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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이창호바둑의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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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계절인가, 시련의 계절인가. 이창호에게 2004년은 바둑인생의 전기가 될 것 같은 해. 약진하는 후배들의 거센 도전. 그런 데다 전투능력까지 시험대에 오른 느낌이다. 파란 하늘 아래로 10년 넘게 도도히 흘러왔던 강물. 예서 잠시 쉬어가려 하는 것인지…. 제8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5번기 제2국 ○ 목진석 7단 ● 이창호 9단 - 장소 : 광주 ‘무등파크호텔’ - 날짜 : 2004. 3. 11 - 결과 : 173수끝, 흑불계승  장면1 (인파이터 목진석) 첫판을 패한 뒤에 맞은 2국은 이창호바둑의 색깔이 잘 드러난 한판. 초반에 잡은 우세, 뒤탈 없는 두터운 중반, 결정타로 마무리. 도통 반전의 빌미를 주지 않았다. ‘필승 해법’을 싸움에서 구하려는 듯 목진석은 오늘도 백△에 이어 백2로 인파이트. 그런 작전이 다시금 이창호의 안면을 강타할 수 있을까. 실전진행 (일찌감치 우세) △는 좌상을 도톰하게 불리는 결과를 낳았으나 □는 시기가 일렀다는 나쁜 평가가 많았다. 흑1의 내려섬으로 좌상 백집이 깎이는 것은 대수롭지 않을지라도 백이 상변에서 자리를 펴고 있을 때 귀중한 선수가 흑에게 돌아갔다는 사실. 흑9, 11로 못질하자 일당백의 위용이다. 목진석은 이 흑집의 부담을 끝내 떨쳐 버리지 못했다. 참고도1 (움직여야 했다) 상변으로 전환한 수로는 어떻게든 좌하 백 한점을 움직여 나가는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수많은 갈래가 있고, 그중 최선의 수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이 돌을 죽여서는 승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백1에서 3으로 붙여나가는 수단. 흑8이 톡 쏘긴 하지만…. 장면2 (뒤탈 없애는 중반) 좌하 흑집은 40집이 넘는 대궐. 승부가 끝난 건 아니지만 무게중심이 때이르게 흑쪽으로 기울었다. 우상 백5에서 9는 목진석의 버티기. 불리한 형세가 조금 지나친 수를 동원시키고 있다. 자, 여기서 흑10을 보라. 전혀 뜻밖의 수여서 찾기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우하쪽이다. 우상은 손뺄 수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가의 한칸도 아닌 10이다. 이 수로 흑은 완생. 이것이 이창호바둑의 본질이다. 장면3 (결정타로 마무리) 상변의 패는 흑으로선 꽃놀이패에 가깝다. 백2에 흑3이 두터운 수. 가로 따내는 것이 선수인데도 이창호는 좀더 주도면밀하게 승세를 다져나가고 있다. 백8은 버티기. 여기서 흑9가 백의 폐부를 찌른다. 백10은 대마 보강책인데 이창호는 11로 결정타를 날렸다. 승부끝이다. 참고도2 (대마가 걸려든다) 흑▲에 대해 집으로 득을 보려면 백1. 그러나 흑2의 한방을 견디기 어렵다. 이쪽에 벽이 쌓이면 흑4를 선수한 다음 6ㆍ8로 백대마 전체를 잡으러 가는 노림이 발동한다. 이 때문에 <장면3>의 백10으로 손질해 둔 것이다. 참고도3 (강렬한 패) 백1로 대마에 원군을 보내면 흑은 A로 막아두는 정도로도 득이지만 2부터 패로 가져가는 것이 더욱 강렬하다. 흑6이 손해 없는 절호의 팻감. 흑8 다음 백에게는 이렇다할 팻감이 보이지 않는다. 참고도4 (대동소이한 결말) 실전도 대동소이한 결말이다. ▲에 백1로 받아야 하는데 역시 흑2로 패를 건다. 흑은 4 부근이 팻감 공장. 백이 더 버틸 수 없는 이유를 이 참고도가 설명해 준다. 또다시 흑을 쥔 쪽이 이겼다. 특히 이창호의 흑번은 함부로 범접하기 어렵다. 철저하고 완벽한 솜씨로 승부의 저울추를 처음 그 자리로 돌려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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