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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는 힘… 정면승부로 지킨 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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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승 2패. ‘왕위 전쟁’이 끝 간 데까지 왔다. 8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 이창호에 ‘퍼펙트 도전자’ 이세돌의 파워도 손색이 없다. 백번승리의 전개도 흥미거리다. 이제는 단판승부. 역시 막다른 상황으로 치달아야 제맛이다. 짜릿하다. 왕위마저 빼앗기면 이창호는 무관이나 다름없다. 연초부터 국수ㆍ기성을 잃은 그. 보유타이틀 중에서 명인은 중단 상태이고, LG정유배는 선수권전이어서 우승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기분적으로는 오히려 무관인 이세돌쪽이 편할지 모른다. 제38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5국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 장소 : 서울 명지빌딩 - 날짜 : 2004. 08. 17 - 결과 : 182수끝, 백불계승  장면1 간과한 저항 ‘이창호니까 절대 잡으러 들지 않을 거야’라는 이야기가 떠돌던 때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 그랬다. 그래서 상대방은 조금 무리하게 덤비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 이창호는 ‘멀티 플레이어’로 변모했다. 과도기에서 발생하던 흔들림도 싹 가셨다. 3ㆍ三침입 과정에서 백2가 강인한 막음이라면 흑5로 끊어 뒷맛을 들이려고 한 것이 이세돌의 생각. 그러나 백6ㆍ8의 반발을 간과했다. 참고도1 (안전하지만) 흑1로 살아두면 지극히 안전하고 평범하다. 다만 백2로 날렵하게 대비해 버리면 아무런 맛도 노림도 가질 수 없다는 게 흠. <장면1>처럼 끊음 한방이 있느냐 없느냐는 향후 국면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차이를 발생시킨다. 이 그림과 같이 백의 외곽이 티끌 하나 없이 정돈될 바에야 애당초 3ㆍ三을 파는 발상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실전진행1 (얽기 작전) 좌하 흑은 자체로는 방도가 없다. 좌상으로 달려간 흑1은 좌하와 관련지으며 노림을 품은 압박. 당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이 부분만으로도 괴로운 데 좌하까지 연관된 수읽기가 필요하다. 승부와 직결될 복잡다단한 변화. 백으로서는 1이 오기 전에 그 자리를 지켜둘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이창호는 굳이 몸을 움츠리지 않았다. 백2로 한번은 물러서더니 흑3을 보자 백4로 화를 냈다. 참고도2 (간명한 삶) <실전진행1> 백4로는 1로 뒷걸음질 치면 가시밭길을 들어서지 않아도 된다. 3까지 완생. 2 부근에 흑돌이 놓이는 정도로는 좌하쪽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이창호는 수비바둑에서 탈피, ‘힘에는 힘’으로 맞받아치기로 컨셉트를 정한 듯하다. 승리 못지 않게 이겨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상대의 스타일대로 들어주면서 이겨내면 통쾌함은 두배 이상이다. 장면2 빈삼각의 호수 이세돌의 장점은 전투를 이끌어내는 수법이 탁월하다는 것. 중요한 판인 만큼 어려운 변화를 피할 법도 한데 추호도 망설임이 없다. 좌하의 실패 때문인지, 처음부터 그쪽과 연계시킬 속셈이었는지는 본인만이 알 터. 분명한 것은 이창호도 맞장구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좌상과 좌하를 둘러싼 공방이 여전히 안개속이다. 흑1로 한눈을 만들어서 수상전 양상. 이에 대해 오후대국 첫수 백2가 물꼬를 확 끌어당긴 ‘빈삼각의 호수’였다. 30여분의 공을 들인 백6도 정면승부. 참고도3 (유가무가) 모양에 구애받아 백1로 두어 버리기 쉽다. 게다가 절대선수. 이렇게 단점을 방비하고 나서 다음수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사고법이다. 예컨대 백3. 물론 이 수는 유가무가로 잡혀 버리므로 즉각 철회하겠지만 <장면2>의 백2와 같은 우직한 꼬부림은 실전에서 좀처럼 찾아내기 어렵다. 실전진행2 (공격하는 즐거움) 좌상에서 갈피를 잃은 이세돌은 다시 좌하로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백2가 기분좋은 젖힘. 바꿔치기는 승산이 희박하므로 흑3은 어쩔 수 없다. 백4부터 좌하를 정돈시키는 이창호의 손놀림에는 여유로움이 배어 있다. 도중 귀의 흑을 수중에 넣을 기회가 있었으나 뒷맛 나쁘게 잡으러 들지 않고 싹싹하게 풀어주었다. 대신 상변과 좌변 일대의 흑말이 미생. 두곳의 흑을 공격하는 즐거움으로 왕위9연패의 흥을 돋구었다. 참고도4 (간명한 길) 백1로 시원스럽게 돌파하는 구상을 펼 수도 있었다. 흑2로 잡는다면 3으로 대비해서 이보다 간명한 길은 없을 테니까. 흑의 패착을 꼬집어내기 어려울 만큼 이창호가 정면승부에서 힘을 발휘한 쾌승보였다. 그 뒤는 정확한 형세판단에 의한 빈틈없는 마무리 솜씨. 최후 집부족에 허덕인 이세돌이 완강하게 버티자 대마의 명줄을 끊으며 5개월여에 걸친 왕위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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