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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들어간 어깨, 헛스윙으로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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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진은 수읽기가 쎄다고 이름난 기사. 접근전이 벌어지면 더욱 빛을 낸다. 다만 발이 느린 초반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그 부분만 보완되면 최정상급으로 발돋움하는 건 시간문제일 게다. 첫판을 패한 근본 원인도 뒤처진 초반 때문. 세불리를 만회하려고 조금 덤빈 것이 결국은 단명국을 불렀다. 2004 롱췐배 한중 정상대결 3번기 제2국 ○ 구리 7단 ● 원성진 5단 - 장소 : 쓰촨성(四川省) 청두(城都) - 날짜 : 2004. 3. 20 - 결과 : 156수끝, 백불계승  장면1 (기세의 반발)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오버페이스를 범하기 쉬운 법. 1국을 무기력하게 패퇴했던 원성진으로는 멋진 ‘한방’으로 설욕하고픈 마음이 간절했을 터. 그러나 그런 자세가 되레 조급증을 일으켰고 화를 자초했다. 이 바둑은 우상 공방전이 하이라이트. 구리가 백1로 어깨짚은 수에 대해 원성진이 흑2로 반발하며 일찌감치 승부처를 맞았다. 장면2 (통쾌한 모자씌움) 백△는 아무래도 도가 지나쳤다. 백을 조그맣게 살려주고 흑1로 머리를 눌러간 수가 통쾌 무비! 주도권이 흑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정처 없이 중앙으로 달아날 수만은 없는 일. 처신이 난감한 구리는 어쩔 수 없는 듯 백2부터 석점을 버리는 작전으로 나갔는데…. 참고도1 (끈끈한 버팀) 강력하게 몰아붙인다면 흑1이 먼저 떠오른다. 백4에 흑5로 차단. 다만 흑으로서도 껄끄러운 구석이 있다. 백8에서 10이 끈적끈적한 버팀. 계속해서 백14, 16으로 패가 되는데 흑은 굳이 이렇게 골치 아픈 길로 들어설 이유가 없다. 참고도2 (알기 쉽게 우세) 흑1에서 3이 가장 알기 쉬운 처리. 백2, 4로 연결하는 데 급급할 때 흑5로 귀를 돌보고 흑7로 △ 석점을 제압하는 수순을 뽑는다. 이 그림은 흑이 귀와 변, 양쪽을 깔끔하게 정돈한 결과. 상대의 무리수를 적절히 추궁하며 절대 우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실전진행 (수읽기에 혼선) 문득 어제의 완패가 뇌리를 스쳤을까. 원성진은 여기서 더 위력적인 결정타를 날리려는 듯 숙고 끝에 흑3으로 붙여갔다. 그러나 너무 많은 생각이 수읽기에 혼선을 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백4, 6으로 젖혀이은 다음 백8이 호수. 아마 원성진은 이 수를 깜빡했던 것 같다. 참고도3 (사는 수가 없다) △의 젖힘을 당한 순간 귀의 흑을 살리는 수단이 없다. 흑1, 3으로 두고 나서 5에 막아도 백6의 끼움이 통렬한 맥점. 흑은 두눈을 만들 수 없다. 귀가 속절없이 잡혀서는 흑의 대실패. <참고도2>와 비교해 보면 그 우열이 더욱 명확하게 와닿는다. 원성진은 우세를 거머쥘 수 있는 장면에서 도리어 자멸하고 말았다. 참고도4 (패가 나면 좋지만) 혹시 원성진의 수읽기 속에 백1 이하의 그림이 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진행대로라면 흑18로 집어넣어서 패. 이 패는 백에게 부담이 커서 흑이 충분히 둘 만하다. 남의 축제에 게스트로 참여하게 되면 심적 부담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장외 관중도 온통 남의 부대이고, 행여 잔치 분위기를 흐트러 뜨리지 않을까 하는 복잡한 생각도 든다. 축제에 동참한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나친 위안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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