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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실색! 21수째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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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실색! 21수째 패착 ‘박찬호가 미국대표?’ 조치훈의 일본대표 출전은 분명 국가대항전 색채를 퇴색시킨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국가대항전의 효시인 진로배부터 꼭 한국대표로 참가하고 싶어했던 그. 반면 일본대표 자리는 극구 사양해 오다가 마지막 기회인 이번에 어렵사리 발걸음을 뗐다. 오늘은 적으로 나타난 조치훈이 갈 길 바쁜 모국팀의 발목을 낚아챘다. 외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당면 반상의 상황에만 몰두하는 승부사. 귀속 여하를 제쳐두고 목숨과도 같은 바둑을 둘 수 있는 현실 자체를 감사하는 자세로 임하지 않았을까. 제6회 농심신라면배 제8국 ○조치훈 9단(일본) ●최철한 9단(한국) - 장소 : 부산 농심호텔 - 날짜 : 2004. 11. 27 - 결과 : 160수끝, 백불계승  장면 (무모한 공격) 아마추어 시절 조치훈에게 몇차례 지도기를 받았었던 최철한. 프로에 입문해서는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 오늘에야 소망을 이루었다. 그러나 너무 이른 초반에 판세를 그르치는 바람에 제대로 실력을 겨루어 보지도 못했다. 우하 노림수에 지나치게 힘을 준 게 화근이었다. 흑1로 바짝 육박했음에도 손을 뺐으므로 공격하고픈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뿌리째 흔들려고 한 발상이 무모했다. 참고도1 (만족 이상) 사실 우하귀는 백이 먼저 두어서 지키려고 해도 맛이 나빠 마땅찮았던 곳. 그런 이유도 있고 해서 흑의 공격은 때가 이른 느낌이 없지 않다. 굳이 추궁한다면 흑1 정도. 백2로 위에서 막는 것은 3, 5로 실리를 도려내서 만족 이상이다. 계속해서 백6으로 머리를 내밀면 흑A～백D가 기분좋은 활용이 된다. 참고도2 (실리 차지) 백은 2로 차단하는 한수. 그것에 대해서는 흑3부터 5가 준비된 수순이다. 9까지 두점을 잡은 실리가 적지 않으므로 그런대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수순 중 백6으로 7에 잇는 것은 흑8로 젖힘당해 백이 수상전에서 1수 진다. 실전진행1 (멋진 대비책) 조치훈은 백1로 잇는 데 무려 18분 이상을 쏟아부었다. 제한시간 3분의 1에 가까운 장고. 물론 당연한 이 수에 투입한 시간은 아니었다. 흑2로 습격해 왔을 때 백3이라는 멋진 대비책을 수립하는 데 공들인 시간이었다. 머릿속에 없었던 호수를 당한 최철한의 손길이 뚝 끊어질 수밖에 없다. 참고도3 (흑의 노림) 최철한이 구상한 그림. 흑2에 백의 대응이 어렵지 않느냐고 속단한 것이다. 백3에는 우직한 빈삼각이지만 4, 6이 호수(흑4로 6은 백7로 막혀 아무것도 안 된다). 16까지 백이 보기좋게 걸려든다. 그래서 백3으로 4에 후퇴하면 흑3으로 넘어서 앞서 〈참고도1〉과 동형으로 돌아간다. 백대마의 근거가 없으면 주특기인 공격력이 빛을 발휘할 것이다. 참고도4 (젖힘의 효과) 귀쪽으로 젖혀간 △의 기막힌 방어책으로 흑의 노림수는 물거품이 됐다. 젖힌 수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 그림이 설명해 준다. 백10으로 막을 수 있는 것. 흑은 A나 B로 끊을 틈이 없다. 실전진행2 (흔들리는 행마) 실전진행2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한 최철한. 그 충격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졌을까. 흑1 이하의 처리도 상책이 아니었다. 2선을 타고 넘어간 모습은 집이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다. 25까지 되고 보니 우상귀 ▲의 위치도 영 어정쩡하다. 그에 비해 백은 2로 한방 알렸고, 18과 20으로 박자가 척척 맞아들어가며 공격받기는커녕 세력의 위용을 갖추었다. 내버려 두었더라면 백이 내내 신경쓰였을 곳을 괜히 건드려서 힘을 실어준 이적행위였다. 참고도5 (피해 축소) 엎질러진 물이긴 하나 지금이라도 마음을 추슬러 조금이나마 주워 담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실전진행2〉 흑5로는 1에 찌르는 게 피해를 줄이는 길(백2로 3은 흑2, 백A, 흑B). 타격을 모면할 수 없지만 막강한 두터움에 의지할 여력이 있어 속절없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두 패착이라고 지목한 〈실전진행1〉 흑2는 21수째. 흑의 착수로는 불과 11수 만이다. 노림수를 정확히 꿰뚫은 조치훈의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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