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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 최연소 기성 등극!
1211분 대혈투 끝에 왕리청 1집반 차이로 따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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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 이창호 대 이세돌의 대혈투가 전개되고 있는 동안 일본 바둑사에 새 역사가 창조됐다.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가 기성전 제5국에서 왕리청(王立誠)에게 승리함으로써 종합 4승 1패로 기성에 오른 것이다. 야마시타의 기성 등극은, 일본바둑사에 최연소 기성탄생이라는 새로운 이정표. 하네 나오키(羽根直樹), 장쉬, 다카오 신지(高尾紳路) 등과 더불어 일본 바둑계의 대표적 젊은 피로 꼽히는 야마시타의 화려한 부상은 일본 바둑계에도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야마시타가 기성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조망해 본다.  반란의 전주곡기성전 본선리그 B조, 야마시타는 조치훈, 장쉬, 아와지 슈조(淡路修三), 조선진,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와 한조에 속했다. 대 고바야시전에서 첫승리를 거두고 산뜻하게 출발한 야마시타는 제2국에서 장쉬에게 패배를 당했다. 1승 1패, 조 1위로 가는 길은 험난해 보였다. 제3국은 일본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조치훈. 비록, 조치훈이 최근 하향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벅찬 상대임에는 틀림없었고, 바둑가에서도 조치훈 쪽에 무게를 주고 있었다. 그러나 야마시타는 예상을 깨고 고비였던 이 판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기세를 탄 야마시타는 아와지와 조선진을 연파하고 4승 1패로 조 1위에 올랐다. B조는 류시훈과 하네의 대결 구도였다. 4승의 류시훈과 3승1패의 하네가 맞붙은 리그 최종국. 하네가 승리를 거둘 경우는 동률이 발생, 재대국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류시훈은 하네를 일축하고 5전 전승으로 조 1위를 따냈다. 특히 류시훈은 5승 전부 완승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최고조에 올라 있었다. 2002년 11월 14일, 야마시타 대 류시훈의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이 열렸다. 바둑가에서는 5.5 : 4.5 정도로 류시훈의 우세를 예상했다. 야마시타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5전전승의 기세를 타고 있는데다 큰 승부 경험이 많은 류시훈쪽에 점수를 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바둑도 류시훈의 페이스로 진행됐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야마시타에게 있었다. 중반에 접어들며 류시훈에게서 실수가 터져나왔고, 이 틈을 놓치지 않은 야마시타가 극적인 반집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 반집승은 대역사(大役事)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다가오는 기성 일본의 신년 바둑계는 기성전 도전기로 출발한다. 2003년 새해가 밝자 기성전 최연소 도전자인 야마시타에 대한 바둑가의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인물에 목이 말라있는 일본 바둑계가, 토종인 데다 약관 24살인 야마시타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대국전 예상에서 가타오카 사토시(片岡聰)는 "출발이 중요하지만, 야마시타가 왕리청에게 거북한 상대(도전기 직전까지 상대전적에서 야마시타 7단이 4승 1패로 리드)이므로 야마시타의 승리를 예상한다."며 야마시타의 우세를 점쳤고, 고바야시 사토루는 "초반에 야마시타가 먼저 2승을 올린다면 희망이 있겠지만, 왕리청이 먼저 승리를 거둔다면 관록의 왕리청이 승리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왕리청에게 무게를 실어줬다. 비록, 가타오카가 우세를 예상했고, 또 상대전적에서 앞서고 있다고는 하나, 이틀바둑에 처음 나온 야마시타가 왕리청을 넘어서리라고 생각한 바둑 관계자는 별로 없었다. 제1국은 1월 16~17일 도쿄 팔레스호텔에서 열렸다. 흑번의 왕리청이 실리를 먼저 챙기자 야마시타는 대모양을 구축하며 두텁게 맞서 두 대국자의 기풍을 그대로 드러냈다. 야마시타는 중반 이후 두터움을 바탕으로 중앙과 좌변의 미생마를 공격, 우위에 올라섰고 반면으로도 한집을 남겼다. 1월 29~30일 후쿠시마(福島)시에서 열렸던 제2국. 왕리청의 흐름으로 전개되던 바둑은 백86의 완착이 등장하면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고, 흑이 상변에 선착해서는 야마시타 쪽으로 기울었다. 217수끝, 흑불계승. 설마가 현실화하면서 새로운 기성의 탄생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 시작했다. 2월 5~6일 시가(滋賀)현 오쯔(大津)시에서 열린 제3국. 흑을 쥔 왕리청이 발빠르게 실리를 취하며 시종일관 앞서 나갔다. 야마시타는 자신의 장기인 두터움을 바탕으로 우하귀와 중앙 대마에 공격을 퍼부었지만, 왕리청의 타개가 빛을 발했다. 왕리청의 반격 성공. 제3국에서 왕리청이 한숨을 고르는 사이 야마시타는 비수를 품고 있었다. 2월 19~20일 이틀간 일본 미야자키(宮崎)시에서 열린 제4국은 야마시타의 힘이 왕리청을 압도한 한판이었다. 두 기사는 초반부터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며 중앙전을 펼쳤고, 이 싸움에서 야마시타는 흑69의 코붙임이라는 묘수를 터트리며 중앙을 장악, 일거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119수끝, 흑불계승. 이 도전기 최대 단명국이었다. 마침내 랭킹 1위에 2월 26~27일 도야먀(富山)현 다카오카(高岡)시에서 제5국이 열렸다. 야마시타로서는 이 판만 승리하면 기성에 오를 수 있고 왕리청은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배수의 상태. 이틀간 두 대국자는 모든 기력을 소진하며 사투를 벌였다. 총시간 1211분, 최종수 364수가 보여주 듯, 시종일관 치열한 난전이었고, 바둑판 위에는 선혈이 낭자했다. 좌상에서 전개된 전투가 중앙으로 번지며 전판을 휘돌아 나가는 가운데 전투가 발생하는 곳마다 패싸움도 동반됐다. 저녁 8시 11분, 마침내 기나긴 이틀 바둑이 종료됐다. 결과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야먀시타의 1집반승. 도전 7번기 성적 4승 1패로 야마시타가 새로운 기성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야마시타는 왕리청과의 상대전적에서도 8승 2패로 차이를 벌리며 왕9단의 천적임을 입증했다. 야마시타의 기성 획득은 기성전 역사상 최연소이며, 3대 빅타이틀 전체에서도 이시다 요시오(石田芳夫, 본인방 22세), 린하이펑(林海峰, 명인 23세), 조치훈(명인 24세)에 이은 최연소 역대 4위 기록. 또한 야마시타는 6번째로 기성위에 이름을 올려놓음으로써 일본 최고의 기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기성은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가 6회, 조치훈과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가 각각 8회, 왕리청이 3회,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가 1회 정상에 올랐을 뿐인 일본 랭킹 1위의 자리로 이들 5명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 야마시타의 말 지금부터 더 강해지고 싶다. 기성에 어울리는 바둑을 두고 싶다. 초반은 내 바둑이 아니었다. 최후의 끝내기에서 이득을 보아서 이기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왕리청은 정말로 강했다.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 왕리청의 말 패싸움에서 한때는 좋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실패했다. 야마시타는 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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