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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갈 때와 돌아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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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국수 최철한을 향한 9부능선에서 이창호와 유창혁, 사뭇 향수에 젖어들게 하는 90년대 라이벌이 샅바를 맞잡았다. 이런 광경을 머릿속엔들 그려본 이가 몇이나 되리오. 모름지기 ‘국수’는 명예의 상징으로 예부터 타이틀의 꽃으로 불렸다. 그러나 유창혁은 아직 그 자리에 앉아보지 못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명장 가운데 그가 유일하다. 늦게나마 국수 계보를 잇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관문이다. 이창호로서도 이겨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올 초 10년후배에게 내준 타이틀이 국수. 설욕의 리턴매치를 서두르는 그다. 제48기 국수전 도전자결정전 제1국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12. 06 - 결과 : 251수끝, 백6집반승  장면1 (호탕한 모양작전) 복기를 끝낸 유창혁은 ‘포석이 이상했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렇더라도 오랜만에 보는 모양작전은 실로 호탕했다. 새까만 암흑천지에다 백1로 불을 밝히려 했을 때 꿈쩍하지 않고 흑2부터 힘을 축적하는 유창혁. 그런데 실은 이 공방의 절충 과정에서 쌍방 실수가 있었다는 게 검토에서 밝혀졌다. 실전진행 (실속면에서 의문) 먼저 실전진행을 보면 선수를 가진 백이 1로 쑥 들어와 버리자 흑은 실속이 없지 않느냐는 것. 흑2로 모양의 급소에 한방 알리더라도 백5로 훌쩍 달아나니 뾰족한 공격수단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두텁게 막은 ▲로는 선제공격을 가하는 편이 어땠느냐는 얘기도 오갔지만 백A의 틈새가 남아 있어 별무신통이라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참고도1 (이창호의 주장) <장면1> 흑10과 같이 뒤돌아설 것이 아니라 1로 몰아쳐야 했다는 게 상대방 이창호의 주장. 백도 굴복할 수는 없으므로 2. 결국 백4까지 필연인데 흑5로 모는 수가 기세등등하다. 중앙쪽이 다치더라도 대신 좌변쪽은 흑의 독무대. 백집보다 더 큰 집이 생길 태세다. 가령 흑9로 달리면 집으로도 충분히 대항할 수 있다. 참고도2 (얌전히 받는 정도) <참고도1>은 누구보다 이창호가 가장 껄끄럽게 여긴 그림. 난처한 장면에 처했을 거라고 술회했다. 그래서 흑3에는 얌전히 4로 받는 정도였다는 것. 백집의 크기에서도, 흑모양의 규모에서도 실전과 차이가 난다. 유창혁도 머리를 끄떡였다. 장면2 (돌아선 발길) 두번째 포인트는 좌상 공방. 대마를 돌본 △로는 눈 딱 감고 5의 곳을 차지하면 실리면에서 월등히 앞서 달릴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우세한 마음에다 조심성 많은 이창호는 대마에 가일수했고 흑1의 침입을 받아들였다. 초점은 백2 때. 유창혁은 노타임으로 3으로 돌아섰는데 좌상귀가 백집이 되고, 반상최대인 좌하귀마저 백이 선착하게 돼서는 흑이 덤을 장만하기 힘들어졌다. 참고도3 (과감한 진격) 상대가 반발할 줄로만 생각하다가 순순히 물러서니까 순간적으로 기분이 고조된 것일까. 실전진행으로도 벌어들였지만 그 정도로는 어차피 부족하다. 좌상을 마지막 승부처로 삼아 보다 적극적인 수단을 궁리할 기회였다. 귀쪽으로 발을 뻗는 흑1이 과감한 진격. 3까지는 정해진 코스다. 만일 백4, 6으로 잡으려고 덤비는 것은 17로 끊겨 오히려 낭패. 참고도4 (위험천만) 잡으러 가기가 쉽지 않다. 한발 물러선다면 백4로 안형을 위협한 다음 백6. 그러면 귀는 흑7로 껴붙여서 패가 난다. 그러나 이 패는 일단 흑A 등이 기분좋은 팻감이고, 또 백이 패에 질 경우 흑B를 당하면 좌상 백말 전체가 흔들린다. 위험천만이다. 참고도5 (형세 근접) 국후 양웅이 도출해 낸 절충안이 이 그림. 백4가 호수. <참고도3>처럼 잡으러 갈 경우 15, 17로 끊기는 수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일단락된 모습은 흑이 5, 7로 귀에서 살고 백은 8로 한점을 끊어잡는 변화. 섣불리 유불리를 점치기 어려울 만큼 근접된 형세다. 거의 일방적으로 밀린 실전에 비하면 한결 호흡이 편해졌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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