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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혁, 승자의 느낌에 관한 小考1
실수를 적게하면 승자, 마지막에 실수하면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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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혁과 이세돌, 개성이 강한 두 천재의 격돌로 화제를 모은 제2기 KT배 마스터즈 프로기전 결승3국이 5월 3일 오후 6시, 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속개됐다. 4월 5일 막이 오른 결승1국에서 이세돌이 전광석화 같은 수읽기를 앞세워 완승을 거두면서 싱겁게 끝나는 듯했던 KT배 결승시리즈가 4월 19일(결승2국) 유창혁의 '인상적인' 반격으로 후원사와 주최사는 물론 팬들까지 간절하게 원하던 최종국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결승3번기의 막이 오르기 전, 관측자들의 예상은 '이세돌 우승'이 압도적이었다. 그동안 유창혁이 배달왕기전, KTF배, 후지쯔배 결승에서 이세돌에게 패했고 최근 상대전적에서도 5연패로 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예상은 통계에 충실한,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고 결승1국까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유창혁은 역시 '큰 승부에 강한 사나이'였다. 벼랑에 몰린 상황에서 속개된 결승2국 단 한판의 승리로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그렇게 맞이한 결승3국. 10여분 늦게 들어선 바둑TV 대기실에는 입회인 임선근 9단과 관전기자 문용직 5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지막 승부다. 마지막이란, 그 뒤가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누구에게나 비장한 마음가짐을 안겨준다. 신예딱지를 떼기 훨씬 전부터 강심장으로 이름을 날린 유창혁과 이세돌도 예외는 아니다. 베이지에 가까운 엷은 노란색 셔츠를 입은 유창혁의 얼굴은 결승2국 때와 같이 고요한 수면을 연상시키는 차분한 표정인데, 푸른색 셔츠를 입은 이세돌은 뜻밖에도 조금 들떠 보인다(그는 담대하다. 큰 승부에서도 좀처럼 이런 표정을 보인 적이 없었다). 승부에 대한 긴장의 무게는 같으나 두 사람을 휘감고 있는 기운이 뭔가 다르다. 무엇 때문일까…. 둘은 불과 사흘 전, 오키나와에서 열린 CSK배에 다녀왔다.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1승 2패의 부진한 기록을 남겼으니 '컨디션 조절 실패'라는 임전(臨戰)의 조건까지도 공평하게 안고 있는 셈인데 이세돌은 이 대국 하루 전에 잡힌 왕위전 리그에 출전하지 않았다. 가족은 '감기몸살' 때문이라고 알려왔으나 석연치 않다. 'KT배를 위한 컨디션 조절의 전략일 것'이라는 말도 있으나 그건 가소로운 억측이다. 왕위전은 KT배를 위해서 버려도 좋을 만큼 비중이 작지도 않고, 무엇보다 이세돌은 그렇게 나약한 근성의 프로가 아니다. 아무튼 8인리그의 왕위전은 3연승으로 단독1위를 질주하던 이세돌의 기권으로 동률 1위(3승 1패)가 넷이나 양산되는, 안개 속의 혼전으로 빠져버렸고 이세돌은 또 한번 '뉴스메이커'가 됐다. 이세돌이 승리한 결승1국의 느낌은 '속도감'이다. 이세돌은 초반의 격렬한 박투(搏鬪)에서 검은 하늘을 가르며 대지에 내리꽂히는 번개처럼 빠른 수읽기의 힘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그 쾌속, 강렬한 이미지는 오랫동안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 유창혁이 승리한 결승2국의 느낌은? 그것은 '무게감'이다. 유창혁은 우변 접전의 기로에서 수읽기의 속도에 관한 한 세계최고라는 이세돌조차 놓쳐버린 단 하나의 길을 찾아냈고 그 길을 밟아 승리의 고지로 올라섰다. 폭풍 같은 이세돌의 몰아치기에 추호도 흔들리지 않는 큰산의 장중한 '무게감'이야말로 유창혁이 결승2국에서 보여준 최고의 볼거리였다. 자, 결승3국은 어떤가. 일단, 해설은 문용직 5단이 보내준 감상을 그대로 옮긴다. 기(起·1∼42) 흑23 과수, 백 우세 확립- 기보 보기 흑13, 15가 이6단의 신수. 흑13은 A에 두는 것이 기존의 수법. 그러나 신수의 결과는 흑백 모두에게 숙제만을 남겼다. 백도 백16 이하 20까지 좋은 형태를 갖추어서 충분하다는 평. 언제나 새로운 창안은 질문과 질문, 그리고 또 질문을 기다린다. 질문이 곧 답이기 때문이다. 흑23이 약간 과한 수법으로, 이6단은 B에 젖혔어야 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백30이 전국을 내려다보는 빛나는 정점으로 백이 두터워졌다. 백42도 좋은 공격으로 흑이 답답하다. 승(承·43∼89) 백52 착각, 형세 역전- 기보 보기 그러나 백52가 유9단의 착각. 흑55 이후 75에 끊는 수가 있는 것으로 보았으나, 백이 75에 끊을 경우 흑70의 장문이 성립하는 것을 간과했다. 흑57에 이르러서는 흑이 오히려 유망한 국면. 착각은 불쾌하지만은 않다. 더욱 빛나는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쾌함. 바둑의 꿈. 바둑의 꿈은 인간의 상쾌한 상상력이다. 착각이란 그런 진지함의 다른 표현. 전(轉·90∼160) 흑141, 151 완착, 재역전- 기보 보기 백90, 92가 국면을 뒤집는 반격인 듯했지만, 흑93이 이6단의 예리한 수습의 감각으로 흑103에 손이 돌아와서는 흑이 우세했다. 검토실의 어느 누구도 흑93을 찾지 못했다. 과연! 그러나 흑141이 승부의 흐름을 낙관한 이6단의 완착으로, 백148까지 백이 우변을 수습해서는 국면이 급속도로 미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141을 백148 한 칸 아래 호구의 급소에 치중했다면 백이 어려웠을 것이다. 흑151이 자신감이 충만한 이6단이 아쉽게도 자책한 완착이었다. 상변 백160에 유9단의 손이 돌아가서는 미세하지만 백이 우세한 국면이 되었다. 결(結·161∼278) 유창혁, 무관 탈출!- 기보 보기 묘한 것은, 검토진의 견해는 1집 반정도 백이 우세하다는 것이었는데 승부의 결과는 백이 3집반을 이기는 결과로 귀착되었다는 점이다. 그 까닭에 대해 검토실은 백의 두터움이 미묘하게 영향을 주었다는 정도의 설명밖에 할 수 없다는 중론. 바둑의 어려움을 알게 해주는 그런 흐름이라고 할 정도. 승부는 대국자만의 고유한 전유물이 아니라는 멋진 현실. 그게 검토실의 세계였고 유창혁과 이세돌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좀더 즐길 필요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나온 절묘한 수는 흑233으로, 비록 이6단이 졌지만, 그 한 수의 예리함은 승부의 패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검토실의 감상이 있었다. (유창혁, 승자의 느낌에 관한 小考2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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