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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를 흔든 56분의 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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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고 싶었던 리턴매치. 부활을 염원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 곡절 끝에 도전티켓은 이창호가 차지하며 최철한과의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그러나 개운치는 않았다.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실수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유창혁―. 힘든 2004년은 세밑까지 그를 괴롭혔다. 손안까지 들어왔던 첫 국수 도전권, 막바지에 손아귀의 힘이 풀렸다. 패인의 하나는 부족한 시간. 기권패를 불과 4분 남기고 56분이나 지각, 그 바람에 지각시간의 2배를 공제당해 일찌감치 초읽기에 몰린 게 화근이 됐다(유창혁은 개시 전에 대국장에 나왔으나 몸이 너무 안 좋아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왔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종국 때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고 함구했다). 제48기 국수전 도전자결정전 제3국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12. 20 - 결과 : 185수끝, 흑불계승  장면1 (신형 출현) 초췌한 모습의 유창혁. 컨디션이 최악인지 출발부터 삐걱댔다. 가로 뛰어두지 않고 백1로 껴붙여 먼저 일을 벌이러 간 쪽이 유창혁. 그런가 하면 흑2도 예사로운 행로가 아니다. 보통은 3의 곳 이음. 이리하여 신형이 출현한다. 낯선 길목에서 백5가 무리수. 반면 흑6, 8이 과수를 꾸짖는 호착이었다. 참고도1 (평탄한 길) <장면1> 백5로는 1에 잇는 게 정수. 흑2, 4를 허용하더라도 아프지 않다. ‘포석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아까 손을 뺐던 백5가 시급한 요처. 좌상은 흑A로 움직이는 맛은 있지만 당장은 위협적인 수단이 아니다. 실전진행1 (불가사의한 실수) 백이 응수하기가 곤란해졌다. 1, 3으로 두지만 이미 웅덩이에 빠졌다. 그런데 웬걸, 흑4가 이창호답지 않다. 천하의 이창호이기에 불가사의한 실수라고 해야 할지. 앞서 멋진 수를 두어놓더니 이번에는 상대를 혼내줄 기회를 스스로 무산시켜 버렸다. <참고도2>와 비교해 보시길. 참고도2 (상당한 차이) 흑1로 막았으면 그만이었다. 백8까지는 필연의 수순. 복기 때 유창혁도 각오하고 있었던 그림이라고 술회했다. <실전진행1>과 집으로만 4집 차이가 나며, 흑A의 따냄까지도 선수여서 두터움이 플러스 알파. 이후 실전에서 나타난, 백이 우상으로 침입해 오는 수단도 원천봉쇄가 된다. 참고도3 (흑승) 흑1로 막았더라면 달리 변화의 여지가 없다. 백이 변화를 획책하다가는 더욱더 수렁에 빠져들 뿐이다. 일례로 백2는 흑3부터 9까지 1수 부족. 또 백2로 A는 흑B. 단순한 흑1은 이창호가 못 본 게 아니라 안 봤다는 표현이 적확하지 않을지…. 장면2 (여유작작한 백) 오전에 난조를 보였던 유창혁. 하지만 오후부터는 몰라볼 정도로 투혼을 발휘하며 승부수를 연발, 기어코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다만 낙관 기질 때문에선지 좀더 달아날 수도 있었던 곳에서 쉽게 만족해 버린 점은 여운이 남는 처리. 그래도 1, 3으로 중앙 흑모양을 지워서 여유작작하다. 흑8은 이창호의 마지막 비틀기. 실전진행2 (통한의 패착) 사실 ▲는 승부수라기보다 궁여지책에 가깝다. 흔들어볼 곳이라고는 이 수밖에 없으므로. 백1, 3은 연결에 앞서 이득을 챙기는 치밀한 수순.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백5, 7 쪽으로 걸음을 뗀 것이 땅을 쳐도 울분이 삭히지 않을 패착으로 낙인찍혔다. 흑16까지 삭감의 첨병으로 나섰던 백일단이 속절없이 떨어져 나가서는 재역전. 수순 중 백9의 보강은 게을리할 수 없다. 참고도4 (연결 완료) 백1로 젖혔더라면 아마 도전권은 유창혁의 몫이었을 것이다. 3까지 연결 완료. 신의 계시였을까. 공교롭게도 마지막 고비를 넘어야 할 <실전진행2> 백5의 중차대한 시점부터 초읽기에 들어갔다. 만일 시간이 넉넉하게 받쳐주었더라면 그와 같은 실수를 저지렀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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