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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못 당한 거북이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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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배의 최대 매력은 단기 승부. 16강부터 결승까지 한걸음에 달음박질하는 스피드 만점의 대회이다. 여타 기전에 비해 상금 규모가 적음에도 박진감 넘치는 속전속결 시스템으로 팬들의 눈과 귀를 잡아끈다. 그리고 일주일새 모든 게 결판나기 때문에 기세를 타면 누구든 우승을 넘볼 수 있다.  제2회 중환배 세계바둑선수권 준결승전 ○ 하네 나오키 9단(일본) ● 이세돌 9단(한국) -장소: 대만 랜디스호텔 -날짜: 2005. 08. 18 -결과: 281수끝, 흑3집반승 장면1 (상식을 벗어난 두터움) 일본 최대타이틀 보유자 하네이지만 세계무대에서는 얼굴을 못 든다. 연전연승하는 이세돌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한때 10연패 아래로 곤두박질쳤었다. 상대전적 6전 전패.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주눅든다. 경계심을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난적. 그 같은 처지가 경직된 행마를 낳았다. 넓고 넓은 자리를 제쳐둔 백1이 완착. 두텁기만 할 뿐 느림보 거북이였다. 실전진행1 (경과수순) 우상귀 흑돌의 위치가 소목이므로 흑5는 급한 자리. 백이 걸칠 경우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일목요연해진다. 그에 대한 백6에서 8이 지지부진했다는 평가. 13까지 하변에 형성된 흑모양이 활발하다. 참고도1 (기본형) 좌상의 정석은 흑1에서 3으로 끊어두는 데까지가 기본형. 흑3은 백A의 젖힘을 방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세돌은 부분적으로 악수인 흑3을 두기 싫었던 모양이다. 이상과 같은 사정이 있었던 좌상. 순리를 따르지 않은 상대방을 나무라고 싶었는지 몰라도 하네의 발걸음이 좌상에 묶인 꼴이 되고 말았다. 참고도2 (보편적 구상) 백1로 좌하를 처리하면 보통. 실전과 달리 좌변에 백의 세력권이 형성된다. 우변을 둔다면 A의 벌림이 호처. 백이 좌상을 두지 않았다고 흑으로서도 당장 A부터 끊어잡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 발이 느리므로. 장면2 (다음 한 수는?) 하네는 느린 듯하지만 두터움을 추구하는 바둑. 그러한 기풍이 오히려 이세돌에게는 편한 상대일 수 있다. 실리를 선행할 수 있어 자신의 호흡대로 이끌어가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포석문제를 내어도 좋은 장면. 백차례라면? 실전진행2 (빗나간 화살) 하네의 착점은 백1이었다. 좌상 흑을 압박하려는 수. 모름지기 좌변을 백집으로 만들 때 그 가치가 증폭된다. 내심 흑3으로 받아주기를 기대했을까. 고분고분할 이세돌이 아니다. 흑2가 명당. 무척 두고 싶었던 곳으로 ▲들과 멋지게 상응한다. 좌상 흑은 괴롭힘은 당하겠지만 죽지는 않는다. 백1은 검토진의 집중적인 성토 대상이 됐다. 참고도3 (대세의 요소) 검토진이 이구동성으로 지목한 곳은 백1. 이른바 대세의 요소이다. 흑모양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견제하며 △에 힘을 보탠다. 좌상 흑으로부터 A에 달리는 수는 좌변 백모양이 완성된 단계가 아니므로 급하지 않다. 두 번에 걸친 미심쩍은 행마로 인해 하네는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으며 또다시 좌절을 곱씹었다. 일본 톱랭커의 자존심을 구기는 7연패(連敗). 반면 이세돌의 국제기전 14연승은 이창호의 세계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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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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