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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를 다스리는 V3의 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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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쯔배는 승리의 전령사. 봄볕이 완연한 열도로부터 매년 따스한 소식을 듬뿍 담아 온다. 6연속 우승의 고공비행. 제일주의를 외치는 일본이 야심차게 출범시켰던 자존심이어서 더욱 통쾌하다. 올해는 통산 3회 우승자 조훈현, 2회 우승자 이창호 이세돌 유창혁. 거기에다가 막강 청년군단 최철한 조한승 송태곤 박영훈이 출사표를 던졌다. 면면을 볼 때 7연패는 떼논 당상이다. 제17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본선1회전 ○조훈현 9단 ●치우쥔 6단 - 장소 : 일본기원 - 날짜 : 2004. 04. 10 - 결과 : 158수끝, 백불계승  장면1 (서두르는 흑) 조훈현은 이 대회 최다 우승자. 천하를 두루 호령한 그의 경력 앞에 22살 치우쥔(邱峻)은 새파란 햇병아리. 근래 최연소 중국명인 등극, 신인왕전 우승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상승세라 할지라도 큰 무대는 자주 서 본 사람이 힘을 쓰는 법. 아니나 다를까, 관록이 패기를 압도했다. 치우쥔의 경험부족은 흑1에서 드러난다. 아직 팽팽한 승부인 데도 실리부족이 부담스러웠는지 승부를 서두르고 있다. 실전진행1 (백이 남는 장사) 우변 패는 팻감이 뒷받침된다면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다. 문제는 팻감. 흑이 팻감을 쓸 곳은 좌하방면이 유일한데 2나 8은 악수 팻감. 백11을 받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므로 불청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13까지의 이해득실은? 백이 우변에서 입은 손실보다 좌하 흑을 무력화시킨 소득이 크다는 판정이다. 참고도1 (유유한 수법) 흑은 우상의 세력을 어떻게 살려 나가느냐가 관건. 그 방편의 하나로 1을 행사한 다음 3으로 걸쳐가는 수가 떠오른다. 이와 같이 모양의 폭을 키워 가는 것이 고수의 면모가 풍기는 유유한 수법이 아닐까. 장면2 (조훈현의 배짱) 흑의 보물창고는 우상. 이 모양이 어느 정도 집이 되느냐가 승부의 초점이 됐다. 모양을 집으로 만들 때는 직접적인 수법보다 공격하며 자연스럽게 일궈가는 것이 최상. 치우쥔 역시 흑1에서 3, 5로 리듬을 구했는데 조훈현은 백6 그리고 백8. 백전노장의 승부호흡이랄까, 실로 두둑한 배짱이다. 이로써 집차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실전진행2 (과격한 붙임) 심하다 싶을 만큼 상대방이 집을 챙기니 젊은 혈기 치우쥔이 잔뜩 열 받은 모양이다. 그런 심정이 흑1이라는 과격한 몸짓으로 표출됐다. 그러나 백2가 날카로운 건너붙임. 노련한 조훈현은 12까지 선수로 안정한 다음 14로 밀어가서 승부가 끝났음을 선언한다. 참고도2 (희망이 있다) <실전진행2> 흑1로는 1의 곳이 요소였던 것 같다. 이 수는 백을 공격하면서 좌변 흑 두점에도 성원을 보낸다. 그러고 나서 우중앙 확대에 힘을 쏟아부었더라면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을 것이다. 조훈현은 신예를 다스리는 힘을 지녔다. CSK배 대표 탈락이라는 고충이 있었지만 이내 털어 버리고 V4를 향한 주춧돌을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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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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