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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거는 능력, 최철한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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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의 승리인가, 흑번의 승리인가. 국수전과 기성전 도전기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흑번필승'의 흐름. 타이틀전 무대에 오른 일류기사간의 실력 차이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아직도 반상에는 '흑번 프리미엄'이 존재하고 있다는 방증. '백번 승리'가 진정한 승리이고, 진정한 강자일까? 제15기 기성전 도전5번기 제2국 ○ 이창호 9단 ● 최철한 7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3. 5 - 결과 : 223수끝, 흑불계승  장면1 (필수코스가 된 싸움) 두 기사가 만나서 전투로 가는 길은 이제 정해진 코스가 된 듯하다. 이 판도 좌하귀를 휑하니 비워둔 채 우하귀에서 발발한 싸움이 판 전체를 휘감을 태세로 번졌다. 중간 성적표는 '싸움의 귀재' 최철한의 포인트. 백이 상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5로 이은 수가 과했기 때문이다. 이 수로 가에 막았으면 무난했던 것. 실전진행1 (팻감이 문제) 흑으로서도 느슨하게 대응하다가는 점수를 잃게 될 장면. 최철한은 50분 동안 공을 들인 뒤 흑3으로 '렛츠 고!'를 외쳤다. 이창호가 노린 바는 백4에서 6의 패. 그러나 팻감이 문제였다. 흑11 다음 A로 패를 걸어갈 수 없는 현실이 백에겐 비극이었다. 백14로 다른 데서 대가를 찾아야 하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장면2 (성급한 팻감) 백1은 혼신의 버팀. 상변 백의 명줄을 옭아매고 있는 이 흑을 추궁하며 좌변일대를 키울 도리밖에 없다. 백의 팻감은 우변. 흑4로 불청한 것은 현명했다. 우변은 백5에 끊어야 본패. 그런데 백9 때 흑10의 팻감을 서두른 것이 실착이었다. 백11과 흑12로 경천동지하는 큰 바꿔치기가 일어났는데…. 참고도1 (올바른 수순) <장면2>의 흑10으로는 본도 1에 나가는 팻감을 한번 더 사용하는 게 옳았다. 흑3으로 따냈을 때 백에게는 4의 곳 팻감이 유일하다. 요는, 백에게 이 팻감을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런 다음 실전처럼 흑7, 9로 바꿔치기. 이 그림은 백이 스스로 공배를 메운 바람에 A의 곳에 약점이 노출됐다. 본도와 실전진행은 덤 가까운 차이. 장면3 (불길 속으로) 백1～5, 호조의 공격으로 '백 우세'의 진단이 나올 즈음 최철한은 위쪽 말의 안정을 방관한 채 냅다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했다. 흑6. 누구의 주먹이 센지 어디 한번 겨루어 보자는 외침이다. 과연 '싸움꾼' 최철한이다. 참고도2 (백이 우세하다) 좌변 흑말의 안정을 도모한다면 흑1 이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것은 미세하게나마 백이 앞서나가는 진행. 이렇게 판이 좁아지면 종반이 강한 이창호를 상대로 뒤집기가 쉽지 않다. 최철한의 승부호흡은 침투가 마지막 찬스라고 직감한 것이다. 실전진행2 (뒤집는 힘) 백1은 상하 흑을 차단하는 당연한 치받음. 다소 억지처럼 보이지만 최철한은 강인한 힘으로 흑2부터 국면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한다. 더구나 진작부터 초읽기에 몰린 상대의 실수를 유발시키며 마침내 판세를 뒤집었다. 최철한이 또다시 격렬한 싸움바둑으로 승리했다. 국수전 도전5국에 이어 이창호를 상대로 2연승. 이제는 백번으로 이겨볼 차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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