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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퉁수’의 화려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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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원과 중국천원, 어느 쪽이 셀까? 두 나라 천원전 우승자가 천년고도의 숨결이 살아있는 경주에서 승부를 겨루었다. 특히 첫판은 세계문화유산목록에 등록된 불국사에서의 뜻깊은 대국. 바둑이 문화창달의 전령사로서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한국천원은 몇달새 이창호를 연거푸 밀쳐내고 거인으로 성장한 최철한, 중국천원은 녜웨이핑 마샤오춘 창하오로 형성돼 온 중국바둑의 계보를 이어나갈 구리. 새세대 간판스타끼리의 힘겨루기다. 제8회 한중천원전 3번기 제1국 ○최철한 8단 ●구리 7단 - 장소 : 경주 불국사 - 날짜 : 2004. 08. 10 - 결과 : 189수끝, 흑불계승  장면1 정석선택의 오류? 공식시합에서 첫 대국. 새세대를 열어가는 대표기사인 만큼 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않을까. 부모님까지 동행한 최철한. 열렬한 홈팬들의 응원이 부담스러웠는지 첫판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좌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석이 첫번째 초점. 그 과정에서 백6은 실리지향책인데, 이 수가 흐름을 꼬이게 만든 것 같다. 흑9가 의외로 강력한 움직임. 승기를 잡는 발판이 됐다. 참고도1 (선수를 잡는 정석) 평범하게 백1로 젖혀끼우는 정석이 어땠을까? 가장 알기 쉽고 무난한 처리이며, 무엇보다 선수는 백의 차지가 된다. 그 선수를 귀중하게 사용할 곳은 흑이 손을 뺀 우상 8의 젖힘. 진작부터 두고 싶었던 호처다. 혹은 A로 우하를 걸쳐가는 수도 한가지 방법. 구미 당기는 대로, 취향대로 선택하면 될 터. 실전진행1 (강하게 두었지만) 일찌감치 상대의 기를 꺾어놓을 심산인지 최철한이 시작부터 조금 세게 흔들어 댔다. 하지만 구리는 중국랭킹 1위. 전투적인 기풍이 말해주듯 싸움이라면 그도 일가견이 있다. 급박한 양상은 8까지로 한 부분이 매듭지어 졌다. 나머지 한 부분은 좌하쪽. 곧바로 <장면2>에서 보자. 장면2 부득이한 공격 움직인 흑은 손쉽게 안정. 흐름상 백은 좌하 흑을 공격할 도리밖에 없다. 공방의 와중에 가의 곳 단점을 떠앉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공격의 신호탄은 백1. 최철한은 흑을 몰아붙이며 약점을 효율적으로 방비하려 했는데…. 참고도2 (다른 공격법) 지고 나면 하나 하나의 수마다 아쉬움이 남는 법.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백1로 낮게 공격하는 수도 제시됐다. 9까지 리듬을 타는 예상도. 독자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하신지. 실전진행2 (무거운 발걸음) 근거를 확보하려 한 흑1, 3이 민첩한 돌아서기. 막상 포문을 열어젖혔으나 끊기는 부담감이 백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마음껏 몰아칠 처지가 못 되는 것. 백12는 최강의 버티기. 거꾸로 이곳을 밀리면 상대를 살려주고 자신만 곤마가 되므로 놓치기 싫었던 모양이다. 실전진행3 (찬사받은 독수) 흑1, 3으로 궁도를 확보하자 최철한은 직접 4로 단점을 보강했다. 그러나 흑5가 뼛속까지 파고든다. 백6으로 그럭저럭 수습이 될 것 같은 순간 흑7이 독수. 구리의 기량이 응축된, 찬사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한수였다. 타개법이 마비된 듯 최철한은 8로 발걸음을 돌렸고, 알토란 같은 백 여섯점이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참고도3 (하변안정이 급선무) 서둘러 연결한 <실전진행3> 흑4로는 하변 대마의 활력을 불어넣는 게 시급한 일이었다. 어째서 백1로 손질하지 않았을까? 당면 흑2, 4의 절단에는 궁색하지만 7까지 목숨은 보장된다. 참고도4 (뒷날 기약) 실전은 흑이 백을 잡고서 수습한 모습. 실질적으로 이 대목에서 승부가 갈렸다. 어떻게든 여섯점을 살려놓고 뒷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백1로 마늘모붙이면 산다. 흑2에는 백3의 웅크림. 또 흑2로 3이면 백A로 역시 산다. 최철한도 못 보진 않았을 터. 굴욕적인 삶이 싫었을 것이다. 하변공방에서 크게 상심한 최철한은 제대로 힘을 못 써보고 주저앉았다. 반면 ‘안방퉁수’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구리는 모처럼만에 힘을 뽐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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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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