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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깊은 맛은 수읽기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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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은 정상으로 가는 등용문. 일류기사의 반열에 오르려면 어떤 계기나 디딤돌이 있어야 하는데, 입단 10년 이하의 경연장인 신인왕전은 더없이 좋은 기회의 무대다. 비록 제한기전이긴 하나 타이틀 획득은 자신감을 크게 불어넣어 준다. 승부세계에서 자신감은 기량 다음 가는 재산. 눈빛 싸움에서 지면 절반 이상을 꿀리고 들어가는 거나 진배없다. 제14기 신인왕전 결승3번기 제3국 ○안조영 8단 ●이영구 3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04. 30 - 결과 : 180수끝, 백불계승  장면1 (싸움의 발단) 누구의 힘이 세고 누구의 수읽기가 정밀한가. 이 바둑은 수읽기 싸움으로 시작돼, 그것이 종결됨과 동시에 승부의 모든 것도 결정나 버렸다. 아마추어의 접바둑에서나 나옴직한 백1이 싸움의 발단. 아니, 그보다 백5로 들여다본 데서부터 11로 냅다 나가끊은 수가 잔잔한 국면에 바윗돌을 던졌다. 참고도1 (평온한 수습) <장면1> 백7로 본도 1이면 평온하게 수습할 수 있었다. 백7, 9의 기분좋은 선수활용에 이어 11로 품을 넓히면 사는 데는 지장없다. 다만 백으로서 내키지 않는 점은 사는 과정에 11, 13 등의 악수를 두어야 하고, 또 흑18을 선행당해 상대에게 폭넓은 바둑을 허용한다는 것. 그렇긴 하더라도 앞서 상변에서 △로 챙겼으므로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도2 (기세등등한 양날개) △로 둔 이상 백도 끊지 않기는 어렵다. 백1, 3의 젖혀이음을 선수하고 나서 5로 달리면 귀의 실리를 차지할 수 있지만 흑도 외곽이 말끔히 정돈된 모습. 그런 다음 흑6으로 기세등등하게 양날개를 펼치면 <참고도1>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실전진행1 (흑이 유리한 싸움) 흑1의 젖힘이 호수. 안조영이 간과했던 대목으로, 이 수를 간파했더라면 애당초 나가끊지 않았을 거라고 국후 반성했다. 흑5로 바짝 메운 수가 좋으며, 호구로 응한 흑7도 나무랄 데 없다. 귀의 백은 자체로는 죽은 모습. 이와 같이 흘러서는 조금이라도 더 흑에게 유리한 발판이 마련됐다. 장면2 (느슨한 행마) 백은 귀를 속절없이 헌납해서는 힘들어진다. 잡힌 손실을 만회하려면 바깥쪽 흑을 압박하며 이득을 올려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상대의 느슨함을 틈타 이내 역습의 물꼬를 튼다. 일단 백1은 급소의 밀어올림인데 흑2가 상승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어떻게 두는 게 옳았을까. 참고도3 (타이트한 호구) 흑1로 호구치는 것이 타이트하면서도 힘찬 행마. 백2라면 흑3의 들여다봄을 선수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자랑스럽다. 이 돌이 놓임으로 해서 흑은 중앙쪽 출구가 봉쇄당하는 아픔을 피할 수 있다. 실전과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다. 실전진행2 (결정타가 된 씌움) ▲는 자충의 냄새마저 짙게 풍긴다. 백9에서 13으로 당하고 나니 모양새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백15의 씌움이 거의 결정타. 흑은 이후에도 치열하게 맞섰지만 좀처럼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우상에서 발발한 수읽기 싸움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두 기사는 지극히 느린 템포로 오전대국까지 고작 36수만 두는 데 그쳤다. 그 결과 흑은 73수, 백은 90수에서 초읽기에 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튼 두 기사, 여한없이 수읽기 싸움을 펼친 멋진 한판이었다. 여유가 있는 분은 총보를 감상해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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