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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에 웃고 속기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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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철옹성 한국의 독주체제가 차츰 중국과 양강체제로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상 세계. 그 쌍두마차가 한데 모여 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월성배 한중대항전은 5명씩 팀을 구성, 상대국의 모든 기사와 번갈아가며 1대1로 대결하는 시스템. 총 25판 중에서 13승을 올리는 쪽이 우승을 차지한다. 각자의 승점을 합산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잘잘못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1회 일월성배 한중바둑대항전 제3라운드 ○박영훈 9단(한국) ●저우허양 9단(중국) - 장소 : 서울 올림피아호텔 - 날짜 : 2005. 05. 12 - 결과 : 203수끝, 흑불계승 장면 (강렬한 반격) 1분 고려시간 10회의 초속기전. 속기에서는 무엇보다 실수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일주일 사이 타이틀 2개를 딴 박영훈과 중국랭킹 2위 저우허양의 간판대결은 실수에 의해 명암이 갈렸다. 1로 돌파해서 백의 오름세. 2부터는 흑의 권리인데 박영훈은 길게 끌 필요가 있냐며 7로 끝장을 보자고 비수를 들이댔다. 참고도1 (물러서도 충분) 짧은 시간 속에서도 박영훈은 정확히 반격 수단을 읽었다. 수읽기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면 백1로 물러나는 정도일 것. 3까지는 굴복이랄 것도 없으며 백의 우세는 여전하다. 실전진행1 (백이 먼저 따내는 패) 습격을 받은 저우허양, 시간연장책을 겸해서 찌른 1은 실수였다. 백4로 끊어 우변은 수상전의 형태. 12로 붙여서 패가 된다. 패는 그 크기가 클수록 어느 쪽이 먼저 따내느냐가 중요하다. 다행스럽게 백의 선패. 박영훈은 흑A의 팻감을 불청하고 패를 해소, 탄탄한 우세를 구축했다. 참고도2 (간명한 처리) ▲로 찔렀을 때 아예 그쪽을 대꾸하지 않고 백1로 단속했더라면 좀더 알기 쉬운 의미가 있었다. 흑2를 당하더라도 백3이 좋은 모양으로 흑 석점을 제압한다. 위쪽 백은 연결고리가 끊겨도 티끌만큼의 불안도 없다. 실전진행2 (수를 본 게 화근) 저우허양의 말대로 국면은 흑쪽이 붕괴한 상태나 다름없다. 그런데 박영훈의 눈에 또다른 수가 감지된 게 결과적으로 화근이 됐다. 우변 패가 끝난 뒤 백1이 후속 노림. 그러나 흑을 다그치는 과정에서 실족하고 만다. 흑6으로 끼우는 수를 간과, 잡았던 흑돌이 패를 통해 거꾸로 좌하 백을 잡고 환생해 버렸다. 참고도3 (흑 몰사) 적당히 마무리해도 무난한 승리가 보장되지만 보이는 수를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에 흑1로는 막지 못한다. 끊긴 중앙 흑에게 탈출구가 없다. 참고도4 (지금이라도) 뒤늦게라도 파국을 면하는 길은 있었다. 백1로 손질하면 된다. 흑은 2로 연결하는 정도. 그때 백3을 선수해서 석점을 잡는다. 아쉬움이 많이 남을 패배. 초속기이다 보니 일류들도 이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자멸의 길로 빠져들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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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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