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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 못 미친 ‘우먼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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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통합예선전은 18대 1의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시험대. 그 어려운 관문의 최종문턱까지 2명의 태극낭자가 치고 올라왔다. 조혜연(19)과 박지은(21). 여기서도 승리하면 우리나라 여성기사로는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 본선진출자로 이름을 올린다.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여성의 위상도 만방에 드날린다. 여류국수․여류명인에 빛나는 조혜연은 콩지에(孔杰), 정관장배 우승과 농심배 태극마크를 달았던 박지은은 양이(楊一)와 대결. 한중전이 됐다. 제9회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결승 ○조혜연 5단 ●콩지에 7단 - 262수 끝, 흑6.5집승 ○양이 5단 ●박지은 5단 - 257수 끝, 백1.5집승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08. 03  장면1 조혜연(백)콩지에 조혜연콩지에 전. 중국랭킹 2위에다 한국킬러의 명성답게 콩지에는 시종일관 조혜연의 여린 몸을 밀어붙였다. 일찌감치 ‘실리파’ 콩지에의 구미에 들어맞는 전개. 궁지에 처한 조혜연은 흑1의 움직임에 백2의 고압작전으로 실마리를 구하려 했다. 그리고 백10의 버림돌 작전. 참고도1 (검토실 주장) <장면1>의 백10은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작전이다. 흑11로 이으면 백 두점을 살려낼 방도가 마땅찮기 때문. 검토진은 어차피 두점을 죽일 바에야 곧장 백1로 버리는 편이 낫다는 주장을 폈다. 두텁게 구축한 벽을 배경삼아 우상 흑일단의 공격에 판의 운명을 건다는 스토리. 조혜연의 생각은, 이후의 멋진 수단에 매혹된 듯한데…. 실전진행1 (기막힌 방어) 조혜연은 1을 선수한 후 3, 5로 막아가는 수에 매력을 느낀 모양이다. 하기야 검토실도 순간 술렁거렸다. 그러나 콩지에는 30분이 넘는 긴 시간을 투입하더니 흑6이라는 기막힌 방어책을 찾아냈다. 조혜연은 궁여지책으로 9로 끼워 보았으나 귀는 귀대로 굳혀주고, 좌변 백 석점도 제구실을 못하는 흐름이 되고 말았다. 참고도2 (백의 희망도) 아마도 조혜연이 <실전진행1> 흑6의 수를 깜박한 게 아닐까. 단순히 본도 흑6이라면 11까지 귀의 실리를 차지해서 백의 작전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수순 중 흑8로 9에 받는 것은 백A, 흑B를 교환한 다음 백8로 넘게 돼 흑이 곤란하다.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난 것이 불운이랄까, 이후 조혜연은 추호의 빈틈도 허용치 않는 콩지에의 완벽한 솜씨에 하릴없이 무릎을 꿇었다. (262수끝, 흑6집반승) 장면2 박지은(흑) - 양이① 박지은양이 전. 양이는 비교적 낯선 인물인데 자국랭킹 20위권을 맴도는 실력자. 한살 위 박지은을 맞아 약관의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줄곧 리드해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분발해야 할 흑에게 백1이 천근의 무게로 어깨를 짓눌렀다. 카운터펀치에 가까운 위력으로, 백3이 이어지는 연타. 흑4는 고심 끝의 선택이었으나 9까지 주객이 전도된 흐름이다. 참고도3 (안방을 내준 꼴) 백3에 흑4로 막고 싶지만 실속이 없다. 5부터 백이 사는 건 전혀 힘들지 않는 일. 13까지 알뜰하게 자리를 펴면 흑은 유일한 희망이었던 안방을 고스란히 내준 꼴이다. 그 대신에 쌓은 두터움은 주변 백이 견고한 자세여서 쓸모가 없다. 집차지 면에서 대차가 난다. 장면3 박지은 - 양이② 형세가 백쪽으로 크게 기울어 검토열기도 싸늘히 식어있을 때 박지은의 흑1 치중수가 다시금 불을 지폈다. 흔히 말하는 독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알기 쉽게, 날렵하게 뻗쳐나가던 양이의 손길이 이 한수에 얼어붙었다. 꼼짝달싹 하지 않기를 30여분…. 참고도4 (집요한 추궁) 우세한 백이 1로 한발짝 양보하려 해도 흑2에서 4가 고삐를 늦추지 않는 집요한 추궁이다. 백5로 눈물을 머금고 돌아설 때 흑6, 8로 넘으면 선수로 크게 포인트를 올린 모습. 흑A도 기분좋은 여득이다. 그렇다고 백5로 6에 차단할 수는 없는 노릇. 흑A, 백B, 흑C로 찌르고 들어가면 사단이 난다. 계속된 수순은 백D, 흑9, 백5, 흑E. 실전진행2 (냉정한 방향전환) 고민을 거듭한 끝의 결단은 방향전환. 손을 대는 것은 오히려 긁어부스럼이라고 판단한 양이는 진작부터 노림으로 남겨두었던 하변으로 손길을 돌렸다. 이것이 냉정하면서도 현명한 처사였다. 그 이후는 양이의 안전운행과 박지은의 눈부신 추격전. 한때 반집차까지 따라붙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러나 상변에서 보여준 따끔한 일침은 한국여성의 매운 맛을 과시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257수끝, 백1집반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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