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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인은 어긋난 강약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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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최철한과 박영훈이 얼굴을 맞대는 횟수가 올 들어 부쩍 늘어났다. 벌써 8번째. 통산대국의 절반 이상이 올해 집중되고 있다. 01년 박영훈이 먼저 천원에 오르자 최철한도 질세라 2년 뒤 천원을 첫 타이틀로 장식했다. 04년은 박영훈이 후지쯔배로 세계에 이름을 올린 해. 최철한은 국수․기성․천원 국내3관왕으로 성가를 높였다. 그 뒤 최철한의 기성은 박영훈이 빼앗아갔고, 박영훈의 중환배는 최철한이 물러받았다. 내가 올라서기 위해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는 라이벌로서, 한국바둑을 이끄는 중추세력의 동반자로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장해 가는 두 사람이다.  제10기 GS칼텍스정유배 준결승전 ○박영훈 9단 ●최철한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5. 08. 24 - 결과 : 311수끝, 흑불계승 장면 (공격하는 박영훈) 기풍이 뒤바뀐 듯한 흐름의 연속. 타개 이미지가 강한 박영훈이 공격하고, 공격 이미지가 강한 최철한이 타개하고…. 특히 박영훈은 종전에 애지중지하던 실리를 마다하며 두터움을 쌓는 뚜렷한 변모를 나타냈다. 좌변에서 그로기 직전까지 몰아붙였던 박영훈의 세찬 공격은 마무리 단계에서 늦추는 바람에 상대방이 일어설 여력을 제공했다. 하지만 1로 끊어 변함없는 백의 페이스. 참고도1 (안 잡히면 된다) <장면> 백5는 자중하는 마음. 행여 일어날지 모를 불상사에 신경을 썼다. 우상 흑은 백1로 끊기면 살아갈 방도가 없다. 걱정거리는 흑이 버림돌로 희생한 다음 우하 백을 잡자고 덤비는 승부수. 최철한은 이 같은 노림에 마지막 기대를 품었다고 고백했다. 백이 간단히 잡힐까. 패가 돼도 불충분한 흑의 입장. 백23, 25로 밀어가면 우변 흑도 미생이다. 실전진행1 (위기 모면) 백척간두에 섰던 우상 흑은 1에 이음으로써 위기를 벗어났다. 박영훈의 일련된 구상은 백2～6. 이것 또한 좋지 않았다. 흑5가 명당. 이세돌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50집짜리 호구’. 흑7을 간과했다. 이렇게 움직이자 백 넉점이 자충의 형태. 우람했던 중앙 백의 두터움이 힘을 잃은 반면 상변을 넘어간 흑집이 쏠쏠하다. 수순 중 백10을 두지 않으면 흑이 그곳을 밀고들어가 귀의 백이 잡힌다. 참고도2 (절대 요처) 백1이 절대 놓칠 수 없는 요처. 이 수가 놓으면 중앙 백모양에 활기가 넘친다. 아울러 ▲ 두점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구실도 겸한다. “백1로 늘었더라면 조금 두다가 던지려 했다.” (최철한) “호구 자리가 그렇게 두터운 줄 몰랐다.” (박영훈) 참고도3 (시급한 단속) 또 하나의 의문수는 〈실전진행〉 백6. ▲의 준동을 막으며 상변을 단속하는 것이 시급했다. 우변은 흑2를 당하겠지만. “백이 10집 우세했던 형세가 되레 흑이 10집 앞서게 됐다”는 최철한의 국후담. 과장이 담겨 있지만 우상 일대에서 횡재를 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실전진행2 (적시의 응징) 지나간 장면이지만 초반의 볼거리였던 좌변 공방을 간략하게 제시한다. 흑1은 A에 둘 경우 백B를 싫어한 수이지만 무리. 백2～6이 이겼더라면 승착으로 호평받았을 적절한 추궁이었다. 그 중 백6은 면밀한 수읽기의 뒷받침 없이 결행하기 힘들다. 참고도4 (최철한의 수읽기) 최철한이 예상한 수는 백1. 누구나 맨 먼저 떠올릴 수이다. 그럴 경우 흑2의 끼움부터 14까지 산뜻하게 타개하는 수순을 그려놓고 있었다. 위쪽 몇 점은 잃었으나 좌변 백진을 깨뜨려서 만족. 참고도5 (매화육궁) 궁지에 몰린 흑대마가 안에서 사는 궁도가 안 나온다. 변화의 일례인 이 그림은 매화육궁으로 죽는 형태. 국내 최대기전의 결승 티켓이 걸린 싸움은 끝나는 순간까지 엎치락 뒤치락하더니 결국은 팻감 하나 차이로 명암이 갈렸다. 강약 조절을 그르치며 우세를 못 지킨 박영훈은 아쉬움 큰 패배. 상대적으로 숱한 역경을 딛고 올라선 최철한의 저력은 돋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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