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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를 꺾어놓은 붙임 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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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달의 전령, 바둑. 왕위전 도전2국은 조선의 역사가 숨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에서 판을 벌였다. 프로기전이 유서 깊은 고궁에서 열리기는 유사 이래 최초의 일. 모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경사로운 마당이었다. 뜻 깊은 무대에 국무총리가 시간을 쪼개어 방문하고 문화재청장이 격려차 들렀다. 쭉쭉 솟구치는 바둑의 위상을 실감케 한 하루,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하루였다.  제39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2국 ○옥득진 2단 ●이창호 9단 - 장소 : 창덕궁 부용정 - 날짜 : 2005. 06. 20 - 결과 : 153수끝, 흑불계승 장면1 (교묘한 붙임) 9연속 제패한 이창호와 9연속 승리를 이어오는 옥득진이 맞선 왕위 다툼 2라운드는 실리와 세력의 구도로 짜여졌다. 백1은 우하 일대를 살찌우면서 좌변 흑모양을 견제하는 요소. 이 수가 보이기에 앞서 ▲로는 가의 곳이 낫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백모양을 통째로 내주면 안 되는 흑은 2로 살짝 비켜받았다. 역으로 응수를 타진하는 붙임. 이 같은 교묘한 착점은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참고도1 (정면대결은 무리) 백의 어깨짚음에 대해 4쪽으로 물러서는 것은 흑모양이 움츠러들므로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면대결을 외치는 흑1 이하도 무리한 저항. 끊긴 흑 두점이 몹시 고단한 모습이다. 참고도2 (이로운 활용) ▲가 교묘하다는 것은 백이 이 한점을 어떻게 할 방도가 없기 때문. 가령 백1은 흑2로 찌를 때 응수두절이다. 또 백1로 아예 A에 이어서 수단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 해도 ▲가 흑2로 밀어가는 수에 힘을 보탠다. 실전진행1 (파괴의 단초) 대마 잡고 선취점을 따냈던 옥득진이 ‘이창호의 흑번’마저 무너뜨릴 경우 타이틀이 눈앞이다. 2국에서도 모양을 펴는 일관된 색깔이 호평을 받았다. 백1은 최선의 방어. 이창호는 8까지 선수로 흠집을 만들었다(사실 백5로 따내게 한 실리 손실이 적지 않다. 흑A로 조여붙이는 끝내기를 없앴으며, 오히려 백A가 선수). 당장은 특출한 수법이 아닐지 몰라도 이곳에서의 흠집내기는 장차 백진을 파괴하는 단초가 됐다. 장면2 (두번째는 코붙임) 우하에서 동태를 살핀 뒤 흑3으로 코끝에 붙여갔다. 이창호바둑에서 흔치 않는 감각. 1국에서 묘한 곳에 붙인 수가 되레 반격당하며 대마 헌납으로 이어졌던 그가 재차 응수를 묻고 있다. 기로에 선 옥득진. 가의 돌진과 나의 후퇴를 저울질하며 점심시간 내내 고민에 휩싸였다. 참고도3 (코붙임의 대안) 코붙임한 수보다 한발 늦춘 흑1이 검토진이 제시한 별책. 백2를 기다려 흑3으로 좌변을 키우는 전략이다. 그에 비해 당사자 이창호는 흑1로 A가 무난했다고 술회. 백으로부터의 반격 수단이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실전진행2 (기대 이상) 백1은 오후대국의 첫 수. 저항은 불가하다고 판단했는지 뒤로 돌아섰다. 기풍이 읽히는 대목. 기세를 중시하는 기사라면 일단 나가고 볼 것이나 균형을 맞추어가는 스타일은 참고 견딘다. 그러나 8까지는 애초 흑이 2에 밀거나 A에 뛴 것에 비해 더없이 잘된 결과. 코붙임에 눌린 백은 3의 악수까지 유발했다. 중앙은 중앙대로 흑B가 고약한 뒷맛. 참고도4 (난해한 싸움) 두 대국자 공히 백1의 반발이 필요했다고 복기 때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뒤는 쉬이 결론을 도출하기 힘든 난해한 공방전. 일단 흑은 14가 좋은 수. 과연 이 싸움의 승자는 어느 쪽일까? 시간을 두고 정밀한 연구를 요하는 변화이다. 참고도5 (이단젖힘) 이창호의 강점은 부분전에서의 치밀한 수순과 적시적지의 응수타진. <실전진행2> 수순 중 8로 늘기 전에 흑6이 기민한 활용이었다. 만일 백1, 3으로 취한다면 흑6으로 이단젖히는 수가 성립하는 것. 두번의 붙임수로 디딤돌을 놓은 이창호는 우하 백모양을 붕괴시키며 1국 패배를 말끔히 설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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