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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 현혹시킨 버림돌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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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했던 리턴매치. 1년 전 일명 ‘최철한 포석’에 휘둘려 전통과 권위의 국수를 내주었던 이창호. 그 최철한은 기세를 몰아 기성까지 쟁취, 마침내 연말에는 MVP에 등극하며 2004년을 최고의 해로 장식했다. 이를 갈아왔던 이창호는 어떤 비책을 세웠을까. 이번에도 진다면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떼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전술이 속속들이 노출된 최철한은 또다른 신무기를 개발해 놓았을까. 2005년을 여는 첫 타이틀전. 3관왕과 3관왕의 맞충돌. 최근 세계대회에 밀려 주춤거렸던 국내바둑계가 모처럼 팬들의 구미를 끌어당길 빅매치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48기 국수전 도전5번기 제1국 ○이창호 9단 ●최철한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5. 01. 10 - 결과 : 149수끝, 흑불계승  장면 (회심의 한수) 1년 전 ‘창과 방패의 대결’로 관객의 눈을 붙들어맸던 양웅. 그러나 오늘은 좌하 공방을 빼면 차분한 집바둑으로 흘렀다. ‘이창호 스타일’이라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형세 또한 백이 나쁘지 않다는 검토실의 진단. ‘막강 후반’ 이창호를 눕힌 건 쉼없이 이어진 최철한의 펀치 세례가 아니었다. ‘버림돌의 마술’이었다. 흑1을 선수하고 3으로 슬그머니 나간 수가 회심의 일착. 참고도1 (평범한 처리) 단순히 흑3으로 막아서 처리하는 것은 평범하다. 검토실에서도 이런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예상하고 있던 차였다. 백도 4로 앓던 이를 빼내면 후련해진다. 흑9로 상변을 단속하면 백10이 짜릿한 한방. 이 진행으로 백쪽으로 기운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참고도2 (일석이조?) 흑이 두점으로 나간 수는 좀처럼 떠올리기 힘든 착상이다. 물론 축은 피하고 있지만 백에게는 양쪽을 맞보기로 삼는 수단이 있기 때문. 백1이 다음에 A와 B의 장문을 노리는 일석이조의 뻗음. 이를 모를 리 없는 최철한, 바로 이 점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전진행 (눈부신 끝내기) 백1은 절대. 이 수밖에 없다. 여기서 흑2 이하가 ▲로 움직일 때부터 그렸던 최철한의 일련된 구상. 백3에 의해 두점이 잡혔지만 우하의 끝내기를 보라. 상쾌하게 회돌이치며 중앙을 두텁게 한 후 흑8이 상당한 크기. 더욱이 선수다. 백9는 자기 집을 메우는 심정. 반면 흑은 10, 12도 이로운 활용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백은 단지 두점을 잡은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참고도3 (백의 버팀) 이창호도 실전수순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다. 착점의 선택에도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렇다면 형세분석에 오판이 있었던 걸까. 중앙 두점을 잡을 여유가 백에게는 없었다. 1, 3으로 끊어잡고 버텨야 했다. A로 껴붙이는 후속수단도 내포한 큰 수. 흑4로 달아날 경우 중앙쪽이 엷어지지만 백5로 정비하면 일단 견딜 수 있는 모습이다. 참고도4 (흑의 노림) 단, 흑도 순순히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백이 걱정스러운 점은 흑4부터 8로 상중앙 대마를 통째로 잡자고 덤벼 오는 수단. 이 그림이 무시무시한 노림이 된다면 실전은 어쩔 수 없는 행보인가. 맥 빠지는 패배인데…. 돌을 키워죽이는 마술에 현혹됐는지 이후 이창호는 던져야 할 만큼 절망적인 형세가 아닌 데도 이내 패국을 시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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