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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길 가로막은 ‘낙관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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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다. 한껏 고조됐던 농심배 우승 감흥이 채 가라앉기 전에 LG배 불운이 닥쳤다. 4강대진표를 접했을 땐 2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고, 잘만 하면 ‘형제 결승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예상평에 젖어들었다. 백일몽이었다는 듯이 전망은 180˚ 빗나갔다. 3년 연속 주인 빠진 ‘외인들의 잔치’. 믿기지 않은 현실의 결과는 크나큰 충격으로 와닿는다.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 백 : 후야오위 8단(중국) 흑 : 조한승 9단(한국) 장소 : 광주광역시청 날짜 : 2007. 02. 12 결과 : 293수끝, 백1집반승 장면 (낙관 무드) ‘눈만 뜨고 있으면 승리’라는 생중계 해설자의 표현처럼 중반 이후 줄곧 지속된 흑의 넉넉한 우세. 탄탄대로가 꼬이기 시작한 원인은 포만감에 젖은 느슨한 태도. 급히 대마를 손질한 흑1~5도 악착같은 근성이 결여된 여러 완착 가운데의 한 장면이었다. 참고도1 (흑 우세) 좌상귀 패싸움을 하면서 국면이 점점 복잡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장면>에 이르기 전에 국면을 깔끔하게 닦을 수 있는 코스는 얼마든지 있었다. 흑1로 끊고 나서 흑3을 연타해 중앙의 두터움을 집으로 만드는 그림. 좌상귀를 포기하더라도 흑이 우세하다. 참고도2 (살기 전에) 상대방이 강하게 버텨오자 대마를 공격하는 즐거움을 포기해 버렸다. 흑대마를 살리기에 앞서 1의 곳을 뻗지 않은 점은 무척 애석하다. 흑대마가 완생이 아닌 지금이라면 ▲가 움직이지 못하게끔 백2가 필요하다. 그때 흑3부터 살면 된다. 흑1이 눈이 생길 곳을 방해하는 급소를 차지하고 있어 백대마는 수습하는 데 적지 않은 제약을 받았을 것이다. 참고도3 (돌려치기) 전도의 변화로, 가령 백2로 다른 데로 손을 돌리면 흑3으로 돌려치는 맥을 가동시킨다. 4ㆍ6으로 나가는 백의 앞길엔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다. 참고도4 (또다른 맥) 흑1로 몰고 나서 3으로 나가는 것도 고급 행마법. 이 다음 흑A로 잇는 수와 상변 백대마를 공격하는 수를 맞보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4도 중 하나만 택했어도 조한승은 마음 편히 생애 첫 결승무대에 올랐을 것이다. 실전진행1 (기분 나쁘다) 조한승은 국내 3대 낙관파 중의 한 사람. 가끔 아전인수 격의 형세판단은 역전패의 빌미가 되고, 2% 부족이라는 핀잔은 그 점에서 비롯됐다. 어떻게 두어도 좋다고 인식한 듯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백에게 5의 곳을 당하면서 기분이 나빠졌으며, 흑10을 두기 전에도 좀더 깊이 생각할 자리였다. 참고도5 (좀더 강하다) 백은 상변쪽에 후수 한눈. 따라서 △ 부근에서 선수로 한눈을 장만해야 하는데 그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흑돌이 A에 있는 것보다 1의 곳을 차지하고 있는 편이 좀더 강력한 의미를 지닌다. 그랬으면 실전처럼 백B에 들여다보는 수는 함부로 못 둔다. 실전진행2 (미세한 역전) 조한승은 LG배 준결승 진출만 4번째. 지난 3번 모두 결승행이 좌절되는 아픔을 곱씹었다. 과연 흑의 울타리 속에서 백대마가 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백3이 풀어주었다. 역전의 디딤돌이 된 호착. 11까지 완생한 시점에서는 미세하나마 역전됐다. 참고도6 (패는 흑도 부담) 흑1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태도. 8까지 패가 나는데 백에겐 A 등의 팻감이 있으며, 흑은 패에 질 경우 적지 않은 피해가 따른다. 눈앞의 승리를 날려보낸 조한승은 낙관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를 새삼 느꼈을 것이다. 생애 첫 결승진출을 이룬 후야오위는 본선에서만 조훈현을 꺾었고, 이창호를 눕혔고, 조한승을 물리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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