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그림자 아래서…
세월의 그림자 아래서…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2국] 한창규  2007-01-26 오전 09:45   [프린트]




시절이 많이 변했다. 7할 넘는 승률을 과시했던 절대군주 이창호가 ‘만만한’ 창하오한테 졌고, 세계대회 번기에서 첫 영패를 당했다. 격세지감이다.

이창호의 성적으로 대변되어 왔던 한국바둑은 세력의 구심점이 흔들리자 두드러지는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과의 기세 싸움에서 또다시 패배, 간절히 바랐던 우승컵을 놓쳤다. 중국은 삼성화재배 2연패.



제11회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제2국

백 : 이창호 9단(한국)
흑 : 창하오 9단(중국)
장소 : 중국 상하이
날짜 : 2007. 01. 24
결과 : 289수끝, 흑3집반승




장면 (무리한 도발)
1국과 같이 이창호는 포석에서 고전에 빠졌다. 문제점을 드러내며 불리한 국면을 자초했다.
여의치 않은 형세를 감지한 승부호흡이었을까. 강하게 싸움을 걸어간 백1이 양국 검토진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무리한 도발. 흑2로 찌르고 흑4로 뻗으니 바빠진 쪽은 아래위 양곤마를 떠안은 백. 일방적인 수세에 놓였다.













실전진행1 (모양 삭감의 공방)
발빠르게 세 귀를 차지한 백. 반대급부로 내준 우하귀 흑모양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지우느냐가 첫 번째 포인트로 떠올랐다.
백1 걸침에 흑2의 타이트한 협공. 백3은 그 뒤 백5로 눌러갈 때 흑A로 나와끊는 반발을 완화시키려는 의도이지만 결국 백9~흑12로 되는 정도여서 부분적으로 악수.











참고도1 (높은 걸침)
좀더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낮은걸침보다 높게 걸쳐가는 편이 낫다. 백1이 높은걸침. 흑은 어떻게 받을까. 가령 흑2로 응한다면 백3에서 5가 경쾌한 행마. 모양이 큰집으로 구체화되는 것을 견제한 다음 좌하귀 큰 곳을 선행하는 진행이 예상된다.
물론 흑2 대신 여러 가지 변화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전에선 낮게 걸친 탓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참고도2 (자체삶이 어렵다)
자체로 안정형을 갖추기 용이치 않은 점이 고민 끝에 무리수를 불렀다.
백1은 흑2로 부딪쳐 오는 수가 따갑다. 기세로는 백3에 빠져야 하건만 흑4로 건너붙이면 백이 양분된다. 그렇다고 백3으로 A는 흑B로 젖힘당해 백1로 달린 수가 고개를 못 든다.












참고도3 (완전치 않다)
“우변 백이 너무 무거워졌다. 무엇을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좌하 큰 곳을 내버려 둔 채 싸움을 벌이다니….” 비단 마샤오춘의 감상뿐만이 아니라 국내검토진도 <장면> 백1을 시기상조이자 고전의 시발점으로 지목했다.
백1로 몸을 낮추고 백A는 후속 노림으로 남겨놓아야 했을까. 흑B로 붙여오는 수가 가슴을 짓누르긴 하지만.













실전진행2 (상반된 몸놀림)
창하오는 작년 하반기부터 좋은 컨디션을 이어왔다고 했고, 또 과거보다 심리 상태가 성숙했다고 자평했다.
탄력을 불어넣기 위한 공을 들였으나 백5에 이은 수는 지극히 뭉뚝하고 흑6에 젖힌 수는 아주 기운차다. 흑10은 우세한 의식이 반영된 안전책. 먼저 A로 치받아 백을 괴롭힐 수도 있었다. 출구가 막혔으므로 백11은 절대적인 삶.













참고도4 (공배 연결)
행마법 상으로는 백1로 뻗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흑2 때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백3의 공배연결이 죽기보다 싫다.
흑4까지 이쪽 저쪽 쫓기는 백. 엷은 데다 집이 많은 것도 아니다. 반면 흑은 기본적인 집을 갖고 있으면서 무척 두텁다.














실전진행3 (꼬이는 행마)
흑1은 오후대국의 첫 수. 날카롭다. 점심시간 동안 읽어놓은 듯 서슴없이 급소를 알렸다. 다만 흑5는 A가 간명. “버린 건지, 잡힌 건지….” 15까지 백 아홉점이 떨어져 나간 모습을 보며 TV해설자로 나선 스승 조훈현은 말끝을 흐렸다.
창하오는 초반의 승기를 바탕으로 마침내 천적 이창호를 극복했다. 뤄시허에 이어 결승에서 이창호를 꺾고 우승한 두 번째 중국기사. 올 봄에 열리는 춘란배 결승마저 이긴다면 3관왕에 올라선다.












참고도5 (무거워질 뿐)
아홉점을 살리는 변화. 흑2까지 활용했으므로 ▲ 두점은 가벼운 돌. 잔뜩 무거워진 백대마를 4 또는 A로 공격해서 흑의 우세는 끄떡없다.
때이르게 국면이 구겨진 이창호는 자기 바둑을 못 두었다. 종반 스퍼트를 올렸으나 차이가 벌어진 뒤의 추격전. 2005년 3월 춘란배 패권을 거머쥔 이후 우승 소식이 감감하다. 오늘은 졌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툭툭 털고 일어설, 바둑제왕의 부활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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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9had ｜  2007-01-29 오후 3:39:00  [동감0]    
바꾼다고 마음먹은대로되나? 물은 이미 흘러가 삐릿는데...기대를 하지 않는게 좋을듯 허이..
정문일침 ｜  2007-01-27 오전 4:32:00  [동감0]    
조국수????
하니리 ｜  2007-01-26 오후 12:55:00  [동감0]    
一切 唯心造....한 마음 바꾸는 게 필요할 듯 하네요..힘내삼..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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