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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연 국수’에 혼쭐난 ‘철한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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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국수가 말 그대로 ‘자웅’을 겨루었다. 최철한과 조혜연, 신예10걸전 본선리그에서다. 이미 최정상 클래스에 이름을 올린 최철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무대지만 대회 시작 무렵에는 그도 5단 이하의 출전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1년도 안 된 사이에 훌쩍 커버렸다. 이름값에서 다소 처지는 조혜연이지만 어엿한 ‘여류바둑의 대표’. 거기다가 스무살 동갑내기라는 점이 가슴속의 투지를 끌어낼 것이다. 제8기 SK가스배 신예10걸전 본선리그 ○ 최철한 8단 ●조혜연 5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07. 12 - 결과 : 240수끝, 백불계승  장면1 (번뜩이는 감각) 몇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자기사는 남자의 적수가 못 됐다. 성대결이 열리기라도 하면 으레 남자쪽이 이길 걸로 치부해 버렸다. ‘어쩌다’ 여자쪽에서 승리하면 ‘이변’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래도 최철한의 절대우세를 점치는 건 그가 일류이기 때문. 불리한 흑이 오직 모양에다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장면이다. 다만 가의 곳이 눈엣가시. 당장 결행하는 것은 팻감이 없으므로 최철한은 1, 3으로 안전하게 깎는 정도로 절충하는가 싶었는데, 이윽고 백5가 힘차게 떨어졌다. 참고도1 (변화를 원천봉쇄) 팻감만들기인 <장면1>의 최철한의 면모가 드러나는 ‘번뜩이는 감각’. 백1로 둘 때부터 이 수를 내다보기란 여간해선 힘들다. 그 수의 의미는, 단순히 백1로 둘 경우 흑이 A로 받지 않고 2로 물러서는 수를 원천봉쇄하는 데 있다. 실전진행1 (믿음직한 팻감) 백은 한 팻감만 받쳐 주면 시한폭탄으로 남겨 두었던 중앙쪽의 패를 걸어갈 힘이 생긴다. 최철한은 흑1로 응수할 때 2로 패를 걸고, 이어서 믿음직스러운 4의 팻감을 발동시켰다. 그 결과 흑의 재산이었던 대모양의 일각을 허물어뜨리며 격차를 한층 더 벌렸다. 참고도2 (넉넉한 형세) △의 팻감공작에 대해 흑1로 차단하는 것도 별무신통이다. 백2부터 팻감의 값어치를 키운 후 백8이 약속된 팻감. 12까지 흑일단을 접수하면 좌상일대의 백집도 엄청난 크기. 거기다가 우상과 우하의 실리도 뒷받쳐 주고 있다. 백이 넉넉한 형세. 장면2 (분란의 불씨) 차이를 더 벌리기보다 우세를 적당히 닦으면 백이 무난히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는 형국. 백1은 좌하 흑에 대해 선수. 흑2로 3에 따내는 것은 백가의 한방이 아프기 때문에 2를 활용하려 했는데 기세로 나간 백3, 5가 괜스레 분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귀는 백집으로 변했으나 흑6, 8로 들이밀자 백의 터전이었던 좌변이 초토화될 위기. 참고도3 (흑, 파탄) △로는 잠자코 A로 막아 흑1의 삶을 강요했더라면 백이 승리하는 데 그리 많은 노력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흑1 이하의 반발은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도. 실전에서 등장할 리는 만무하다. 실전진행2 (역전 무드) 백1은 최대한의 압박. 그렇지만 흑4, 12 등이 조혜연의 실력을 웅변해 주는 타개의 수순들. 20까지 패맛은 남았어도 좌변 흑은 거의 안정형. 그것은 공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최철한이 21로 방향을 전환한 수에서도 알 수 있다. 흑의 대실패. 역전이라는 소리가 드높았다. 참고도4 (반격당할 우려) 한 가지 더 설명하자면, <실전진행2>의 흑4는 맥. 단순히 1로 젖힐 경우 백2의 반격을 당할 우려가 있다. 백10까지 잘려나간 것은 꼬리라기보다 본체에 가깝다. 그러나 이 바둑은 백의 승리로 끝났다. 한때 흑이 우세하다는 얘기가 파다했지만 조혜연은 역전무드를 살리지 못하고 아쉽게 패했다. 최철한의 기량이 한수 위였다고 할밖에. 그렇지만 불리한 국면을 역전까지 몰아붙인 힘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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