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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기전 이대로 좋은가1
첫째는, 기전시스템의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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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은 연초, '승단제도 개정 및 연구수당폐지'에 관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미흡한 부분이 전혀 없진 않지만 오랫동안 한국기원을 지켜봐온 거의 모든 관계자들이 박수를 보낼 만큼 반가운 결단이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한국바둑계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아니다. 모처럼 의미 있는 개혁안을 내놓고 고무돼 있는 한국기원 입장에서 보면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지 않을까 조금 우려가 되지만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으로 몇 가지 제언을 올린다. 그 첫째는, 기전시스템의 개혁이다. 국내의 거의 모든 기전은, 1941년 일본에서 본인방전이 개최된 이래 진행방식이나 제한시간, 덤 같은 세부 규정만을 조금씩 바꿔왔을 뿐 60여 년 전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야말로 한국기원이 21세기의 생존을 위해서, 진정한 세계바둑의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일본에서 창설된 프로기전의 배경은 바쿠후(幕府)체제의 붕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때까지 바둑계가 누려온 국가적 지원이 중단되면서 그것을 대신할 공식적이고도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되었고 그 결과로 프로기전이 하나, 둘 창설된 것이다. 물론, 그만한 대중의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전문기사라고 해서 아무런 제한 없이 누구나 출전할 수 있는 현행의 기전방식은, 진정한 프로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시스템은 갈수록 후원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전문기사의 숫자가 소수에 불과했던 과거에는 그다지 무리가 없었던 예산도, 전문기사의 숫자가 수백에 이른 최근이라면 사정이 크게 다르다. 한정된 예산을, 정년퇴직도 없이 자꾸 늘어나는 기사들의 수에 맞추다 보니 갈수록 대국료가 적어지고 결국, 기전규모를 축소시키는 것과 꼭 같은 상황이 된다. 이렇게, 특화된 운영의 묘 없이 계속 위축되는 기전은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고 대중의 인기가 급속하게 떨어진 기전은 후원기업 역시 존폐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실제상황이다.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는 얘기다. 이제는 기업들이, 건전하다거나 품위 있는 정신문화활동이라는 이유로 공익광고차원에서 가볍게 바둑에 거액을 지원하는 시대는 분명히 지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한국기원이 기업의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기전창설에 뜻이 있는 기업을 고객으로 생각해야 하며 그 고객의 니즈(needs)에 부합하는 상품 즉, 해당기업의 프로모션까지 생각하는 새롭고 흥미 있는 시스템의 기전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컷오프제도가 있어 항상 일정수의 프로만이 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골프는 좋은 벤치마크 대상이다. 한국기원은 왜 최근 일정수의 프로만이 출전할 수 있는, 이벤트에 가까운 제한기전이 늘어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또 우리 눈앞에는 세계의 삼천왕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을 비롯한 한국의 신진기예까지 끌어들이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중국리그도 있다(사실, 이 시스템은 한국기원에서도 오래 전부터 검토하고 있었다. 역시 아쉬운 것은 '발상 즉, 행동'의 실천의지다). 이제는 더 미루지 말자. 반백년을 끌어온 승단제도를 개정하고 연구수당을 폐지한 개혁의 의지를 꺾지 말고 기전시스템의 개혁으로 이어나가자. 한국바둑이 진정한 21세기 세계바둑의 리더로 거듭나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팬들에게 희망의 미래를 꿈꾸게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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