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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돌의 힘은 평범을 거부하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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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LG배에서 한국의 인해전술은 일단 실패작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15명을 32강에 내 보낸 한국은 겨우 6명만 16강으로 올리는 데 그쳤다. 5명 중 무려 4명이나 생존시킨 일본이나 10중 6명을 16강에 진출시킨 중국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다행히 16강전에서는 한국이 분위기를 180도 돌려놓았다. 8강의 절반을 한국 선수들이 꿰찬 것. 이번 대회에서는 온소진 3단과 한상훈 초단이 돌풍을 일으킨 것이 가장 큰 화젯거리다. 물론 승리의 중심에는 이세돌 9단이 있다.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32강전 백 : 창하오 9단(중국) 흑 : 이세돌 9단(한국) 장소 : 서울 서머셋 팰리스 호텔 날짜 : 2007. 6. 4 결과 : 135수 끝, 흑 불계승 장면 (평범은 싫다) 유명한 MC가 인기를 잃지 않는 비결 중 하나는 '입심'이다. 막히지 않는 '말발'이야말로 MC가 갖춰야 할 기본 항목이다. 남들과 다른, 소위 '톡톡' 튀는 재치는 어쩌면 타고난 재능일지도 모르겠다. 바둑에서 이세돌은 '톡톡' 튀는 감각을 가진 선수다. 창하오 9단이 젖힌 백2에 이세돌은 흑3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흑4로 늘어줄 법도 한데, 그런 식으로 밋밋한 응수는 이세돌 머릿속에는 없다. 잔잔하던 반상이 갑자기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참고도1 (당장 끊지 못한다) <장면>에 이어 백이 중앙을 바로 끊고 싸우긴 어렵다. 백1 절대 선수를 둔 다음 끊어야 하는데, 다소 긴 수순을 거쳐 백이 안되는 수상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선수가 이런 정도는 머릿속에 넣어 두었을 터. 아마추어에게는 좀 어려울지 몰라도 정상에 올라 있는 프로라면 쉽게 볼 수 있는 수순이다. 참고도2 (백, 유력) <참고도1> 흑8(그림의 흑1)일 때 백은 A를 끊지 않고 두는 게 정확한 수순이다. 그곳(A)은 흑이 반발하는 순간 언제든지 절대 선수로 듣는 자리. 따라서 백은 미리 둬서 자충을 만들 이유가 없다. 덕분에 앞서 보여드린 결과와 달리 이번에는 백도 버틸 수 있다. 그런데 흑9로는- 참고도3 (절묘한 자충!)) 그림처럼 흑1에 두는 수가 유력하다. 이제 백은 위쪽과 수상전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래쪽과 일전 불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 상당히 아슬아슬한 수상전이다. 백이 한수 빠른 듯 보이지만, 결국 흑의 승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상전의 하이라이트는 흑13에 있다. 백의 자충을 강요한 것이다. 실전진행1 (대형 바꿔치기) 창하오 9단이 백1, 흑2를 교환한 다음 곧장 '중앙 절단'을 감행하지 못한 까닭은 이미 설명한 대로다. 또한 창하오로서는 이세돌의 흑▲를 요리하고 싶긴 하지만 백△들을 돌봐야 해 무조건 공격에만 신경 쓸 처지가 아니다. 허나 결국은 백9로 끊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지만. 백9에 앞서 두점머리를 스스로 얻어맞은 백7은 절대 선수. 끊기 위해서는 절대 필요한 사전공작이다. 여기서 이세돌은 흑▲들을 버리고 좌변을 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다. 참고도4 (흑1은 곤란) <실전진행1>의 흑10 대신 그림처럼 흑1에 막긴 힘들다. 백2로 끊겨 곤란한 탓이다. 흑이 하변을 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흑1에 끊어 더 보태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앞서 보여드린 참고도처럼 흑5로 젖히는 수단이 지금은 없다. 백△, 흑▲를 미리 교환해 둔 효과다. 이세돌 9단은 이를 감지하고 좌변 공격으로 버린 것 이상을 거둬들이려고 움직인 것이다. 실전진행2 (궁지에 몰린 창하오) 창하오 9단이 하변을 통째로 삼킨 하변은 어마어마하다. 허나 좌변은 그에 못지 않다. 이 일대가 그대로 이세돌 9단의 영역이 된다면 승부도 끝이다. 그렇다고 좌변에서 둥지를 틀긴 어렵다. 결국 창하오 9단은 '떡고물'이라도 챙기려고 백3에 끊고 동태를 살핀다. 그런데 여기서 이세돌 9단은 흑10 '장문 행마'로 창하오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참고도5 (이세돌 승리) 장문 흑▲에 대해 백1로 반발하면 더 곤란해진다. 흑한테 4, 6으로 돌려침을 당해 돌이 '우형'으로 뭉쳐지기 때문. 실전처럼 오른쪽을 뚫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전진행2> 이후 창하오도 기세로 맞섰지만 끝내 이세돌에게 무릎을 꿇고 만다. 마무리 수순은 총보를 참조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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