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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戀歌3
16인의 프로 月岳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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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15분 드디어 정상이다. 약 15분 간격으로 낙오자 없이 전원 등정. 해발 1,097m의 영봉 정상은 그늘도 없고 비좁았지만 16인의 프로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바람에 땀을 날리며 일제히 소리 높여 메아리를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함성의 화답인양 우아하게 펼쳐진 송계계곡과 푸른 충주호가 가슴에 안길 듯이 다가온다. 뒤이어 최창원 6단의 제안으로 전원이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 주변에 모여앉아 한 장 찰칵! 인생의 즐거움 중에서 식도락을 빼놓을 수 있나? 각각 챙겨온 두 덩이씩의 주먹밥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점심을 들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약 3시간 동안 땀 흘리며 오른, 짙푸른 하늘 아래 오롯이 솟은 정상에서 맛보는 주먹밥은 그야말로 천상의 한끼였다. 한쪽에서는 가장 먼저 오른 최창원 6단, 최명훈 8단, 최철한 4단이 나란히 서서 월악산 정상 등정 최강그룹 ‘최트리오’의 즉석결성을 자축하는 기념촬영. 마지막까지 한점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선배기사들에 앞서 올라 나를 감탄시킨 이다혜 초단(최명훈 8단의 말에 의하면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중 자세가 가장 좋다’고)과 막내 김수진 초단도 자리를 잡고 주먹밥을 먹다가 영봉 터줏대감의 깜짝 방문에 환호성을 지른다. “야아~, 다람쥐 봐라!” “어? 다람쥐가 좀 이상하게 생겼는데?” “다람쥐 아냐, 저건, 청설모야!” 맞다, 청설모(알아맞춘 친구는 이다혜 초단). 제법인데? 도시에 사는 청소년 중에서 청설모를 아는 친구들이 몇이나 될까? 청설모는 ‘쥐목 다람쥐과’의 포유류로 다람쥐보다 몸집이 좀 크다. 줄무늬의 갈색에 꼬리는 검고 두 귀와 네 다리에 장식처럼 길고 멋진 털을 가졌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서는 것으로 보아 이녀석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음, 간이 큰 녀석들이군. 사람 무서운 줄 모르다니...^^;;). 청설모는 두려움이 없나? 아마 그렇진 않을 거다. 어쩌면 사람을 잘 모르거나(이녀석들의 눈에는 사람이, 자기들의 천적인 담비나 여우하고는 확실히 다르게 생긴 동물로 보일 테니까) 이따금씩 나타나는 등산객들이 호기심으로 던져주는 과자부스러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전자의 경우이길 간절히 바라지만 다이어트가 필요할 만큼 통통하게 살이 오른 녀석들이 나름대로 애절한 눈빛을 연출(?)하며 주먹밥을 노린 사실로 보아서는 후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절대로 주먹밥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진짜다). 11시 정각, 자연스럽게 산악대장님이 되신 최창원 6단의 지휘 아래 하산 방향을 잡고 출발. 하산은 오던 길을 되밟아 내려가다가 남벽 앞길 주능선 안부에서(이곳은 낙엽송지대인데 일요일에는 임시매점이 가설되는 경우도 있다) 송계리코스로 빠져 동청교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잘 알려진 길. 일행은 길을 서둘러 동청교 매표소 앞에서 수안보로 가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으나 버스시간을 미리 알아두지 못한 데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제법 큰 거리를 두고 내려와 합류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오후 1시 40분발 수안보행 버스를 놓쳤다. 그럼, 뭐 어때? 꼭 1시 40분에 출발하자고 약속했던 것도 아니고 시간 맞춰 급한 볼 일이 있는 사람도 없는데( 아 ,참 ‘성실맨’ 박병규 3단은 서울에 있는 어학원에 시간 맞춰 가야 한다고 택시를 불러 타고 총총히 사라졌다. ‘의리의 사나이’ 강지성 5단과 함께). 다음 버스 시간까지 1시간 40분쯤의 여유가 생긴 일행은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동청교 매표소 앞 식당에서 도토리묵과 두부김치를 먹었다. 노곤한 산행 끝에 이렇게 좋은 안주가 나왔는데 물만 마실 수 있나? 주도유단(酒道有段)에 별 매력을 못 느끼는 젊은 친구들이 한쪽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노장그룹은 송계리 특산 찹쌀 동동주 두 동이를 비워냈다. 버스시간이 다 될 때까지 일행과 뚝 떨어진 평상에 누워 하늘 높이 뜬 구름을 헤아리는 신선놀이를 한 것까진 좋았는데 깜박 잠이 들어 ‘나홀로 동청교에’라는 드라마를 찍을 뻔했다는 얘기는 길게 하지 않으련다. 오후 4시 35분 우여곡절 끝에 수안보 상록호텔 도착. 지하 1층 온천탕에서 일행과 무사히 합류해 목욕재개하고 길 건너 임9단이 강력 추천한 ‘영화식당’에 가서 이른 저녁을 먹었는데 이 집의 산나물 정식은 정말 추천할 만했다. 수십 가지의 산나물이 담긴 접시마다 일일이 해당 산나물의 이름을 써넣어, 산나물을 맛보면서 이름을 알게 되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6시 35분 충주행 버스 승차. 7시 15분 충주시내 도착해 7시 35분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라 좌석 깊숙이 몸을 묻으니 그리 싫지 않은 나른함이 찾아든다. 차창에 기대어 어두워지기 시작한 충주터미널을 바라본다. 거기, 그가 있었다. 꿈같은 밤 시리도록 맑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를 사랑한다 그도 나를 사랑할까 모르겠다 우리는 서로 한 마디 말도 건넨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 말없이 충주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따라와 驛舍 근처를 서성거리며 나를 바라보던 안타까운 눈빛을 생각하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버스가 출발한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돌아간 것일까 좌석 등받이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는다 얼마나 오래 잠이 들었던 것일까 문득 그의 목소리에 눈을 뜬다 꿈이었나 창밖을 보니 거기, 그가 있었다 그는 月岳으로 돌아가지 않고 줄곧 버스를 따라 달려온 모양이다 공연히 콧등이 시큰해졌다 꿈이었나 다시 그의 눈빛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차창 밖으로 그의 눈물처럼 맑은 비가 듣는다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 내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디에도 그의 눈빛은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답답하고 걸음이 무거워진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언덕길에서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다 걸음을 멈춘다 거기, 그가 있었다 왈칵 솟구치는 반가움 나는 그를 많이 사랑했나보다 그도 나를 많이 사랑할까 아마 그럴 것이다 날마다 저토록 간절한 눈빛으로 나의 밤길을 지켜주는 걸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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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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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준
공작22
협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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