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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틈새 파고든 박영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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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째 후지쯔컵을 놓고 이창호와 박영훈이 정상에서 만났다. 박영훈 9단은 3년만에, 이창호 9단은 9년만에 후지쯔 우승을 바라본 상황. 특히 이9단은 최근 세계대회에서 두 번 연속 준우승에 그친 바 있어, 이번이야말로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줄 기회였다. 허나 얄궂게도 이번마저 승리의 여신은 이창호가 아닌 박영훈의 손을 잡아주었다.  제20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백: 박영훈 9단 흑: 이창호 9단 장소: 도쿄(東京) 일본기원 날짜: 2007년 7월 9일 결과: 255수 끝, 백1집반승 장면 (아니러니컬한 일) 백1에 흑2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수. 아직까지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어 진화형이라 하겠다. 이런 복잡한 포진을 즐겨하지 않는 이창호 9단이 중요한 결승전에 들고 나왔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다. 이 대목에서 이세돌 9단은 애초 미니중국식을 들고 나온 것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니중국식보다는 흑A로 굳혀 확실한 실리를 챙기는 게 이창호 스타일이라는데…. 실전진행1(공격바둑을 싫어하는 이창호) 여하튼 지금은 백1이 일감으로 떠오르는 삭감 자리다. 잠시 한눈을 팔면 이곳이 거대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 이창호 9단은 공격을 즐기지 않는 기풍을 지녔다. 하지만 하변 침입으로 이9단은 자신의 의지와 달리 공격을 하고 있지 않은가. 뭔가 흐름이 좋지 않다. 참고도1(이창호의 바람) 이창호 9단이 바란 변화도가 아닐까 싶다. 백1에 붙이면 귀의 실리는 얼마든지 내준다. 대신 중앙을 크게 장악한다. 이것이라면 두텁게 두는 이창호 스타일과 부합되는 변화도라 하겠다. 허나 그런 이창호 9단의 심중을 감지한 박영훈 9단이 상대 의도대로 해줄리가 만무하지 않겠는가. 참고도2(그냥 지킬 자리) 실전에서 흑A로 뛴 수는 의문이다. '중앙으로 한칸뛰는 데 악수없다'는 바둑 격언을 따른 수지만 지금은 그냥 흑1·3으로 처리하고 싶다. 백4엔 흑5로 틀을 잡아 하변 실리를 지킨다. 물론 백4 대신 백A로 둘 수도 있겠는데, 큰 차이는 없다. 계속해서- 참고도3(강력한 수단) 백이 손을 빼기는 어렵다. 당장 흑1로 들여다볼 때 곤란한 탓이다. 축머리가 유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흑3으로 젖힐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수단이 있어 백은 어떤 식으로든 받아야 한다. 참고도4(현실적인 모습) 보강하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 백1이나 백A를 생각할 수 있다. 이제는 흑2로 들여다보더라도 백3에 자세를 잡고 방어하면 된다. 어쨌거나 흑으로서는 선수로 하변을 지킨 만큼 현실적인 모습이지 않은가. 참고도5(두 번째 흑의 실수) 흑이 바둑을 재차 어렵게 만든 원인은 흑▲, 백□의 교환이다. 즉, 실전진행1에서 흑10, 백11 교환은 불필요했다. 그 이유는, 장차 백1 정도를 예상해 볼 때 흑은 고민하지 않고 하변을 지킬 수 있다. 흑2로는 A나 B도 가능하다. 허나 흑▲가 놓인 실전에서는 돌의 자존심상 중앙쪽을 받아야 하는 차이점이 생겼다. 실전진행2(흐름은 백쪽) 흑5로 굳히기에 앞서 흑3, 백4를 교환해 둔 것은 정확한 수순이다. 또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흑▲를 둔 이상 흑7은 돌의 흐름상 당연한 수다. 그 틈에 박영훈 9단은 백8로 침입, 흑진영에서 아예 뿌리를 내려버린다. 흑이 어쩔 수 없이 9로 뒷걸음치는 사이 백은 10을 선수한 다음 12로 연결해 순식간에 안정을 취해버린다. 일찌감치 바둑의 흐름이 백한테 넘어가는 순간이다. 참고도6(백1에 곤란) 흑▲로 우상귀를 굳히기 전에 흑A, 백B의 교환한 이유를 알아보자. 수순을 생략한 그림과 같은 모습에서는 당장 백1 침입에 흑은 괴롭다. 마음 같아서는 흑2로 빠져 혼내주고 싶지만 백3 날일자에 더는 공격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우변 백돌도 확실하게 살아있는 상황이라 그쪽에서 크게 이득볼 일도 없다. 참고도7(효과) 실전에서는 백1에 흑2로 막을 수 있다. 백3엔 흑4 단수로 몰면 그만. 흑▲, 백△를 미리 교환해 둔 효과다. 프로들이 이처럼 미리 교환해 두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참고도8(강수 백1) 실전진행2에서 흑9는 생략할 수 없다. 그림에서 보듯 백1로 끊는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흑2·4로 연결을 꽤하려 해 봐야 더욱 곤란해질 뿐이다. 백9에 끊기면 흑이 한수 부족으로 지는 수상전이다. 이 바둑은 끝까지 아주 미세한 승부였다. 허나 전반적으로 박영훈 9단이 잘 둔 바둑으로 평가받았다. 하변에서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은 덕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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