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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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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리는 천원 자격으로 왔지만 천원이 그가 가진 재산의 전부는 아니다. 양 손엔 명인과 NEC를 들었고, 허리춤엔 아함동산배를 찼다. 그리고 머리 위엔 LG배를 얹었다. ‘한중천원전’으로 명명한 이번 대회는 그래서 한국천원과 중국5관왕,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제10회 박카스배 한중천원전 3번기 최종국 ○구리 9단(중국) ●고근태 5단(한국) 장소 : 스카이TV 스튜디오 날짜 : 2006. 08. 21 결과 : 187수끝, 흑불계승 장면 (기합의 충돌) 1국은 고전하다 7집반패, 2국은 불리를 딛고 역전승. 구리는 끝낼 수 있는 기회를 허공에 날렸고, 고근태는 후회의 그림자가 앞을 가린 상대의 허를 찔러 4년 만에 통합타이틀을 찾아온다. 백1은 힘을 과시하는 씌움. 출발부터 의욕적인 공격 포진을 펼쳤던 고근태는 냅다 2, 4로 나가끊으며 기합을 실었다. 여기서 발발된 전투는 전 국면으로 번지며 이 바둑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참고도1 (축관계) 구리가 등장하면서 한중천원전은 중국의 독무대로 변했다. 2003년부터 3연속 우승. 한국에선 송태곤이 한 번, 최철한이 두 번 구리의 힘에 꺾였다. 축이 나쁠 경우 〈장면〉 백1로 씌워가는 수에는 걸림돌이 많다. 흑이 나가끊은 수도 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백1, 3이 모양을 정돈하는 수순이지만 흑4가 축을 방비하는 끊음. 나아가 백을 잡을 수 있다. 흑16 다음 백A의 축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참고도2 (나약) 구리에게 있어 고근태는 낯설다. 이창호가 아니고 이세돌이나 최철한 박영훈도 아니었기에 ‘가볍게 임한’ 태도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백은 흑1을 주문하고 있다. 7까지 3선을 확보한 흑의 실리는 ▲와 편재된 모습이어서 하찮다. 백이 편안하게 자리를 펴도록 거들어주면 주위 흑돌을 배경 삼아 처음에 협공했던 의미가 퇴색한다. 참고도3 (실리책) 〈장면〉 이후의 변화가 어렵다. 정석교본에서는 여러 갈래의 그림을 제시하고 있는데 주변 배석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취사선택을 잘해야 한다. 흑1~5는 귀의 실리를 차지하려는 발상. 대신 백6 한방은 당해야 한다. 조금 아프다. A의 축이 안 되므로 백8로 뛰어서 싸우는 진행이 예상된다. 실전진행1 (맥점 일발) 흑은 1에 젖힐 수밖에 없다. 백2부터 죄어붙인 다음 8에 뛰어서 싸움을 키우는 구리. 아마추어의 눈에는 언뜻 우변의 흑 다섯점이 갇힌 모습이어서 곤란해 보이기도 한다. 흑9가 움츠리지 않고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맥점. 이른바 ‘쌍립의 급소’로 고근태의 실력이 입증되는 장면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구리는 이때서야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치지 않았을까. 참고도4 (백 고전) 축이 불리한 백의 고충은 이 그림에서도 드러난다. 백1, 3으로 정돈할 수도 없는 형편. A의 축이 유리한 흑이 4, 6으로 우변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위로 분단된 백은 일방적으로 쫓기는 수세에 놓이게 된다. 참고도5 (맞보기) 어쨌든 백은 △ 두점이 축으로 잡히는 것부터 손을 써야 한다. 단순히 뛰는 백1도 그중 하나. 이 수에 대해서는 묵묵하게 흑2, 4로 몰고나간다. 백5로 끊어야 할 때 흑6을 선수하고 나서 8에 끼우는 맥의 수순을 준비하고 있다. 흑12 다음 A로 석점을 따내는 것과 B의 축이 맞보기. 실전진행2 (주도권은 흑) 접근전에서 우세한 위치를 점령하려 했던 구리. 공격할 때 힘을 내는 그이지만 상대의 되받아치기에 당황하며 도리어 곤란한 입장에 빠졌다. 백1은 가급적 두고 싶지 않은 수. 흑4는 몹시 아프다. 12까지 흑이 아래위의 백을 공격하는 흐름. 난해한 공방을 너끈하게 헤쳐나간 고근태는 주변에 포진해 있는 응원군과 합세해 주도권을 잡았다. 참고도6 (흑승) 백1로 막아 변을 돌보지 않은 흑을 다그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그러나 흑2, 4의 선수활용에 이어 6으로 밀어갈 때 난감해지는 쪽은 백이다. 백7로 바짝 수를 메우려 하는 것은 흑8, 10에 의해 백의 수부족. 그렇다고 백7로 8에 늦추면 흑7, 백A를 교환한 뒤 흑B로 젖힘당해 이쪽 백이 못 견딘다. 객관적 열세를 극복한 승리. 그동안 발군의 전투력으로 ‘3번기 불패’를 뽐내던 벅찬 상대 구리를 상대로 고근태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힘싸움에서 당당히 이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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