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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돕는 승부사’ 조훈현, 2연속V 이룰까
한국 대회 6연패,국제기전 18연속 우승 여부에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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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 타이젬 거센 중국돌풍을 헤치고 결승무대에까지 뛰어오른 ‘귀신이 돕는 승부사’ 조훈현은 삼성화재배 2연패(覇)에 성공할까? 아니면 중국 랭킹1위 왕레이(王磊)가 중국의 숙원에 부응할 것인가? 2003년 벽두를 장식할 반상의 블록버스터 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선수권대회 결승3번기가 오는 1월 13, 14, 16일 중국 베이징(北京) 쿤룬(崑崙)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결승전은 당초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작년의 창하오 9단에 이어 올해 중국랭킹 1위인 왕레이 8단이 결승에 오름으로써, 주최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이 열화와 같은 중국의 바둑열기를 고려하여 장소를 베이징으로 전격 결정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하이(上海)에 이어 2년 연속 삼성화재배 결승이 중국에서 열리게 되었다. 세계최강 이창호와 유창혁, 그리고 이세돌까지 한국의 간판스타들이 중국 기사들에게 줄줄이 참패한 가운데 필마단기로 한국바둑의 체면을 지킨 조훈현 9단이 지난해에 이어 원정대국의 핸디캡을 딛고 2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할지, 아니면 중국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있는 ‘랭킹1위’ 왕레이 8단이 세계대회 우승에 목말라 하는 중국에 첫 우승컵을 안겨줄지, 이번 결승3번기는 2003년 세계바둑계의 판도를 미리 점칠 수 있는 예고편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 2회 대회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한국의 삼성화재배 5년 연속 우승과 2000년 8월 후지쯔배 우승이후 깨지지 않고 있는 한국의 17연속 국제기전 우승행진의 지속여부도 걸려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결승에서 맞붙게 될 조훈현 9단과 왕레이 8단은 올 한해 국내외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양국의 간판타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조훈현 9단은 12월 들어 폭주하는 대국일정으로 인한 과로 탓에 아깝게 (재)한국기원 바둑문화상 MVP를 놓쳤으나 올해 LG배 세계기왕전․TV아시아선수권 준우승에 이어 국내 최대규모인 초대 KT배 우승에서 우승하며 지금까지 다승 1위를 질주해왔다.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보여준 조훈현 9단의 저력은 새삼 놀라웠다.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등 한국바둑의 간판스타들이 모조리 초반 탈락하는 등 중국돌풍이 대회 전반을 지배하는 와중에서도 유독 조훈현만은 우여곡절을 딛고 끝까지 살아남아 우승까지 바라보게 된 것. 그것도 중국돌풍을 정면돌파하며 이뤄낸 개가여서 그의 외로운 분전은 지난 89년 초대 응씨배 우승에 비견될 만큼 값지게 평가되고 있다. 본선 1, 2회전에서 신예유망주 왕시(王激)와 펑첸(彭筌)을 연파한 데 이어 8강전에서 뤄시허(羅洗河)에게 기적같은 역전드라마를 일궈내며 기사회생한 후 4강에서도 최대돌풍의 주역 왕위후이(王煜輝)마저 2대0으로 일축하는 등 '중국돌풍 진압군'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자칫 침몰할 뻔했던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지난 대회에서도 중국의 신구 간판 마샤오춘(馬曉春)과 창하오(常昊)를 연파하고 우승을 일궈냈던 조훈현 9단이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의 신진강호들을 모조리 꺾으며 ‘중국킬러'의 위용을 떨치자 중국 현지에서는 조9단은 ’공공의 적'(?)으로 간주, 집중 경계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현지에서는 현재 삼성화재배결승을 앞두고 젊은 기사들간에 조훈현 9단의 기보에 대한 집단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왕레이 8단은 2002년 중국바둑계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그는 지난 8월말 발표된 중국 등급랭킹에서 라이벌 저우허양(周鶴洋)과 선배 창하오(常昊), 마샤오춘(馬曉春)를 모두 밀어내고 당당 1위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후 삼성화재배와 도요타덴소배(4강)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줌으로써 랭킹1위 등극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왕8단은 얼마 전 막을 내린 2002 중국리그에서도 17승3패(85%)라는 가공할 성적으로 개인 승률상을 받으며 소속팀 윈난(云南)팀을 준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승3번기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물론 외견상 드러나는 관록과 함량 면에서는 세계대회 통산 8회 우승에 빛나는 조훈현 9단에게 조금이라도 무게가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조9단은 지난 대회 결승과 이번 대회 8강전에서 드러났듯 꼭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승리를 일구어내는 집념과 승부근성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조훈현-왕레이 두 기사간의 통산전적(3승1패) 또한 조9단의 승리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들어 그러한 낙관론이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이다. 왕레이 8단이 중국리그에서 개인 승률상을 수상하며 신나는 연말을 구가한 반면, 조훈현 9단은 살인적으로 폭주하는 대국일정에 시달리며 몸살을 앓은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12월 들자마자 송태곤, 조한승, 윤준상 등 10대 후배기사들과 국내 각종기전의 결승전 및 도전자결정전을 잇달아 치른 조9단은 과로에다 감기몸살까지 겹쳐 악전고투한 끝에 2승4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따라서 과연 조9단이 얼마나 몸상태를 추스르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느냐가 이번 결승전의 최대 관건이 될 것 같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적지(敵地)’에서 결승을 치르게 되는 점도 체력의 열세인 조9단으로서는 부담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최근 국내외 기전에서 승승장구하며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타고 있는 왕레이 8단의 자신감이다. 특히 그동안 조훈현 9단에게 3연패를 당하고 있던 그가 가장 최근 대국인 지난 9월 도요타덴소배 8강전에서 첫승을 올림으로써 조9단에 대한 자신감을 찾은 것도 상당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운명의 결전을 앞두고 중국 현지는 기대감과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95년 마샤오춘 9단의 동양증권배․후지쯔배 석권 이후 국제기전에서 한번도 우승해보지 못한 중국바둑으로서는 최근 돌풍의 진원지가 되었던 이번 삼성화재배야말로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듯 하다. 특히 상하이에 치러진 지난 대회 결승에서 창하오 9단이 다잡았던 우승컵을 놓친 아쉬움이 크기에 이번에 왕레이 8단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이나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 결전을 앞둔 조훈현 9단은 “이번 삼성화재배에서는 정말로 운이 좋아 결승까지 오른 것 같다”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한국의 바둑팬 여러분이 보내준 열렬한 성원에 실망을 끼쳐드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왕레이 8단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조훈현 9단은 평소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기사 중 한 명인데, 그러한 거장과 결승전에서 만나 한 수 배우게 되어 정말 기쁘다”면서 “누가 이기든지 2대1이 될 터인데, 물론 내가 2대1로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승상금 2억원을 놓고 새해 벽두부터 격돌하게 될 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3번기는 KBS-1TV의 생중계와 삼성화재 홈페이지(www.samsungfire.com)의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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