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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 대국이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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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전에서 퍼펙트 승리를 일구었던 태극전사. 2회전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8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명이 8강행. 당연히 참가국 중에서 최고성적이다. CSK배 우승으로 기세등등하던 중국세를 셧아웃시켜서 쾌거의 강도는 더욱 높다. 다만 정신적 지주 조훈현이 석패한 것은 못내 애석하다. 20세기말 백척간두의 승부를 펼치곤 했던 조훈현과 요다 노리모토가 오랜만에 마주했다. 제17회 후지쯔배 16강전 ○요다 노리모토 9단 ●조훈현 9단 - 장소 : 일본기원 - 날짜 : 2004. 04. 12 - 결과 : 254수끝, 백4집반승  장면1 (세력을 집으로?) 2004년 들어 60일 넘도록 대국에 목말라했던 조훈현. 한번 문을 여니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다. 3월 5일부터 20여일 동안 국내에서 8판을 소화하더니, 3월말부터는 중국리그에 출전해 8판을 두고 곧장 일본으로 날아갔다. 엄청난 강행군이 아닐 수 없다. 체력이 배겨낼는지 걱정스럽다. 흑은 하변의 모양이 돋보이고 백은 좌우하귀의 착실한 실리가 받쳐주고 있다. 중앙을 돌보는 백1, 3에 흑4로 받은 것이 문제의 한수. 이쪽은 원래 흑이 강한 영역. 그곳을 조금 넓혀서 울타리를 치는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다. 실전진행1 (중앙이 백의 세력권) 흑이 조그맣게 둘러싸는 사이 중앙에 뜻하지 않은 백의 벽이 생겼다. A의 두점머리를 방치한 채 1로 달려간 것은 그만큼 흑이 바빠졌다는 증거. 백2에 흑B는 백8이 너무 뻔하다. 조훈현은 흑3의 맥으로 압박을 벗어나려고 했으나 백4가 호착. 이하 14까지 틀어막으며 중앙 백세력권이 한층 위용을 갖추었다. 실전진행2 (실점은 줄였지만) 그나마 흑1이 타개의 맥으로 실점의 크기를 다소 줄였지만 요다는 중앙을 한껏 다져놓고 귀는 귀대로 4, 6으로 알뜰하게 살려 유망한 형세를 구축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흑이 하변을 에워싸며 백의 등을 두텁게 해준 것이 얼만큼 악수였는지가 더욱 두드러진다. 참고도 (발빠른 전략) 앞서 흑▲로는 A로 높게 걸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라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가 실리에 민감한 수라면 A는 중앙 백을 좀더 압박하는 적극책. 그건 그렇고, 그것보다 하변을 확보하려 한 〈장면1〉 흑4가 대세를 망가뜨린 큰 잘못이었다. 이 수로는 백이 손뺀 좌상을 1로 선공하는 편이 발빠른 전략이었다고 검토실에서 입을 모았다. 장면2 (번득이는 요다) ‘공동경비구역’로 여겨졌던 중앙이 어느새 새하얗게 백천지로 변했다. 흑은 1로 껴붙여 삭감의 단서를 구하려 했는데 먼저 2 쪽에서부터 손을 댄 것이 요다의 실력을 가늠케 해주는 대목. 상대방의 응수 여하에 따라 흑1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법을 찾고 있다. 실전진행3 (과밀 대국이 주범?) 흑1이 삭감의 한계. 그후 조훈현은 9, 11로 상변에서, 다시 13으로 우중앙에서 동분서주하며 흔들어 댔으나 요다는 간명하게 14로 따내서 후환을 없앤 다음 18로 안형을 위협한 것이 마무리 펀치. 아무래도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과밀 대국이 짐이 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쉽지만 조훈현 우승컵을 후배들에게 부탁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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