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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이를 악문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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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다시 찾아온 손님’. 조혜연루이나이웨이는 지난 기에도 여류명인을 놓고 자웅을 겨루었던 카드. 당시의 도전자 조혜연이 이번에는 수성하는 입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예상했던 대로 루이나이웨이가 도전권을 거머쥐고 그의 앞에 나타났다. 리턴매치. 99년부터 객원기사로 활동한 이래 여류기전을 싹쓸이 해왔던 루이나이웨이. 그 난공불락의 아성을 4전5기 도전 끝에 무너뜨렸던 조혜연. 한국여류의 성장을 이끌었던 루이나이웨이와 그 토양 위에서 일취월장하며 마침내 여류바둑계를 평정한 조혜연. 대표여류 두 기사가 또 한번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제6회 여류명인전 도전3번기 제1국 ○루이나이웨이 9단 ●조혜연 5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12. 29 - 결과 : 154수끝, 백불계승  장면1 (난국 자초) 치열한 공방이 기대됐으나 싱겁게 승부가 갈렸다. 원인은 몸 상태. 며칠 전부터 심한 감기를 앓아온 조혜연이 이 날은 고열에다 구토 증상으로 대국 중에 토하기까지 했다. 좌하의 실리를 차지하고 허용한 백세력의 견제가 당면 흑이 할 일. 그런 상황에서 3으로 걸치고, 이어서 5부터 귀를 파낸 일련의 구상이 난국을 자초했다. 10까지 상변에서 좌변으로 걸친 백모양이 웅장하다. 참고도1 (난해한 싸움) 굳이 걸쳤다면 1로 뛰어나가고 3으로 씌워가는 수단을 강구해야 하지 않았을까. A로 길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백4, 6으로 나가끊어 육박전. 백10 이후의 변화가 어려운데 흑A나 B. 이 싸움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참고도2 (유유한 갈라침) 흑이 걸칠 경우 백의 협공은 한눈에 들어오는 수. <참고도1>이 신통치 않다면 갈라쳐 가는 흑1이 역시 무난했다. 백2로 다가설 가능성이 큰 데 흑3으로 벌릴 여지가 있다. 계속해서 7, 9로 붙여끌면 좌하 백집은 대단치 않다. 만일 백2로 A쪽에서 다가오면 물론 흑10이 맞보기의 벌림. 장면2 (최악의 스텝) 몸이 아프면 생각하는 일조차 귀찮아지는 게 인지상정. 사고력이 생명인 바둑에서는 최대의 적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매번 최상으로 임할 수는 없지만 컨디션 조절도 실력의 일부분인 것을. 확실히 컨디션 난조다. 흑1로 반짝 대세점을 차지하는가 싶었으나 이내 3부터 최악의 스텝을 밟고 만다. 2선으로 스며들며 얻은 건 보잘 것 없는 실리. 반면 백6, 8은 앞선 2와 좋은 밸런스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참고도3 (단호한 뛰어듦) 단호하게 흑1로 뛰어들지 않으면 균형을 맞추어 나가기 어렵다. 2의 곳에 백돌이 놓인 관계로 귀의 흑이 핍박당하는 게 괴롭지만 백모양을 깨뜨렸으므로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 국후 검토에서 가장 많은 의견을 주고 받은 대목이 흑1로 뛰어든 이후의 변화였다. 참고도4 (수월한 타개) 백10으로 씌우는 고압전법에는 11, 13으로 두 번 밀고 나서 15로 진출하면 숨통이 트인 모습. 타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백도 위쪽 모양이 확대된 반면에 좌하 일단이 엷어지므로 일장일단. 흑A가 놓이면 자체로도 거의 안정을 취할 수 있으며, 백을 반격할 발판이 구축될는지도 모른다. 참고도5 (넘는 자세) 백2로 중앙 모양을 중시한다면 흑3, 5로 넘는 자세가 실전보다 월등히 낫다. 백도 이 정도로 처리하기에는 싱거운 마음이 들 것이다. 조혜연은 이를 악물고 악전고투하며, 나중에는 초읽기까지 몰리는 투혼을 불살랐으나 그런 몸상태로 루이나이웨이를 대항하기에는 애시당초 무리가 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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