 엷음을 엿보며 집을 살찌우는 수. 여기서 흑5로 진격하고, 흑7의 호구가 확신이 서지 않던 형세에 쐐기를 박은 승착이 됐다.











참고도1 (연결 불가)

‘설마 더 들어올 수 있으랴’ 하고 가볍게 여겼던 건 아닐까. 백2의 반격이 있으므로.
흑3으로 연결하려는 수는 잘 안 된다. 흑7을 활용하더라도 10까지 끊긴다.










참고도2 (산뜻한 연결)

확실히 재미있어졌다. 이창호바둑도 박영훈바둑도 예전의 정적인 모습이 아니다. 살아 꿈틀거린다. 속기라는 점도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일조를 했다.
▲의 호수를 당하고 나서는 추궁할 방도가 없다.
백1은 흑2의 끼움부터 산뜻한 연결.







참고도3 (역시 연결)

백1로 이쪽의 연결고리를 끊으면 이번에는 위쪽으로 진로가 확보된다. ▲가 호구 형태여서 흑4 다음 백A로 찝는 수를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속에서도 박영훈은 정확히 수를 읽었다.








실전진행2 (달라진 영역)

아마 이창호는 〈장면1〉 흑7을 간과했던 것 같다. 알아차렸다면 다른 코스를 밟았을 것이다.
시간연장책을 써가며 궁리했으나 뾰족한 방책이 없다. 이후 실전상황은 좌중앙의 백집이 줄어들고 흑집이 날 여지가 생겼다(좌우 백이 분단되면서 우변쪽도 장차 흑A로부터 B에 붙이는 수로 백의 가일수가 필요한 모양).
언제나 ‘최초’는 더욱 돋보이는 법. 영광스러운 초대 왕관은 박영훈의 머리 위에 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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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d19 ｜  2005-10-12 오후 12:53:00  [동감0]    
캬~ 참 절묘한 수순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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