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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에서의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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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판에서 불완전연소한 최철한. 하늘까지 찌를 듯한 위세는 어디 가고 근래 볼 수 없었던 무기력한 패배였다. 팬들에게 무더위를 날려 버릴 시원한 승리를 선사하고, 도요타배→삼성화재배→응씨배 준결승으로 쉼없이 이어지는 굵직한 세계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무대로 삼으려 한 전략에 차질을 빚는 건 아닌지. 2국은 최철한의 흑번. 천하의 이창호도 고개를 떨구었던, 강인한 힘을 발산하는 흑번이다. 제8회 한중천원전 3번기 제2국 ○구리 7단 ●최철한 8단 - 장소 : 경주 현대호텔 - 날짜 : 2004. 08. 12 - 결과 : 267수끝, 흑불계승  장면1 안일한 활용 1국에서도 그런 능력을 보여주었듯이 본국에서도 구리는 치밀한 수읽기로 관전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공격의 최철한이 흑1로 진로를 가로막자 구리는 2, 4로 기대어가며 힘을 모았다. 호시탐탐 가 부근의 약점을 곁눈질하면서. 그것이 신경쓰였을까, 보강을 겸하면서 활용하려 한 흑5가 안일했다. 백이 이어주지는 않을 터. 6으로 끊어간 것은 당연한 반발이다. 실전진행1 (뭉툭한 호수) 흑1로 뻗고 싸울 수밖에 없는 노릇. 이때 백2가 뭉툭하지만 빛나는 한수였다. 이 수에 흑의 손길이 얼어붙었다. 흑3, 5는 바꿔치기라도 해보자는 손짓. 그러나 구리는 만전의 수읽기로 그것마저도 용납해 주지 않았다. 백6이 강수. 흑7에는 백8로 건너붙여 검토실은 단명국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참고도1 (가능한 싸움) △로 끊어오는 반발은 최철한이 제일 먼저 염두에 두었을 것. 어쩌면 흑1에 백2로 막는 수에만 촉각을 곤두세웠던 게 아닐까. 성립한다면 이것이 최강수이므로. 그리고 그것이면 흑도 3, 5로 젖혀이어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참고도2 (끊는 수는 무리) △로 늘었을 때 흑1, 3으로 끊고 수상전을 시도하는 수는 억지다. 백4, 6으로 양쪽을 빈삼각으로 두며 수수를 메우는 것이 호수. 다소 길지만 이하 18까지 수순을 늘어놓아 보면 흑의 무리라는 것이 판명된다. 장면2 찾아든 기회 우변 △의 강타에 착수를 잊은 최철한은 한동안 갈피를 잃었다. 고심 끝에 내린 단안은 전면전. 그러나 손실이 너무 컸다. 그래도 완봉패를 당할 수 없노라는 오기와 끈끈한 승부근성으로 마음을 추스렸다. 거기에는 구리의 느슨한 자세도 일조를 했다. 이윽고 기회가 찾아들었다. 골인 지점이 아른거리는 시점에서 백1, 3이 작은끝내기. 3으로도 가에 두는 편이 나은 데 구리는 이미 승리를 의심치 않았던 모양이다. 백척간두에서 승부를 뒤집은 흑의 수는 어디일까? 실전진행2 (기사회생의 껴붙임) 정답은 흑1이다. 이 껴붙임 한방으로 불끈 솟아올랐다. 줄곧 뒤따라 다녔던 최철한은 11로 넘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두가 어려운 바둑이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기어코 역전승을 일구어낸 무서운 저력! 참고도3 (올바른 끝내기) 백이 경솔하게 끝내기한 탓에 중앙 대마를 후수를 살리는 상황을 만든 것이 화를 불렀다. 그럼 어떻게 끝내기를 하는 게 옳을까. 백1, 3을 선수하면 대망의 5의 곳을 차지할 수 있었다. 백대마는 흑6으로 눈을 빼앗기더라도 7부터 11로 살 수 있었던 것이다(A의 약점 때문에 흑B로 몰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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