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숨은그림찾기’
이창호의 ‘숨은그림찾기’
[제38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2국] 한창규  2004-07-21 오후 02:06   [프린트]


권위의 상징 국수와 연패기록을 쌓아가던 기성. 애착 많던 타이틀을 잇따라 최철한에게 빼앗겼던 이창호. 후배들의 거센 도전은 예서 그치지 않고 날이 갈수록 강력한 무기로 압박해 오는 실정이다.
이번에는 이세돌이 나섰다. 본선리그 7전 전승의 무결점 도전자. 도전1국마저 이겨 상대전적(13승 14패)에서도 턱밑까지 추격한 공격바둑의 대명사. 특히 개막전에서는 ‘종반의 힘’으로 상대를 쓰러뜨러 갈채를 듬뿍 받았다.

제39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2국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07. 20
- 결과 : 184수끝, 백불계승




장면1 (치열한 접근전)

우상귀 신형으로부터 출발한 바둑이 흥미만점이다. 거기다가 흑1부터의 치열한 접근전은 한여름날의 뜨거운 열기를 한층 달구어 놓는다.
흑3으로 붙여간 수는 앞선 1과 한 세트의 맥. 백의 응수가 자못 궁금한 장면이다. 이창호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참고도1 (무책임한 젖힘)

▲로 붙여간 수에는 우반부 일대를 크게 키우려는 포부도 담겨 있다.
맨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응수라면 백1의 젖힘일 것이다. 이것에는 흑2의 이단젖힘이 맥. 흑4 때 백5가 필요해 이하 8까지 흑의 작전에 걸려든 꼴이다. 따라서 백1은 무책임한 수.








참고도1 (망가진 모습)

백1로 위쪽으로 젖히면? 여러 갈래가 있지만 이때야말로 ▲가 구실을 한다는 검토진의 설명.
4까지 선수로 밀어놓고 6, 8로 건너기를 시도하면 백의 응수가 여의치 않다는 것. 변화의 한 줄기에 불과한 참고도일 뿐이지만 축머리가 나쁜 백이 구렁텅이에 빠진다.








실전진행1 (견실한 수비)

이창호의 ‘다음 한수’는 단순한 백1이었다. 맞받아치기보다 견실하게 지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직접적인 대응은 맞장구를 쳐줄 우려가 높다고 판단한 듯하다.
사실 좌하귀는 흑이 손해를 본 거래. ▲로 밀어 △를 얻어맞고, ■로 끊어 □와 교환한 것은 정상궤도가 아니다. 아마 이세돌은 하변 싸움에서 보상받으려 한 것 같은데 이창호는 살포시 예봉을 피했다.









장면2 (번뜩이는 감각)

<실전진행1>에서 이어지는 수순. 흑1은 당연하면서도 기분좋은 젖힘이다. 계속해서 흑3으로 밀어붙인 것은 우변 모양과 호응시키려는 뜻.
여기서 백4를 보았는가. 기발하다고 해야 할지, 번뜩이는 감각이라고 해야 할지….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은 호착이요, 이 한판의 가치가 이 한수에 농축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흑1을 감수하며, 앞서 △로 대비할 때부터 이 수까지 시야에 넣어두었을 거라고 짐작한다면 지나친 칭찬일까.





참고도3 (흑의 의도)

백1로 넘어가면 지극히 보통. 누구나 품을 수 있는 발상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의도대로 흘러간다는 게 못내 껄끄럽다.
백의 허리를 굽히게 만들며 쌓은 흑세력이 우반부의 모양과 더불어 척척 맞물려 가고 있다. 수순 중 백3으로 2에 늘어도 흑A로 틀어막혀 오십보백보.








실전진행2 (맥의 효과)

심사숙고 끝에 이세돌은 1로 움츠렸다. 그렇다면 백2도 즐거운 활용. 그 수가 원동력이 되어 4, 6으로 젖혀가는 힘을 얻었다.
이렇게 된 마당에 7의 곳까지 백에게 허용하기 어려울 터. 이창호는 맥의 효과로 8로 ‘쑤욱’ 머리를 내밀었고, 나아가 왼쪽 흑말 전체를 공격하며 승세를 다지는 밑거름이 됐다.








참고도4 (자랑거리)

△에 대해 흑1로 강하게 나오면 일단 2로 넘어둔다. 우하귀는 장차 백A부터 일을 벌일 여지를 남겨 놓았다는 게 백의 자랑거리. 흑B에는 백C로 꼬부려 무조건 잡히지는 않는다.
△는 승착으로 평가받았다. 아득한 곳에서, 범인(凡人)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를, 이창호는 마력과 같은 힘으로 찾아내며 시리즈의 저울추를 본디 그 자리에다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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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영롱 ｜  2004-07-21 오후 5:26:00  [동감0]    
그러나 막상 발톱을 드러내면 그 누가 감히...
푸른영롱 ｜  2004-07-21 오후 5:25:00  [동감0]    
다른 분야가 워낙 뛰어나니 자연스레 묻혀(?)버린 것일 뿐. 호호
kristine ｜  2004-07-21 오후 5:10:00  [동감0]    
누가 창호님에게 번뜩이는 감각이 없다고 하였는가.
루루걸 ｜  2004-07-21 오후 3:22:00  [동감0]    
자주 조명해주세요 ㅋ
재언 ｜  2004-07-21 오후 3:20:00  [동감0]    
오키 샷 뚜루 빵 1등이다 지중조명 재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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