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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딛고 탄생한 묘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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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있어 좋고, 바둑이 있어 더욱 좋다. 일주일 간격으로 결전에 나선 스무 살 동갑내기의 우정의 무대. 저녁 나절이면 냉엄한 승부세계는 어김없이 그들을 승자와 패자로 갈라놓지만 무대를 벗어나면 이내 상대방 어깨에 팔을 얹는다. 친구야, 오늘은 네가 이겨 내가 기쁘고 내일은 내가 이겨 네가 행복하여라.  제16기 기성전 도전5번기 제3국 ○ 최철한 9단 ●박영훈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5. 03. 25 - 결과 : 144수끝, 백불계승 장면 (통쾌무비한 끼움) 라이벌전은 기세싸움도 풍성한 볼거리. 우상에서 시작된 기세충돌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빙 돌아가며 우변에서 절정을 맞는다. 그 도중의 실수와 착각은 묘착을 탄생시키기 위한 양념거리였을까. 수를 내는 과정에서 백1의 끼움수를 둔 쪽은 최철한. 막판에 몰린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기발한 발상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거니와, 이와 같은 통쾌무비한 맥점은 상대의 기를 꺾어놓는 이중의 가치를 지닌다. 실전진행1 (어이없는 착각) 하마터면 이 바둑은 좌변 공방에서 끝날 뻔했다. 백1로 끊어서 흑을 추궁하는 과정에 백3이 대악수. 미리 결정지을 필요가 없었다. 이어서 5에 뻗은 데서부터 13까지가 착각의 스토리. 흑14로 요석이랄 수 있는 백 넉점이 꼼짝없이 잡혀버리는 참상을 입었다. 단, 기분이 고조됐는지 흑도 16으로는 A가 정착. 참고도1 (단순한 뻗음) 백1은 좌상의 집을 도모하면서 흑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일착.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단순히 뻗어야 했다. 가령 실전처럼 진행되더라도 중앙 백이 잡히는 불상사는 없었고 흑을 맹렬히 괴롭힐 수 있었을 것이다. 국후 최철한은 경솔한 행동을 심하게 자책했다. 참고도2 (착각을 알아차렸다면) △와 ▲를 결정지은 이후에는, 또 착각하는 수순을 간파했더라면 근거를 위협하며 공격하는 백1이나 A가 올바른 공격 태도일는지 모른다. 흑도 얌전하게 받아주지는 않을 터. 좌상을 깨뜨리면서 삶을 구하고 나설 것이다. 이 때문에 백으로서는 2의 곳을 놓치기 싫다. 그 전의 △, ▲ 교환이 중대 과실이었다. 실전진행2 (돋보이는 사석 전법) 얼굴을 붉히며 망연자실해 하던 최철한. 막판이 아니었으면 홀가분하게 던지지 않았을까. 뒤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 낙심해 있던 정신력을 일깨워 주었다. 벼랑에 매달렸어도 끈을 놓지 않고 한발씩 올라왔다. 착각한 이후의 수순이 돋보였다. 돌을 키워죽이는 백1 이하가 멋들어진 사석 전법. 결코 ‘사후약방문’이 아니었다. 하변을 말끔하게 정돈하고 7로 몰아서 우변에서 수를 내는 토대를 구축하는 일련의 수순이 교묘하다. <실전진행1>에서 지적했던 흑의 잘못은 이러한 수순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참고도3 (안전한 후퇴) 수를 제공하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박영훈의 욕심(그는 형세를 비관적으로 보는 성향이 있다). 백1의 응수타진에 대해 실전에서 용서할 수 없다는 듯 흑3으로 거두어 들인 것이 화근. 냉철하게 판단해서 본도처럼 2, 4로 물러섰더라면 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참고도4 (미흡한 처리) 우변에서 수를 내는 데만 급급해 백1을 선수로 행사하는 정도로는 미흡하다. 흑은 2의 따냄. 이 수가 놓이는 순간 흑A로 젖혀나가는 수가 강력한 노림으로 발동한다. 실전진행3 (상전벽해) 규모가 작더라도 수를 내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로 끼운 수는 짜릿함의 극치. 두는 사람에게는 희열이, 보는 사람에게는 전율을 일으키게 한다. 제시한 실전진행은 수십 갈래의 변화 중에서 하나. 어떻게든 수가 난다는 사실에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참고도5 (어렵지 않은 삶) 돌을 거둔 이유는 이 그림이 설명해준다. 백2가 좋은 수. A의 곳에 약점을 지닌 흑은 3으로 따낼 수밖에 없으며 흑7도 백A부터 연단수로 몰아가는 수단 때문에 부득이하다. 패는 불가하므로 흑9도 절대. 결국 10까지 백이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박영훈의 입장에서는 우세를 승리로 닦아세우지 못한 게 못내 아쉽고 최철한으로서는 절망 끝에서 부여잡은 값진 승점. 끝낼 기회를 놓친 자와 기사회생한 자. 이번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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