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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력행마가 남기고 간 엷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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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5천만원을 향한 열전의 레이스가 장도에 올랐다.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24명의 건각들. 저마다의 벅찬 꿈을 안고 스타트라인에 섰다. 과연 이번 회는 누가 영광스러운 왕관의 주인공이 될까. 한국에서는 현선수권자 이창호를 중심으로 출전국 중 가장 많은 12명의 최정예기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4연속, 통산7회 우승에 믿음을 주는 당당한 진용이다. 제9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1회전 ○조훈현 9단(한국) ●왕리청 9단(일본) - 장소 :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 - 날짜 : 2004. 05. 18 - 결과 : 243수끝, 흑2집반승  장면1 (지나친 속력) ‘조훈현바둑’ 하면 으레 연상되는 수식어가 ‘전투의 화신’이라든지 ‘속력행마’. 그러나 오늘 그의 속력은 엷음을 자초하는 과속 페달이 되고 말았다. 좌하에 약한 말을 떠안고 있지만 백1은 진작부터 손이 근질거렸던 곳.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우상의 실리를 탐한 백7이 국면을 엷게 만든 지나친 손바람이었다. 실전진행1 (대단치 않다) 장면도에 이어서 흑1이 기운찬 올라섬. 백2가 △로 둘 때부터의 후속 수단이지만 생각만큼 파워가 대단치 않았다. 흑3으로 강렬하게 차단하고 나서니 우상 공방의 칼자루는 누가 쥐고 있는지 모를 지경. 그 사이 왼쪽 백 한점이 절로 흑의 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참고도1 (두터운 처리) 앞서 △로 둔 의도를 계승시키는 의미에서라도 백1부터 정돈하는 편이 바람직스러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그림은 실전과 달리 백이 두터움을 구축한 모습. 물론 좌하 백말에 대한 성원도 겸하며, 은근히 하변에서 뻗어나온 흑말을 공격하는 모션도 취하고 있다. 장면2 (타개가 초점) 두터움의 효과는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하기 마련. 흑은 좌중앙에서 벌어들였고 중앙에도 도톰한 집이 생기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백도 우변의 요처 △를 선점해 실리상으로는 재미있는 형국. 문제는 흑1, 3에 대한 타개가 관건으로, 이곳만 맵시있게 처리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일단 백6, 8은 중앙 흑모양의 견제이며 흑은 9로 칼날을 들이댔다. 실전진행2 (실리의 손실이 크다) 백1은 조훈현이 30여분을 장고한 수. 흑5로 막으면 백4로 젖혀나가 승산 높은 싸움으로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적시타 흑2에 응수가 여의치 않다. 백6으로 이으면 흑5로 막게 돼 백1이 악수. 부득이 백3, 5로 변신했으나 흑6까지 제공한 실리의 손실을 감당키 어렵다. 형세를 그르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참고도2 (창창한 승부) 백1로 타개하는 수를 못 봤을까. 그렇진 않을게다. 5까지 연결해 두면 백A도 듣고 있어서 창창한 흐름이 지속됐을 것이다. 백1로 좀더 확실히 둔다면 B, 흑C를 먼저 교환해 둘 수도 있다. 조훈현이 장고한 것을 보면, 여기서 승부를 결정지으려고 한 게 도리어 화를 자초하지 않았나 싶다. 참고도3 (반발은 없다) 백1에 흑2의 반발은 생각할 수 없다. 당장 백3, 5로 끊겨서 천길 낭떠러지. 아쉬운 한판이 되고 말았다. 이 바둑만을 놓고 볼 때 날카로움이 예전만큼 못한 듯하다. 하지만 무려 45대 1이라는 국내예선의 관문을 뚫고 본선에 나선 것만으로도 조훈현은 여전히 건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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亂花散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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