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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흔드는 건 쉰둘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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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세 조훈현, 20세 원성진. 도전권 길목에서 마주친 세대를 초월한 승부. 천하를 품었던 ‘바둑황제’와 새 마당을 일궈나가는 ‘황소’의 대결장이기도 하다. 소를 모는 황제가 될지, 드센 앞발에 채일는지…. 보유 타이틀이 없는 조훈현, 세계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쉽지 않아졌다. ‘왕관 없는 황제’―. 세월의 무상함을 탓해야 할까.  제39기 KT배 왕위전 4회전 ○조훈현 9단 ●원성진 6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5. 04. 21 - 결과 : 187수끝, 흑불계승 장면1 (대범한 움직임) 6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원성진. 호조의 리듬을 실감케 하는 내용을 선보였다. 우상과 우하에서의 빵따냄으로 한껏 실리를 챙기며 두터움을 제공하더니 즉각 1로 발동을 거는 대범한 전략. 오히려 백을 공격하려는 움직임이다. 참고도1 (간명한 수법) 움직여 나간 수로는 두점을 버리는 쪽으로 노선을 정하면 간명하다. 흑1부터가 선수 벌어들이기. 아직 ▲의 명맥이 끊긴 건 아니다. 그런 다음 9 정도에 못질을 하면 충분한 형세. 대부분이 구상했던 그림이다. 실전진행1 (손쉬운 안정) 백1은 당연한 공세. 원성진은 2쪽으로 출구를 찾았다. 백A의 건너붙임을 방비하는 역할도 겸한다. 백3은 필요한 손질. 상승일로를 치달으면 안 보이던 수도 번뜩 번뜩 떠오르기 마련. B가 아닌 흑6이 강렬하다. 10까지 손을 잡게 되니 흑의 움직임은 결코 험난한 행로가 아니었다. 참고도2 (주객전도) 백1로 계속해서 다그치기는 어렵다. 슬그머니 2쪽으로 머리를 내밀면 응수가 난감해진다. 백3은 흑4에서 6으로 도리어 백이 피고석에 앉는다. 이와 같은 엷은 사정을 안고 있기에 실전의 보강은 게을리할 수 없다. 장면2 (기백 넘치는 받아치기) 우형에 아랑곳없이 △로 절단하며 전단을 구한 조훈현. 소득은 별무신통이다. 제2의 전단을 모색한 수가 백1의 헤딩. 이른바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 전법인데, 기세등등한 원성진은 흑2의 역공으로 화답했다. 통렬한 되받아치기! 참고도3 (속수무책) 백이 응수하기가 곤란해졌다. 1로 나가는 것은 흑2, 4로 솔솔 머리를 디밀고 나올 경우 응수 두절. 우변 백대마에 두눈이 없다는 게 크나큰 슬픔이다. 참고도4 (파국자초) 백1, 3으로 나가끊는 변화는 파국을 부를 따름. 우변에서 뻗어나온 흑을 잡지 못하면 그대로 지는 코스이다. 흑대마는 절대로 잡힐 형태가 아니다. 실전진행2 (상반된 기분의 장고) 조훈현의 손길이 뚝 끊겼다. 이 판 최대의 번민을 거듭한 끝에 1로 늘었다. 흑2에는 5까지 연결에 급급. 원성진도 흑6에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즐거운 장고. 여러 수단 중에서 흑6은 가장 안전책이다. 10까지 되고 보니 △부터 변화를 구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참고도5 (붙여끊는 맥) 골인 지점이 눈앞에 보이자 원성진도 매무새를 고치고 자중했다. 좀더 세게 두자면 흑1, 3으로 붙여끊는 맥. 만일 5까지 정돈된다면 더할 나위 가 없다. 조훈현의 칼날이 예전만 못하다. 치열함과 치밀함이 다소 무뎌진 인상을 풍겼다. 반면 자신에 찬 원성진의 수읽기는 그의 면모를 각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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