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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 출격… 제풀에 주저앉은 속사포
드디어 이창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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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까지 왔다. 최종라운드에도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의 때이른 등판이다. 진로배부터 시작된 한국의 연속우승 신화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혼자서 5연승을 달려야 우승 고지에 깃발을 꽂는다. 뤄시허, 왕밍완, 왕레이, 가토 마사오, 왕시. 앞으로 넘어야 할 첩첩산중의 산이다. 분명 벅찬 현실. 그러나 면면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솔직히 적지 않은 팬들이 은근히 이런 상황을 기대하기도 했다. 진정한 이창호의 능력을 즐기기 위해. 농심배 25연승―. ‘불패 사나이’ 이창호는 일단 첫 관문을 무난히 뚫었다. 이제 남은 건 4연승! 제6회 농심신라면배 제10국 ○이창호 9단(한국) ●뤄시허 9단(중국) - 장소 : 부산 농심호텔 - 날짜 : 2004. 11. 29 - 결과 : 228수끝, 백불계승  ※기보가 보이지 않는 분은 여기 클릭 장면1 (상궤를 벗어난 행동) 부산라운드를 마감하는 한판. 상대전적에서는 이창호가 3전승으로 멀찌감치 앞서 있다. 전광석화 같은 손바람을 일으키던 뤄시허. 거기다가 오늘은 ‘괴초식’을 보태서 덤볐다. 정공법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게다. 그러나 이래저래 역부족임을 절감해야 했다. 흑1 이하가 상궤를 벗어난 몸짓. 7로 젖히는 수에 매혹된 모양인데…. 실전진행1 (느린 발걸음) 뤄시허의 범상치 않은 수법은 아니나 다를까, 맥이 나쁘다는 질타를 받았다. 중앙 석점의 공배가 메워진 바람에 흑4의 수비가 필요(생략하면 백A로 끊겨서 못 견딘다), 좌변의 큰 곳을 백에게 허용하고 말았다. 먼저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수를 잡은 건 발이 느려도 한참 느리다. 그렇다고 백을 공격하는 수단이 생긴 것도 아니다. 이 대목부터 뤄시허는 슬슬 밀리기 시작했다. 참고도1 (고수의 행마) 지나친 기교가 되레 화를 불렀다. 잠자코 지켜두는 흑1이 당장은 움츠리는 것 같아도 뒷날을 내다보는 고수의 행마. 애시당초 ▲로도 1에 두는 게 순리였다. 백은 2로 대비하는 정도. 그런 다음 우상 백을 3부터 압박하며 전기를 모색하는 구상. 아래쪽에 든든한 재산도 있어 선착의 효력은 여전하다. 장면2 (자멸의 한수) 힘에서 눌리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지 갈팡질팡 허둥대는 모습이 선명한 뤄시허. 급기야는 자멸하는 행동을 드러냈다. 좌상 방면에서 모처럼 괜찮은 수순으로 조금 따라붙은 순간 흑1이 자폭에 가까운 한수. 끊을 수 있는 곳을 스스로 잇게 해주었으니. 백2가 안형까지 생각하는 좋은 응수. 상하에 맞보기 한눈이 있어 대마에 걱정거리가 없다. 참고도2 (혼자만의 생각) 뤄시허는 복기 때 백1로 이을 줄로만 지레짐작했다고 술회. 그러면 흑3이 제격이다. 실전과 다른 점은 백대마가 좇길 경우 A로 후수삶이 불가피하는 것. 자체로 살아있는 완생과 1수 더 들여야 하는 미생은 큰 차이다. 실전진행2 (공허한 메아리) 뤄시허의 실전 수순은 전략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스러울 지경이다. 세력을 쌓은 것도 아니고,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을 장만하는 수도 아니다. 유일한 복안이라면 △의 차단을 엿보면서 중앙을 키워보자는 것. 그러나 차단할 찬스가 없다. 백5로 연결하니 공허한 메아리만 들려올 뿐이다. 참고도3 (모양 확대) 흑1로 끊을 수밖에 없었다. 백이 손뺀 곳이기도 하므로. 백은 2로 한번 몰고 나서 4로 끊어가는 것이 행마법. 8로 두점을 잡을 때 흑9로 제압하며 모양을 살려나갔더라면 아직은 갈 길이 먼, 창창한 대낮이었다. 참고도4 (초지관철) 또 기왕지사, 미약하나마 벽을 쌓았다면 계속해서 중앙쪽을 두어야 체면이 살지 않을까. 백2로 건너붙이면 흑3으로 끼워서 서로 집을 짓는 전개. 11 또는 A로 넓혀 중앙 흑집의 규모가 승부가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백의 우세는 바뀌지 않는다. 그 전에 흑이 원체 이상한 수를 연발한 죗값이 크기 때문이다. 백2로는 그쪽은 건드리지 말고 아예 B의 큰 곳을 차지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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