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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빼기의 극치… 세번 빼고도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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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결승전이다. 작년 한여름에 스타트라인을 끊었던 장거리 레이스가 이제 골인 지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승상금 2억5천만원을 향한 마지막 향연. 최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한국기사끼리의 대결이어서 더욱 기분좋다. 이창호와 목진석, 누가 이긴들 어떠하리. 제8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5번기 제1국 ○ 이창호 9단 ● 목진석 7단 - 장소 : 광주 무등파크호텔 - 날짜 : 2004. 3. 9 - 결과 : 287수끝, 흑3.5집승  장면1 (첫번째 손뺌) 국수전과 기성전 도전기에서 그랬듯 이창호의 최근 바둑은 포석 과정이 없는 게 특징. 상대방이 ‘대(對) 이창호 필승해법’을 싸움바둑에서 찾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우변에서 발발한 전투가 바둑판의 우반부를 돌아 102수째(백2)에 비로소 좌하 빈 귀에 착점했다. 흑3은 당연한 협공. 이창호의 백4, 6은 불안정해 보이는 우중앙 흑대마의 움직임이 따라 좌상을 처리할 요량이었는데…. 목진석은 흑7로 울타리를 쳤다. 참고도1 (간명한 안정) 현재 흐름이 백에게 나쁘지 않으므로 좌하를 선점한 수로는 1로 붙여서 좌상을 확실하게 결정해 두는 편이 어땠을까. 한점을 희생타로 삼아 9까지 안정하는 그림이 근사하다. 검토실에서 두고 두고 강조한 수순이었다. 장면2 (두번째 손뺌) 백1은 공격의 나팔. 언뜻 봐서는 우중앙 흑이 하염없이 도망 생활을 해야 할 것으로 비친다. 이창호는 흑대마를 적당히 몰아치면서 2의 곳을 뚫는 수순을 가질 수 있으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목진석은 배짱 좋게 흑2로 약점을 방비해 버렸다. 두번째 손뺌이다. 참고도2 (잡는 수가 없다) 흑이 손을 뺐음에도 불구하고 백에게는 매서운 공격 수단이 없다. 백1, 3으로 봉쇄하더라도 흑4면 의외로 쉽게 살아 버린다. 백3으로 4면 물론 흑3으로 탈출. 사활을 착각한 것일까. 아니면 쌈지 뜨고 살기 괴로운 흑이 어떻게든 손질할 것으로 기대한 것일까. 어쨌든 목진석은 두둑한 뱃심으로 요소 두 곳을 연타하며 리드를 잡았다. 장면3 (세번째 손뺌) 이 바둑에서 목진석은 최강 이창호에 위축되지 않는 ‘반전무인’의 자세가 곳곳에서 보인다. 강인한 싸움과 과감한 손뺌. 백은 좌상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여기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실리로 큰 차이. 도중 백17은 미련인지, 집착인지…. 효율적인 삶을 도모하기 위한 응수타진의 수일 것이다. 여기서도 목진석은 흑18, 백19를 교환하고 나서 또다시 손을 빼어 버렸다. 모두를 펄쩍 뛰게 만든 손뺌의 극치! 참고도3 (만회하기 힘들다) 좌상 백을 살리는 것만이라면 3으로 연결하면 된다(흑6 다음 백A까지 필요). 그러나 그것으로는 흑에게 요소 두 곳을 허용한 손실을 만회하기 힘들다. 우중앙 흑은 백5 정도로는 선수가 안 된다. 백7로 공격해도 흑14까지 삶. <장면3>의 백17은 동태를 봐가며 백1로 B에 두는 수 등 좌우를 연관시키려는 효율적인 구상을 꾀한 뜻으로 풀이된다. 참고도4 (사는 데 이상없다) 그렇다면 흑대마의 생사가 어떻게 될까. 제일감의 공격은 백1. 그러나 좁은 곳이지만 흑2부터 알뜰하게 사는 수단이 숨어 있다. ▲에 의해 좌상 백이 죽은 데다 이 흑마저 살면 승부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 실전진행 (두텁게 처리) 이창호는 오랜 시름 끝에 1에 잇고 3에 치중하는 수로 위협했다. 이것에 대해서는 흑4가 삶의 급소. 더 이상 추궁하기 어려운 백은 5로 기수 변경. 목진석은 좌상 백을 수중에 넣어도 별일 없을 듯한데 싹싹하게 살려주고, 두터운 처리로 승세를 다져나갔다. 참고도5 (패로는 어렵다) 흑대마를 한사코 잡으러 가려면 백1인데 이하 흑10까지 패의 모양. 패가 나서는 어차피 백에게 승산이 없다. 놀랍다. 대담하다. 웬만하면 대마에 손질을 할 법도 한데 말이다. 더욱이 이창호가 둔 수이기에. 목진석의 수읽기 능력을 칭찬할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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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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