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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만감 뒤에 젖어든 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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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전에 출정한 한국기사는 6명.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 최철한 유창혁 송태곤. 어떤 순서로 이름을 나열하더라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쟁쟁한 얼굴들이다. 그 중 다섯 판은 한일전. 유일하게 한중 대결로 짜인 이창호구리 전은 양국 랭킹1위간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컸다. 공식시합에서는 두 번째 만남.  제18회 후지쯔배 16강전 ○구리 7단(중국) ●이창호 9단(한국) - 장소 : 일본기원 - 날짜 : 2005. 04. 11 - 결과 : 182수끝, 백불계승 장면 (외면당한 활용) 이창호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불리함을 따라잡은 순간 활용하는 기분으로 둔 흑1이 안일한 수. 백이 외면해 버리자 머쓱해졌다. 백2가 강렬. 흑진을 초토화시키며 양곤마로 몰아갔다. 그런 다음 가에 단속하는 수순까지 뽑게 되니 흑1은 바쁜 판국에 공회전한 수나 다름없다. 실전진행1 (경과수순①) 하변 공방에서 점수를 빼앗긴 흑이 다급한 입장. 그것이 1부터의 적극적 태도로 나타났다. 두점을 살리고 나선 흑7도 버틴 수. 여기서 어떻게든 실마리를 구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다는 듯 이창호는 최강으로 받아쳤다. 참고도1 (손실이 크다) 흑1은 넉점을 버림돌로 이용하려는 발상. 백8까지가 그것이다. 선수로 수습할 수는 있지만 사석 작전이라고 하기에 손실이 크다. 불리한 형세를 만회하기 어렵다. 참고도2 (요석 헌납) 백1로 받아줄 수는 없다. 흑2의 붙임을 당하는 순간 요석 석점이 꼼짝없이 잡힌다. 앞서 △로 맛좋게 A에 두지 못한 것도 흑2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실전진행2 (경과수순②) 응수를 생략한 변쪽은 희생을 치러야 한다. 백4가 맛이 나쁜 응수. 구리는 6, 8로 연결하면 위쪽 흑의 수습이 어렵지 않느냐고 여긴 듯한데…. 흑9부터 다섯점을 포기하는 발상이 훌륭했다. 구리가 간과한 대목. 덩치 큰 돌을 버릴 거라고는 차마 생각지 못한 것이다. 좌상에서 벌어들이고, 좌하를 흑집으로 변화시킨 바꿔치기를 통해 추격에 성공했다. 참고도3 (내려섬) 잠자코 백1로 내려섰더라면 우세를 견지할 수 있었다. 귀는 장차 흑2부터의 수단을 남긴 정도. 백이 넘어가고 나면 별게 없다. 무엇보다 변쪽의 뒷맛이 개운하다. 참고도4 (대단치 않다) 백이 손뺀 곳을 강력하게 추궁하는 수단이 있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하다. 흑1, 3으로 차단하려 해도 백4가 호수. 계속해서 흑A는 다시금 후수가 된다. 당장은 대단치 않은 수이다. 참고도5 (후수) 흑1, 3도 후수. 백이 손을 빼더라도 전체가 잡히는 일은 없다. 흑A에는 백B가 역시 유효하며, 흑이 그 부근을 대비하면 백A로 넘어서 그만. 우변이 급한 판국에 연거푸 후수를 감수할 겨를이 없다. 참고도6 (우변이 급선무) 실전은 백이 우변 흑진을 유린하며 실컷 괴롭힌 다음 유유히 좌변의 보강에 손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흑집만 깨진 꼴. <장면>의 시점으로 돌아가, 정수는 흑1(강하게 둔다면 흑A). 이 수로서 15집 이상의 흑집이 형성되므로 실전과는 큰 차이가 난다. 공은 둥글고, 의외성이 수반되는 승부의 세계. 정해진 결과라면 이미 승부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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