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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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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동갑내기인 두 기사는 1990년대 세계무대에서 심심찮게 만났다. 요다 노리모토가 ‘이창호 킬러’로서 악명을 떨칠 때 그런대로 자기 역할을 한 유창혁은 국내팬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됐다. 외모에서 짙게 풍기는 일본무사 이미지, 거기다가 요란한 부채 소리와 장작 패듯이 내리꽂는 요다 노리모토의 대국 태도가 그때는 어찌 그리 불손해 보이고 얄미웠던지…. 제3회 CSK배 바둑아시아 2회전 ○ 요다 노리모토 9단 ● 유창혁 9단 - 장소 : 일본 오키나와(沖繩) - 날짜 : 2004. 3. 22 - 결과 : 229수끝, 백3집반승  장면1 (호탕한 전법) 흑의 모양과 백의 실리로 대치된 국면. 흑이 하변의 모양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승부의 포인트로 떠올랐다. 요다의 백1은 흑진을 삭감하며 두점의 안정도 겸하는 호처. 흑은 가로 받아주면 가장 무난하나 ‘공격수’ 유창혁은 그런 싱거운 응수는 안중에도 없는 듯 호탕한 전법을 들고나왔는데…. 실전진행1 (불만스러운 바꿔치기) 본인의 심중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좌하귀에 붙여간 흑1부터는 뭔가 밸런스가 흐트러진 행동. 귀의 실리를 차지하기는 했으나 애써 쌓았던 하변 흑모양이 볼품없이 힘을 잃었다. 모양바둑을 주창했던 유창혁이 도중 무슨 영문으로 마음이 바뀌었을까. 백으로서는 이 갈림이 무척 고맙다. 참고도1 (기대할 수 없다) 상대방을 뭉친 꼴로 만들려는 의도였을까. 백4로 몰아잡으면 흑5가 기분좋은 한방. 이것만으로도 흑은 상당한 활용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실전진행처럼 반발하고 싶어진다. 공격 태세를 취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좌하에서의 행보는 분명 유창혁의 난조다. 장면2 (제풀에 주저앉다) 좌하에서 기세를 올린 백은 중앙의 미생마를 적절히 돌보면 탄탄대로의 여정. 그런데 요다는 멋진 묘기를 보이려다 도리어 제풀에 주저앉고 만다. 가에 뛰어나가도 충분하지만 어쨌든 백1은 맥점. 좋은 수다. 흑2는 궁여지책. 여기서 백3 이하가 엉거주춤한 행마. 흑12까지 멀쩡해 보였던 백일단이 엷어졌다. 그 사이 백이 얻은 거라곤 △의 끊음. 그마저도 오른쪽이 약한 상황이어서 움직여 나가기란 요원하다. 참고도2 (백, 우세 유지) <장면2>의 백3으로는 1에 막아가는 수가 간명하고도 좋았다. 10까지 하변 흑집을 최대한 허용하지만 대신 백은 중앙이 한층 강화된다. 게다가 귀하고 중요한 선수는 백의 차지. 초반에 잡은 우세를 굳게 지켜나갈 수 있었다. 장면3 (찬스 도래) 유창혁은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공격수. 날카롭게 맥과 급소를 짚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지금 중앙에 산재해 있는 백돌들이 그의 레이더에 들어왔다. 흑1에서 5로 좌우를 가르고 나가니 백의 허약함이 점차 두드러진다. 대세를 장악할 찬스가 도래했다. 실전진행2 (공격 실패) 중앙 백을 어떻게 몰아붙일지, 공격법이 자못 궁금한 대목에서 유창혁은 흑2에서 8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이 일련의 수순은 백9의 수를 간과해 버렸다. 백9가 호수! 이 수는 흑이 석점을 살려야 할 때 백11의 씌움과 안성맞춤으로 호흡한다. 우상귀의 실리도 백13을 선수로 당해 납작해졌다. 21까지 엉성하던 백의 엷음이 어느새 세력으로 탈바꿈했다. 참고도3 (달콤한 꿈) 흑은 이와 같은 달콤한 그림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백1로 석점을 잡으면 흑2를 선수하고 나서 4로 꼬부려 가는 것이 통렬하다. 이 진행대로라면 백이 흑 석점을 잡고 망하는 꼴. 그 사이 흑의 외곽이 철벽으로 변할 테고, 그렇게 되면 중앙 백일단이 온전치 못할 것이다. 참고도4 (순리대로 가야 했다) 역시 2쪽으로 끊어가는 게 순리였다. 그런 다음 4에 늘어서 찬찬히 공격했더라면 전도가 유망했을 것이다. 실전은 고삐를 바짝 죄려 했다가 되레 망쳐 버린 결과. 중앙의 백이 두터워지니 상변으로도 들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상처(喪妻)를 치유하는 데엔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게다. <실전진행2> 백9의 반발은 유창혁의 평소 실력이라면 찰나에 와닿았을 텐데…. 하지만 한국은 나머지 기사들이 잘 싸워 동료의 아픔을 씻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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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벙덤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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