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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의 대 신예전쟁, 그 하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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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들이 달라졌다 이세돌 그리고 국수도전자결정전의 조한승에 이어 천원전의 송태곤까지. 성급한 말일지도 모르겠으나 최근 조훈현이 '대 신예전쟁'에서 보여준 연전연패는 확실히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그림. 가히 '사건'이라 할 만하다. 입단만 하면 최강의 기세로 솟구쳐 정상을 위협해왔던 한국의 신예그룹이 드디어 전신(戰神)마저도 넘어선 것일까. 방파제를 휩쓸어버린 거대한 해일처럼 그렇게 세계최강 이창호 앞으로 몰려가는 것일까. 일단, 다수의 관측자들은 '그래도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오늘의 신예들은 간헐적으로 칼을 휘둘러 작은 상흔을 남기고 물러섰던 어제의 신예들과는 분명, 다르다. 몇해 전만 해도 이창호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쉽게 패배를 허용하지 않았던 조훈현이, 최근 발군의 성적을 기록중인 신예5강과 겨룬 전적을 보면 이 사실은 더욱 뚜렷해진다(도표 참고).  이창호시대의 새로운 도전5강  조훈현이라는 큰산을 넘어선 첫 번째 신예는 물론, 이세돌이다. 2000년부터 정상을 향한 폭풍 같은 질주를 보여준 이세돌은 5연패 후 7연승이라는 극명한 상대전적으로 조훈현이라는 거대한 장애를 돌파하며 단숨에 4천왕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사실, 이세돌은 '신예'라는 꼬리표를 떼어야 한다.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세계타이틀 하나(후지쯔배), 국내 메이저타이틀 넷(LG정유배, 배달왕, KTF배, 천원), 주니어타이틀 셋(신인왕, 신예프로십걸, 신예연승최강). 타이틀 획득수만 따져도 역대 7위에 해당하는 강자가 여전히 '신예'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건 어쩐지 우습다.  지난 8일 제46기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에서 조훈현 2-0으로 밀어내고 생애 첫 메이저타이틀 도전무대에 오르게 된 조한승은 여러 면에서 이세돌과 비교가 된다. 나이는 이세돌보다 하나 위지만 입단동기. 기록으로는 이세돌에게 뒤져 있으나 2000년도에 있었던 이세돌의 32연승, 그 폭풍의 질주를 저지하며 '라이벌 값'을 톡톡하게 했고 지난해 신인왕을 거머쥔 뒤 승승장구, 올해는 다승·승률 두 부문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조한승도 이세돌과 마찬가지로 대 조훈현전에서 3연패 후 3연승이라는 극명한 뒤집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록으로는 1승 3패로 저조하지만, 가장 먼저 타이틀무대에서 조훈현과 겨룬 신예가 있다. 올초, 국내타이틀 중 최대상금을 자랑하는 제1기 KT배 마스터즈 결승3번기에서 1승 2패로 물러섰으나 결승3국에서 조훈현을 패배의 나락 일보 전까지 밀어붙였던 천부의 싸움꾼 최철한이다. 만일, 최철한이 KT배 결승3국에서 승리했다면 조훈현과의 상대전적에서도 2승 2패로 호각을 이루고, 이창호 이후 메이저타이틀 무대에서 조훈현을 꺾은 최초의 신예로 기록됐을 것이다.  이세돌, 조한승이 대 조훈현전에서 연패후 연승의 패턴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첫 조우부터 승리, 연승을 끌어낸 간 큰(?) 신예도 있다. 최철한, 원성진과 함께 85년생 '송아지 삼총사'로 분류되며 입단은 셋 중 가장 늦었지만 타이틀무대에는 가장 먼저 올라 최저단 타이틀획득 타이기록을 세운 박영훈이다(2001년 12월, 당시 2단). 대 조훈현전 2연승 뒤 1패를 기록중인데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4연승 이후 정상을 향한 걸음은 다소 더뎌진 상태.  이들 삼총사 중 원성진이 주춤거리는 틈새를 비집고 올라와, 조훈현에게 전쟁을 선포한 신예그룹에 끼어든 송태곤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 나이는 삼총사보다 하나 아래지만 입단은 박영훈과 같다. 이들도 이세돌, 조한승처럼 입단동기 라이벌인 셈. 지난해 삼성화재배 본선 진출로 '될성부른 떡잎'임을 과시하더니 올해는 신예연승최강전 우승을 디딤돌 삼아 정상까지 뛰어오르는 놀라운 도약력을 보여주고 있다. 천원전 결승무대에 올라 조훈현을 핀치로 몰아넣으며 상대전적에서도 2연패 후 2연승의 호각을 기록했다. 이제 1승만 거두면 이창호 이후 메이저타이틀무대에서 조훈현을 꺾은 첫 번째 신예가 된다. 이창호시대의 조훈현, 그 위상과 역할  그렇다면 과연 조훈현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일까. 아니다. 조훈현은 올해도 전성기를 웃도는 뛰어난 활약으로 국내외에서 맹위를 떨쳤다. 중국에서는 삼성화재배를 전후로 조훈현에게 '창칭슈(常靑樹·상록수와 같은 뜻)'라는 새로운 이름을 안겨줄 정도다. 이번에 전례가 없을 만큼 무기력하게 무너진 이유는 '대국폭주에 따른 체력저하'인데, 따지고 보면 이 역시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거의 모든 기전에 출전해 승승장구하니까 결국은 대국폭주 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사실이 그렇다. 조훈현은 올해 거의 모든 본선무대에서 진출해 다승 1위(56승), 최다대국 2위(79국)를 달리고 있는데 12월 들어 이틀에 한번씩 결승대국이나 도전자결정국 같은 주요대국을 치르면서 급격한 컨디션 난조에 빠져버렸다. 그런데 세계최강자도 아니고 국내1인자라고 할 수도 없는 조훈현을 뛰어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거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90년대 후반 이후의 조훈현은, 과거 '조·서 밀월시대'의 2인자 서봉수와 비슷한 면이 있으나 그보다 중요한 이면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서봉수는 그 자신이 조훈현을 향해 칼끝을 겨눈 도전자였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조훈현을 향해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드는 도전자들을 막아서는 방파제이기도 했다. 과거의 서봉수와 현재의 조훈현은, 2인자로 밀려나 도전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이면의 역할은 크게 다르다. 재능과 기질과 환경의 차이라고나 할까. 과거의 서봉수가 그 자신의 도전을 위해 또 다른 도전의 무리를 막아내는 방파제였던 것에 비해 현재의 조훈현은 그 자신이 도전자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상을 향한 신예들의 시금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조훈현이라는 시금석에 부딪쳤던 미완의 돌. 이세돌과 그 뒤를 맹렬히 쫓고 있는 조한승, 최철한, 박영훈, 송태곤은 조훈현과 부딪치면서 본연의 광휘를 드러내기 시작한 순도 높은 보석인 것이다(도표참고).  한국바둑계에서 조훈현이 차지하는 의미는 1인자에 못지 않다. 7, 80년대의 독행천하(獨行天下)를 지나 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전대미문의 사제대쟁기(師弟大爭棋)를 통해 2인자로 물러선 오늘날에도 그 역할과 위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안으로는 신예들을 담금질하는 제련사, 밖으로는 한국바둑을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세워놓은 역사(力士)가 바로 조훈현이다. 조훈현은 아직 무너져서는 안된다. 더 젊어져야 한다. 더 젊고 강한 모습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초인의 담금질을 기다리는 수많은 미완의 대기가 그 앞에 있고 그 연장선상에 진정한 한국바둑의 백년대계가 있다. 2002년의 마지막 달. 혹한의 나날에 열기를 불어넣고 있는 조훈현의 대 신예전쟁, 그 뜨거운 하회를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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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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