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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의 힘 요다 노리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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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빠진 굴의 권좌는 누구 차지가 될까? 이창호의 중도 탈락으로 우승컵 향방이 더욱 흥미진진해진 후지쯔배. 그 이창호를 8강에서 낚아챈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와 그에 맞선 한국바둑의 ‘젊은피’ 송태곤. 불혹을 앞둔 요다 노리모토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거기다가 홈팬의 열렬한 성원과 합세, 마지막 남은 열도의 자존심을 지켰다. 제17회 후지쯔배 준결승전 ○송태곤 7단(한국) ●요다 노리모토 9단(일본) - 장소 : 일본기원 - 날짜 : 2004. 07. 03 - 결과 : 255수끝, 흑불계승  장면1 (요다의 저력) 송태곤은 지난대회 준우승자. 반면 요다는 여태까지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게다가 일본은 최근 6년간 우승은 고사하고 결승진출자도 없었던 터라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팽팽한 국면에서 흑1부터가 요다 노리모토의 힘이 드러나는 대목. 실로 강인한 움직임으로, 이쪽 백모양만 지우면 우세를 주장할 있다는 외침이다. 흑3으로 머리를 눌러간 수가 호착. 백의 형태를 무너뜨리며 흑모양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실전진행1 (빗나간 강공책) 하변 집모양이 대가없이 깨지면 이렇다할 실리가 없는 백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백1은 그 같은 심정에서 나온 강공책. 하지만 흑2의 급소를 당하니 후속타가 여의치 않아졌다. 결국 백3으로 틀어막았는데 흑4가 호수여서 흑이 죽는 일은 없다. 참고도1 (준비된 응수) <실전진행1> 흑4 때 백이 본도처럼 1로 젖히고 3으로 몰면 잠자코 1선에 내려빠지는 흑4가 준비된 응수. 이 그림은 애초 강력해 보였던 백모양이 오히려 알뜰한 흑집으로 둔갑해 버린 모습이다. 참고도2 (좌하의 노림) 실전의 진행은 ‘믿는 구석’이었던 하변이 볼품없이 망가져서 저울추가 흑쪽으로 확연히 기울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공격이 안 통할 바에야 차라리 백1, 3으로 힘을 축적한 다음 좌하 흑진을 건드려 보는 편이 어땠을까? 실전 역시 좌하귀에 손이 갔지만 하변의 상황과 관련돼 있어 매서운 맛이 없었다. 실전진행2 (요다의 묘수) 송태곤은 흑을 살려주는 대신 좌하의 강력한 노림이나 중앙확장에 기대를 품은 듯하다. 그러나 흑4가 그런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묘수. 응수가 난감해진 백은 별 수 없이 좌하귀에 손을 댔지만 위력이 없다. 흑8, 10이 간명한 처리. 귀를 내주더라도 하변에서 더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참고도3 (통째로 흑집) ▲의 붙임이 어째서 묘수인가 하면 백이 1, 3으로 함부로 나가끊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흑4로 누르면 좌하에서부터 하변에 걸쳐 통째로 흑집. 백5에는 흑6으로 꽉 막아서 그만이다. 참고도4 (백의 구상) 송태곤의 수읽기 속에는 흑1로 단순히 사는 걸로 계산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백2로 가볍게 활용하고 6으로 중앙을 키우면 확실히 백에게 꿈이 많은 그림이다. 백에게 약간의 실수가 있긴 했지만 이 바둑은 전반적으로 요다 노리모토가 왜 강한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기에 충분한 역작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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