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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부딪친 창… 360°를 휘감아돈 백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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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으로 가는 특급열차에 누가 탑승할까. 여태까지 단 한번도 어김없이 ‘출전=우승’의 공식을 이어온 농심배. 거슬러 올라가 진로배에서도 그랬다. 10연속 우승행진은 ‘신화’다. 한중일 3국이 힘을 겨루는 본선무대보다 태극마크를 향해 경쟁하는 국내예선이 더 치열한 싸움터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무려 45대 1의 관문을 뚫으며 6연승을 올려야 한다. 제6회 농심신라면배 예선 결승 ○이세돌 9단 ●최철한 8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09. 23 - 결과 : 290수끝, 흑15집반승  ※ 기보가 안보이시는 분들은 여기 클릭 장면1 (싸움의 발단) 와일드 카드 이창호에다 유창혁 안달훈 한종진이 선발전을 통과, 먼저 태극마크를 달았다. 나머지 한 장은 이 판의 승자. 최철한이 2회와 3회에 각각 3연승과 2연승을 올리며 우승을 견인했던 반면, 이세돌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본선조차 밟은 적이 없다. 시작과 동시에 좌상에서 점화된 싸움이 좌하로, 우하로, 우상으로 포석 없이 한 바퀴를 휘감아돌며 치열하게 전개됐다. 묵묵히 실전진행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치있는 한판. ▲의 엷음을 찔러간 백1, 3이 불을 질렀다. 참고도1 (필요한 활용) <장면1>의 진행은 백이 5, 7로 변신하는 틈을 제공해 흑으로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므로 흑4에 앞서 본도 1의 활용이 필요했던 자리. 백2와의 교환은 부분적으로 악수지만 흑3으로 싸울 때 힘이 붙는다. 만일 백4 이하로 굴복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 흑의 만족. 다만 백2로는 A로 제압하고 흑2를 감수할 수도 있어 전혀 다른 바둑. 그렇더라도 실전보다는 바람직한 진로였다. 실전진행1 (과속 페달) 이 판은 당면의 태극마크 못지 않게 ‘포스트 이창호’를 향한 자존심의 격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털끝만큼이라도 기세에서 눌리지 않으려는 심리가 여기 저기에서 엿보인다. 시종 바둑판을 뜨겁게 달군 엄청난 샅바 싸움! 활용 하나를 아낀 바람에 흑이 큰소리치기 어려운 처지. 그런데 백4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흑5가 호수. 여기서부터 백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참고도2 (이어서 충분) 왜 백1로 잇지 않았을까. 이랬으면 흑은 자신의 허리를 두동강이 내고 있는 △로 인해 심하게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백은 초반의 물살을 탈 수 있었다. 물론 이세돌도 맨 먼저 떠올렸을 터. 생각을 바꾼 것은 실전쪽이 한층 강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실전진행2 (빛나는 수확) 백으로서는 좌변 흑 두점의 공략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백1로 총대를 맸는데 흑2가 은근한 버팀이다. 나아가 1선에 꼬부린 흑12가 최철한의 진가를 느끼게 해주는 호착. 급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서도 정확히 이 수를 찾아냈다. 16까지 피 한방울 안 흘리고 백일단을 수중에 넣어 혁혁한 전과(백15로 16은 흑A. 이후 흑B로 유가무가를 만드는 수와 흑15로 나가끊는 수가 맞보기여서 역시 백이 안 된다). 장면2 (2라운드 공방) 한시도 중단 없는 백병전이 이번에는 좌하로 무대를 옮겼다. 이세돌이 백1의 걸침부터 만회를 모색했을 때 흑2에서 ‘파이터’ 최철한의 기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상 못한 강수. 가뜩이나 시빗거리를 찾고 있는 백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게 아닐까. 더욱이 위쪽에는 백의 두터움이 대기하고 있지 않은가. 유연성의 결여인가, 주체할 수 없이 들끓는 피의 발산인가? 실전진행3 (또다시 포인트) 실전진행을 따라가 보면 최철한의 의중이 읽힌다. 흑1이 다음의 한수. 그랬다. 귀에서 쌈지 뜨기보다 싹싹하게 포기하고 하변에서 터전을 닦으려는 전략이었다. 실리는 좌상 공방에서 크게 벌어놓았으므로. 검토실의 의구심도 풀렸다. 백4는 그렇게는 해줄 수 없노라는 반발심. 그러나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5의 건너붙임부터 귀의 흑이 부활하고, 하변도 15까지 탄탄한 자세. 2라운드 공방에서도 흑이 쾌재를 불렀다. 참고도3 (나중을 기약) 오늘 이세돌은 곳곳에서 좀더 세게 다그치려다가 역습의 틈을 남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방 먹은 상심과 뒤처진 형세가 반발심을 일으켰을 테지만 정수는 백1로 귀를 잡아두는 수. 냉정하게 마음을 추슬러 놓고 다음을 기약하는 태도가 이 시점에서의 최선책이었다. 차기 ‘대권’을 놓고 후배와 마주한 이세돌의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간 듯했고, 그런 면에서 최철한은 상대적으로 편한 마음가짐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두 기사, 창과 창의 맞충돌답게 여한 없이 싸운 한판. 그 용기와 기백에 박수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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